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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포커스]'스몰볼'로 수원징크스 깨려던 삼성, KT 빅볼 추격에 화들짝

정현석 기자

입력 2021-05-12 2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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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몰볼'로 수원징크스 깨려던 삼성, KT 빅볼 추격에 화들짝
12일 수원 케이티위즈파크에서 KBO리그 KT와 삼성의 경기가 열렸다. 2회 1사 1, 3루에서 김지찬의 외야 뜬볼 타구 때 3루주자 강민호가 득점에 성공하고 있다. 수원=송정헌 기자 songs@sportschosun.com/2021.05.12/

[수원=스포츠조선 정현석 기자]지난해까지 삼성에게 수원은 악몽의 장소였다.



최근 2년간 수원 KT전 3승13패. 유독 수원만 가면 작아졌다. KT의 마법에 걸린 듯 경기가 좀처럼 잘 풀리지 않았다.

올 시즌도 출발부터 찜찜했다. 삼성 허삼영 감독이 "새로운 마음으로 경기를 하는 만큼 과거 전적은 의미가 없다"고 말했지만 불안감은 현실이 됐다.

불운이 쏟아졌다.

1회말 마운드에 오른 선발 벤 라이블리가 갑작스러운 어깨 통증으로 단 한 개의 공도 던지지 못한 채 마운드를 내려갔다. 6-4로 앞선 6회 무사 1,2루에서 신본기의 우익수 플라이 타구가 조명에 들어가면서 구자욱이 포구에 실패했다. 불가항력의 상황. 좀처럼 벌어지지 않는 이 장면이 화근이 되면서 결국 6회에만 5실점 하며 6대9로 역전패 하고 말았다.

7회에는 선두 피렐라가 141㎞ 패스트볼에 머리를 맞았다. 설상가상으로 이날 동점적시타를 날렸던 이원석이 7회 땅볼을 치고 1루로 뛰다 허리를 부여잡고 고통을 호소하며 김호재로 교체됐다.

수원 3연전 두번째 날인 12일 KT전. '수원 징크스'. 길어지면 곤란했다. 빨리 끊어내야 했다.

하지만 상대가 만만치 않았다. KT 선발 고영표는 올시즌 리그에서 가장 안정적인 투수 중 하나. 이날 전까지 6경기 전 경기 퀄리티스타트를 기록한 KT의 효자 선발이다.

삼성 벤치의 공략 포인트는 두가지. 뛰는 야구와 들어치기 였다. 퀵모션에 한계가 있는 옆구리 투수의 약점을 적극 공략하기 위해 뛰는 선수로 라인업을 구성했다.

'대도' 박해민을 톱타자로, 이학주 대신 김지찬을 8번 유격수에 배치했다.

뜬공 대비 땅볼 비율이 무려 3.35(57/17)에 달하는 리그 대표 '땅꾼' 고영표의 싱커 공략을 위해 의식적으로 들어치기를 시도했다.

두가지 포인트의 결합은 효과가 있었다. 1회 부터 전날 헤드샷을 맞았던 피렐라가 2루도루를 시도했다. 포수 송구 실책을 유도하며 2사 3루. 선취점에는 실패했지만 이날의 뛰는 야구의 예고편이었다.

2회 1사 1,3루에서 김지찬이 의도적으로 들어쳤다. 조금 짧은 우익수 쪽 플라이. 3루주자 강민호가 홈을 향해 쇄도했다. 몸을 틀어 태그를 피하며 헤드퍼스트 슬라이딩으로 선취득점을 올렸다.

3회에도 뛰는 야구는 이어졌다. 선두 박해민이 안타로 출루한 뒤 8년 연속 두자리 수 도루인 시즌 10호 2루 도루를 성공시켰다. 또 한번 포수 송구 미스로 무사 3루. 구자욱이 가벼운 들어치기로 희생플라이를 날렸다. 2사 후 오재일도 고영표의 커브를 퍼올려 왼쪽 폴대 위를 넘겼다. 시즌 2호 솔로포.

3-0으로 앞선 4회 1사 1,3루에서도 김지찬이 2루를 훔쳐 병살 가능성을 사전에 차단했다. 1사 만루에서 박해민의 2타점 2루타가 터졌다. 이어진 1사 2,3루에서 구자욱의 짧은 외야 뜬공 때 3루주자 김상수가 주저 없이 홈을 파고 들었다. 6-0.

다람쥐 도토리 모으듯 부지런한 움직임의 스몰볼로 하나둘씩 애써 모은 6득점. 자칫 순식간에 털어먹을 뻔 했다.

큰 걸음으로 성큼성큼 쫓아온 KT의 빅볼에 가슴을 쓸어내렸다. 홈런 4방을 앞세워 단숨에 1점 차까지 턱밑 추격을 했다.

0-6으로 뒤지던 5회 선두 타자 박경수의 시즌 4호 솔로포를 신호탄으로 한 이닝에 무려 3개의 홈런을 뽑아내며 4-6. 턱밑 추격을 했다.

박경수의 솔로포 이후 5회가 끝날 뻔 했다.

2사 후 조용호가 친 평범한 땅볼을 2루수가 뒤로 빠뜨리는 실책을 범했다. 2사 1루.

연장된 5회말 공격. 배정대와 강백호는 상대 실수의 작은 틈을 놓치지 않았다.

배정대는 3B1S에서 삼성 선발 백정현의 127㎞ 체인지업을 당겨 왼쪽 담장을 넘겼다. 후속 타자 강백호는 138㎞ 몸쪽 높은 투심을 거침 없이 돌려 오른쪽 담장을 넘겼다. 4-6으로 바짝 추격하는 KT의 시즌 첫 백투백 홈런. 삼성이 6회 서둘러 필승조 최지광을 올렸지만 선두 장성우가 좌중간 담장을 넘는 솔로포를 날리며 5-6을 만들었다.

KT의 큰 걸음 추격에 간담이 서늘했던 삼성. 수원징크스를 떠올릴 법 했지만 삼성에는 우규민과 오승환이 있었다. 두 투수가 더 이상의 장타를 봉쇄하며 승리를 지켰다.

두 노장 투수가 KT 장타를 억제하는 사이 마지막 쐐기 득점도 스몰볼로 올렸다. 6-5 살얼음판 리드를 지키던 9회 김지찬의 안타와 과감한 2루 도루에 이은 박해민의 적시타로 추가점을 올리며 승부에 쐐기를 박았다. 박해민은 "수원에서 이상하게 경기가 꼬이는데 팀이 이기는 데 도움이 되서 기쁘다"고 말했다.

천신만고 끝 진땀승을 거둔 삼성 허삼영 감독은 "선수들 모두 작은 틈이 보이면 주저 없이 허슬 플레이를 해주고 있다"며 몸을 아끼지 않고 적극적인 뛰는 야구를 펼친 야수들의 노고를 치하했다.

만에 하나 이날 경기가 뒤집어졌다면 꽤 오랫동안 부담으로 작용할 뻔 했던 수원 징크스. 삼성의 스몰볼이 KT 빅볼의 위협을 이겨낸 경기였다. 정현석 기자 hschung@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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