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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써 홀드가 11개나' 만약 두산 불펜에 이승진이 없었다면?

나유리 기자

입력 2021-05-12 11:28

'벌써 홀드가 11개나' 만약 두산 불펜에 이승진이 없었다면?
삼성 라이온즈와 두산 베어스의 2020 KBO 리그 경기가 6일 잠실구장에서 열렸다. 두산 이승진이 역투하고 있다. 잠실=허상욱 기자 wook@sportschosun.com/2021.04.06/

[잠실=스포츠조선 나유리 기자]선발도, 마무리도 아닌 중간 불펜 투수들은 스포트라이트를 받기 쉽지가 않다. 하지만 가장 자주, 가장 많은 경기를 준비하며 팀과 호흡한다.



두산 베어스에서는 이승진이 그런 존재다. 이승진은 자신에게 붙어있던 많은 물음표를 떼어내고, 1년이 채 걸리지 않은 시점에서 두산 불펜의 핵심으로 자리 잡았다.

지난해 SK 와이번스(현 SSG 랜더스)와의 트레이드를 통해 두산으로 이적한 이승진은 '미완성 유망주'에서 '완성형 필승조'로 거듭났다. 작년 시즌 후반부부터 본격적인 불펜 투수로 자리를 잡았다. 두산은 이승진에게 선발 등판 기회를 주기도 했지만, 선수 스스로가 "몸이 빨리 풀리는 스타일이고 긴 이닝을 던지면 체력적으로 힘들어서" 불펜을 선호했고 이것이 적중했다.

데뷔 이후 가장 긴장감 넘치는 상황에서, 가장 중요할 때 나오는 투수로 변신한 이승진은 그야말로 신나게 공을 던지고 있다. 올 시즌 개막을 앞두고 마무리 유력 후보로 꼽혔던 이승진은 마무리 투수 김강률 앞에서 타이트한 상황에 주로 등판 중이다.

벌써 17경기 등판(11일 기준). 김태훈(키움), 장현식(KIA)과 더불어 리그에서 가장 많은 경기에 등판한 투수다. 김태형 감독은 11일 잠실 키움 히어로즈전에서도 2점 차 실점 위기 상황에서 이승진을 올렸다. 1사 2,3루 위기에서 등판한 이승진은 첫 타자 김웅빈을 내야 땅볼로 처리하면서 1점을 주긴 했지만, 송우현을 다시 내야 땅볼로 돌려세우며 이닝을 마쳤다. 8회초 안타와 볼넷으로 주자 2명 출루를 허용한 이후에는 홍건희에게 뒤를 맡겼다. 홍건희가 무실점으로 8회를 막아냈고, 두산은 장원준-이승진-홍건희가 홀드를 1개씩 챙겼다. 마무리 김강률은 9회 세이브를 올렸다.

벌써 11세이브. 이승진은 홀드 순위에서도 당당히 리그 1위를 달리고 있다. LG의 필승조로 떠오른 김대유(9홀드)보다도 홀드 개수가 많다. 그러면서 시즌 평균자책점은 1.83으로 다시 끌어내렸다. 시즌 개막 후 7경기 연속 무실점 행진을 이어가던 이승진은 4월말 연속 실점을 내주기도 했지만, 5월들어 등판한 5경기에서는 1승4홀드를 기록했다. 무실점 행진도 6경기 연속 현재진행 중이다. 여전히 스트라이크와 볼. 제구에 대한 불안정감은 남아있지만, 이승진이 지난 1년 동안 얻은 최고의 소득은 자신감이다. 확실한 자신감이 붙으면서 긴박한 상황에서 오히려 더 좋은 성과를 내고 있다.

두산이 시즌 초반 중상위권 순위에 오를 수 있었던 것도 기복있는 선발진에 비해 안정적인 불펜 덕분이다. 또다른 필승조 박치국이 부상으로 잠시 빠져있지만, 멀지 않은 시점에 합류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승진과 김강률, 홍건희를 중심으로 한 불펜진의 고군분투가 두산의 뒷문을 떠받치고 있다.

잠실=나유리 기자 youll@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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