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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포커스]'순둥이' 피렐라는 왜 성난 황소로 돌변했을까

정현석 기자

입력 2021-05-12 13: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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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둥이' 피렐라는 왜 성난 황소로 돌변했을까
양키스 시절인 2015년 수비 도중 펜스에 부딪히는 피렐라. 뇌진탕 증세를 호소한 바 있다. AP연합뉴스

[스포츠조선 정현석 기자]삼성 라이온즈 초반 상승세를 이끌고 있는 효자 외인 호세 피렐라.



11일 KT전에서도 맹활약 했다. 투런 홈런을 포함, 4타수 3안타 2득점 2타점.

11홈런과 48안타로 홈런과 최다안타 공동 선두로 나섰다. OPS(1.107) 1위, 타율(0.369) 3위, 타점(30개) 5위 등 전방위 활약. 올시즌 외국인 타자 10명 가운데 단연 최고의 활약이다.

늘 웃는 낯과 춤을 곁들인 유쾌한 제스처로 덕아웃에도 활력을 불어넣고 있는 흠 잡을 데 없는 외국인 타자.

하지만 이날 경기에서는 이례적인 모습이 포착됐다. 데뷔 후 처음으로 불같이 화를 냈다. 머리에 맞는 사구 탓이었다.

6-9로 뒤진 7회초 선두타자로 나선 피렐라는 KT 주 권의 141㎞ 패스트볼에 헬멧을 맞자마자 격분한 듯 벌떡 일어서 마운드로 달려가는 과격한 제스처를 취했다. 주심이 빠르게 진로를 막아서지 않았다면 벤치 클리어링으로 이어질 번 했다.

선두 타자였던데다 타이트 한 경기 상황. 당연히 의도된 공은 아니었다.

하지만 '순둥이' 피렐라는 분을 참지 못했다. 왜 그랬을까.

타자 입장에서는 순간 오해할 소지가 있긴 했다.

우선 이전 타석에서 4-4 균형을 깨는 역전 투런 홈런을 날렸다. 주 권과의 승부 상황에서도 심상치 않았다. 2구째 체인지업을 맘껏 휘둘러 까마득하게 멀리 날라가는 대형 파울 홈런을 날렸다.

물 오른 타격감의 피렐라. 주 권 입장에서는 더욱 조심할 수 밖에 없었다. 코너를 찌르지 않는 한 패스트볼은 위험한 공이 될 수 밖에 없었다. 살짝 긴장한 상태에서 지나치게 몸쪽 코너에 바짝 찔러 넣으려다 손에서 공이 빠졌다.

진짜 이유는 피렐라의 과거 경력에서 유추해볼 수 있다.

빠른 발을 바탕으로 열정적인 허슬 플레이를 즐기는 에너지 넘치는 피렐라. 뉴욕 양키스 유망주 시절이던 2015년 타구를 쫓다 펜스에 머리를 부딪힌 적이 있다. 당시 뇌진탕 증세를 호소했다.

모든 선수는 부상 전력이 있는 부위에 예민해질 수 밖에 없다. 그 부위가 머리 쪽이라면 말할 필요가 없다. 피렐라는 홈런 치고 들어와 동료들의 축하를 받을 때조차 헬멧을 두드리면 슬그머니 벗는다. 그만 치라는 의미다. 머리 쪽에는 작은 터치도 피하고 싶은 예민함이 있다.

순둥이 피렐라의 이유 있는 격분. 이로 인해 삼성팬들도 과도하게 흥분했다. 일부 팬들은 고의성이 없었던 주 권의 SNS에 항의의 글을 올리기도 했다.

하지만 주 권은 사구 직후 피렐라에게 사과의 제스처를 취했다. 심지어 경기 직후 통역을 대동하고 피렐라를 찾아 정식으로 사과를 했다.

잠시 오해가 있었지만 훈훈하게 마무리 된 피렐라 헤드샷 사건.

귀한 몸이 된 피렐라 자신도, 벤치도, 팬들도 모두 화들짝 놀랐던 장면이었다. 정현석 기자 hschung@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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