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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핫포커스]신뢰일까 고집일까, 달라진 게 없는 롯데의 '주전' 집착의 끝은

김영록 기자

입력 2021-05-05 09:59

수정 2021-05-05 1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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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뢰일까 고집일까, 달라진 게 없는 롯데의 '주전' 집착의 끝은
롯데 손아섭. 최문영 기자 deer@sportschosun.com

[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1번부터 5번까지는 똑같다. 나머지 라인업에서 약간 변화를 줬다."



2021시즌 매 경기 라인업을 묻는 질문에 허문회 감독이 일관되게 해온 답변이다.

선수 기용은 감독의 고유 권한이다. 그리고 감독은 성적으로써 그 책임을 진다. 롯데 자이언츠는 지난해 7위로 가을야구에 실패했다. 팀당 25~26경기를 치른 올해 현재 10위다.

물론 전체 시즌의 17%밖에 치러지지 않은 초반이다. 하지만 그런 위안을 삼는데도 이유가 필요하다. 부상으로 장기 이탈한 선수가 있거나, 신예 선수들의 옥석 가리기가 대표적이다,

허문회 감독은 시즌 전만 해도 "선수들이 준비를 잘해왔다", "어린 선수들이 기대된다"고 거듭 말했다. 하지만 롯데는 초반부터 주전들을 풀가동하며 전력질주해왔다. 개막 이후 안치홍부터 손아섭 전준우 이대호 정훈으로 이어지는 베테랑 중심 라인업을 고수하고 있다. 정훈이 부상으로 빠졌을 때 그 자리에 마차도가 들어갔을 뿐이다. 정훈이 복귀하자 다시 이전의 타순으로 돌아왔다.

타격에는 부침이 있기 마련. 정훈과 이대호, 안치홍은 아직 OPS(출루율+장타율) 0.8 중후반의 준수한 기록을 유지중이다. 반면 시즌초 타격 1위를 질주하던 전준우는 최근 6경기에서 21타수 1안타의 부진을 겪으며 타율은 3할 아래, OPS도 0.8 미만으로 내려앉았다. 손아섭은 개막 이래 일관된 부진 속 어느덧 OPS가 0.606까지 추락한 상황. 공교롭게도 손아섭과 전준우는 올시즌 전경기 선발출전 중인 팀내 유이한 선수들이다.

올시즌 롯데가 좋은 성적을 내려면 어차피 제 역할을 해줘야하는 베테랑들이다. 하지만 이 정도면 타순을 바꿔주는 등 변화가 필요하다. 현재의 손아섭은 강한 2번도, 전통적인 2번도 아니다.

반면 팀내 OPS 1위(0.923)인 한동희는 올해는 일관되게 7, 8번에만 기용되고 있다. 허 감독은 "부담감을 덜어주기 위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한동희는 이미 지난해를 기접으로 확실하게 레귤러로 발돋움했다. 정작 한동희가 확실한 입지를 잡지 못했던 작년에는 1, 3, 4번을 제외하고 다양한 타순에 기용했었다. 한화 이글스 노시환은 지난해 한시즌 내내 중심타선에 기용된 결과 올해 타격에 눈을 떴다. 강백호나 이정후처럼 데뷔 시즌부터 리드오프 혹은 중심타자로 활약하는 선수도 있다.

정훈의 경우 지난해 민병헌이 빠진 리드오프 역할을 훌륭하게 해냈다. 하지만 올해 정훈이 리드오프로 기용된 건 5월 2일 한화 전이 처음이었다. 올시즌 처음으로 안치홍이 선발에서 빠지고 오윤석이 2루수로 선발출전한 날이다.

이쯤 되면 허문회 감독의 머릿속에는 다 계획이 있는 셈이다. 다만 그 계획이 오로지 정면만을 바라보는 모양새다. 팀의 분위기 전환, 또는 상대팀이나 선발투수에 맞춘 타순 변경을 고려하기보단 '올해 리드오프는 안치홍, 안치홍이 휴식으로 빠졌을 때는 정훈' 하는 식으로 정해진 알고리즘이다. 이에 따르면 김민수 배성근 추재현 등 신예 선수들의 출전 기회는 '주전들이 부상당했을 때'에 국한된다.

'잘하고 있으니 밀어붙인다'는 건 강팀의 특권이다. '준비한 대로 우리 것을 잘 하면 이긴다'는 것 또한, 체급에서 앞서는 강팀이 신생팀을 상대하는 것 같은 경기 운영이다.

타선만의 문제가 아니다. 거듭된 난조에도 기존 불펜진에 대한 무한 신뢰가 이어지고 있다. 허 감독은 "2군에 좋은 선수가 있었다면 벌써 스프링캠프 때 올라왔을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현재 롯데 1군 불펜 중 WAR(대체선수 대비 승리 기여도)이 마이너스인 선수가 무려 4명이나 된다. WAR은 누적 스탯이라 출전이 많을수록 유리하다. 10이닝(아웃카운트 30개)를 넘기고도 단 1차례 등판해 1아웃을 잡은 게 전부인 강태율(0.01)만도 못한 경우도 있다. 흔히 말하는 '분위기 전환'의 필요성도 없는 걸까.

반면 선발 이승헌의 경우 지난 4월 14일 KIA 타이거즈를 상대로 6이닝 2실점으로 잘 던진 직후 "잡아줘야할 부분이 있다"며 1군에서 말소시켰고, 지난 1일 한화전 난조 후에는 "시즌 전 준비를 잘못한 것 같다"는 강도높은 비판과 함께 즉각 말소됐다. 이승헌의 무너진 투구폼과 별개로, 선수를 대하는 태도의 차이를 지적받을 수밖에 없다.

청담동=김영록기자 lunarfly@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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