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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핫이슈]도마 위에 오른 '비공인' 배트, KBO가 직접 검토한다

나유리 기자

입력 2021-05-12 00:17

수정 2021-05-12 07:15

도마 위에 오른 '비공인' 배트, KBO가 직접 검토한다
롤링스사의 방망이를 사용하고 있는 오재원.잠실=송정헌 기자 songs@sportschosun.com/2021.05.11/

[잠실=스포츠조선 나유리 기자]두산 베어스 오재원은 11일 잠실 키움 히어로즈전에서 결승 적시타 포함 3안타를 때려내며 팀의 승리를 이끌었다. 그러나 엉뚱하게도(?) 화제는 그의 결승타보다 배트에 쏠리고 말았다.



상황은 1-1 동점이던 5회말 발생했다. 선두타자 오재원이 깨끗한 중전 안타를 치고 출루했다. 다음 타자 강승호가 타석에 들어서려는 찰나, 3루측 원정 더그아웃에서 키움 홍원기 감독이 나와 배병두 주심에게 무엇인가를 짧게 얘기하고 다시 들어갔다. 오재원이 안타를 친 배트를 들고 다른 심판들과 이야기를 나누던 주심은 잠시 주위에 상황을 설명하더니, 배트보이에게 오재원의 방망이를 수거하게끔 했다. 키움 선수들이 먼저 오재원의 배트와 관련된 이야기를 벤치에서 꺼냈고, 이를 전해들은 홍원기 감독이 직접 어필에 나선 것이다.

두산 구단은 경기 도중 곧바로 상황을 파악한 후 그 내용을 설명했다. 두산 구단 관계자는 "오재원의 방망이에 대한 어필이었다. 오재원은 미국 롤링스사가 만든 제품을 사용하고 있다. 롤링스 방망이는 지난해까지 KBO리그 공인 배트였다. 그런데 올해는 롤링스 수입 업체에서 이 배트를 쓰겠다는 선수가 없어서 KBO리그 공인 인증을 받지 않았다"고 이야기했다. 한마디로 오재원이 경기 도중 사용한 방망이가 '비공인 배트'라 지적의 대상이 된 셈이다.

오재원이 사용한 롤링스 방망이는 곧바로 수거됐고, 오재원은 이후 타석에서 팀 동료인 양석환의 방망이를 썼다. 추가 안타도 쳤다. 경기 후 취재진과 인터뷰에서 오재원은 자신의 과오를 인정했다. 오재원은 "2018년부터 롤링스 제품을 쓰고 있었다. 오늘 경기에 쓴 배트도 작년에 주문 제작을 해서 받은 방망이였다. 주위에 쓰는 사람이 없다 보니까 (공인 여부에 대해)신경을 쓰지 못했던 부분이 있다. 내 불찰"이라고 말했다. 오재원은 올 시즌 롤링스 제품과 일본의 제트사 제품을 번갈아 쓰고 있었고, 수거된 방망이가 마지막 한 자루 남은 롤링스 제품이었다. 오재원은 "다 부러지고 한 자루 남아있었다. 이제 맞는 제품을 찾아봐야 할 것 같다"고 덧붙였다.

사실 오재원이 부정 배트를 사용한 것은 아니다. 일단 11일 경기에 사용한 배트는 지난해 KBO의 공인을 받은 제품이었다. 두산 관계자는 "해당 배트를 살펴 보면 2020년도 KBO 공인 마크가 새겨져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롤링스사가 지난해에는 공인 업체였다가, 올해는 비공인 업체였기 때문에 지난해 인증을 받은 배트를 올해 사용하는 것 역시 받아들여지지 않는다. KBO 관계자도 "지난해 인증을 받은 방망이라고 해도 올해는 공인을 받은 제조업체가 아니기 때문에 사용해서는 안되는 게 맞다"고 이야기했다.

KBO는 매해 연초에 공인 배트 승인 신청을 공식적으로 받고 있다. 올해는 1월 5일부터 13일까지 진행됐다. 승인을 받고싶은 제조 업체는 공인 신청서와 배트 샘플, 기타 필요한 서류들을 기간 내에 제출해야 한다. 이때 신청을 하지 않거나, 승인을 통과하지 못한 업체는 '비공인'이다. 롤링스의 경우, 메이저리그에서 사용하는 공, 글러브, 방망이 등을 생산하는 메이저 기업이다보니 무척 친숙하지만 방망이의 경우 한국 타자들의 사용율이 매우 떨어져 올해 승인 신청 자체를 하지 않았다.

2021 공식야구규칙 6.03 [타자의 반칙행위]에 대한 항목을 살펴 보면, [심판원은 타자가 부정 배트 또는 비공인 배트를 사용한 사실을 타격 전이나 타격 중에 발견하였을 경우 경고 후 곧바로 교체하고 제재금 200만원을 과하며, 발견 시점이 타격 완료 직후일 경우에는 해당 기록 무효 처리 후 곧바로 아웃을 선고하고 제재금 500만원을 과한다. 또한 경기종료 이후 발견하였거나 경기 중이라도 규칙상 어필 시기가 지난 이후 발견하였을 경우에는 기록은 인정되나 제재금 500만원을 과한다]고 표기돼 있다. 물론 현장마다 상황이 다르고, 심판들이 고의성 여부를 판단해 진행하기 때문에 즉시 적용되는 부분도 사례마다 다를 수 있다. 키움-두산전에서는 배트를 수거하고 다른 배트를 사용하는 것으로 현장 상황은 일단락 됐다.

KBO는 수거한 배트를 12일 직접 살펴보고 향후 제재에 관해 논의를 할 예정이다. 오재원의 고의적인 행동이 아닌, 미처 파악하지 못한 실수에 가깝지만 비공인 방망이를 경기에 사용한만큼 제재 자체를 피하기는 힘들 것으로 예상된다.

잠실=나유리 기자 youll@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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