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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장님들의 야구장 나들이 패션…워스트는 신동빈, 베스트는?

이정혁 기자

입력 2021-05-03 0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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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장님들의 야구장 나들이 패션…워스트는 신동빈, 베스트는?
프로야구 구단주들의 야구장 나들이 패션은 항상 큰 관심을 모은다. 야구장 패션이 팬들과의 소통 수단 중 하나로 인식되는 만큼 구단주들의 꾸민듯 꾸미지 않은 패션 센스를 비교해 봤다.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신동빈 롯데 구단주, 정용진 SSG 구단주, 김택진 NC 구단주, 정의선 KIA 구단주. 스포츠조선DB

회장님들의 '야구장 패션'이 화제네요.



프로야구, 출범 당시와는 '확' 판이 달라졌습니다. '의무'적으로 구단을 만들었던 1, 2세대와 달리 가업을 승계한 새로운 구단주들의 패기와 자존심이 격돌하는 무대가 됐죠. 덩달아 과거 천편일률적인 스타일과는 조금씩 색깔이 달라지면서, 개성 또한 확연히 갈리고 있습니다.

회장님의 야구장 나들이 결코 간단하지 않습니다. 소통을 위한 장이지만, 난이도로 따지면 극상입니다. 머리에서 발끝까지, 패션과 포즈, 표정 모두 무방비로 노출되니까요. 사전 실무진의 기획도 중요하고, 현장에서 회장님의 애브리브도 핵심입니다. 대박이 나면 그룹 이미지는 업그레이드, 반대의 경우는 ㅠㅠ , 말그대로 헛고생을 한 거죠.

최근 '용진이형' 정용진 SSG 랜더스 구단주의 도발과 이에 응수한 신동빈 롯데 자이언츠 구단주의 야구장 방문이, 지난주 내내 핫클릭을 불렀는데요, 그럼 '소통'의 주요 평가 기준인 패션을 놓고, 누가 장외경쟁에서 이겼는지 따져볼까요?

자고로 '까는' 뉴스가 재미있는 법, 워스트부터 소개하면 바로 '깔맞춤' 신동빈 구단주입니다.

▶'투머치(Too Much)' 신동빈 롯데 구단주

기획부터 최종 연출까지 '낙제점'입니다.

이날 신 구단주의 나들이는 타이밍부터 안 좋았습니다. 제가 홍보담당이었다면 완전 말렸을 겁니다. 왜냐 잘해봤자, 중간 이상 가기 힘들기 때문이죠.

일단 타이밍부터 문제입니다. "걔네들(롯데그룹)은 울며 겨자 먹기로 우리를 쫓아와야 할 것"이라고 정용진 구단주가 계속 도발을 해온 뒤라, '뒤늦은' 방문은 자연스럽게 신 구단주가 정 구단주의 도전장을 받아든 모양새로 보이게 됐죠. 이슈 선점에서 일단 진 겁니다. '주연 정용진, 조연 신동빈'이 된 판이죠.

그런데 이를 뒤엎을 한 방, 패션에서도 완전 '삑사리'가 났습니다. 패션의 기본은'자연스러움'입니다. 최근 아카데미 수상으로 화제가 된 윤여정 배우가, 시상식 드레스를 고를 때 한 명언이 있죠, '나는 공주가 아니야'라고. 입어서 편하고 자연스럽지 않으면 아무리 명품이어도 'NO'라는 이야긴데요. 딱 신 구단주님께 드리고 싶은 조언입니다. 과한 깔맞춤 패션이 마치 '이 옷은 내게 아니야'라고 광고하는 듯 했는데요. 경기중에 쓰셨던 흰 마스크가 차라리 나았을 듯, 촬영을 의식해 준비하신 롯데 마스크부터 점퍼, 모자까지 과한 로고 범벅이 '올드'해 보입니다. 마치 새마을 운동 시대 촬영을 앞둔 기념복 느낌까지 난다고 하면 너무 과한가요? ㅠㅠ

사실 요즘 롯데그룹, 고민이 많은 듯합니다. 야심작이 기대에 못 미치는 성적을 거뒀죠. 신사업 진출 소식은 다양하게 들려오지만, 뭔가 새 흐름을 이끈다는 느낌이 없습니다. 올 초 최고 경영자들이 마켓컬리 김슬아 대표까지 불러 특강도 받았다죠. 그만큼 MZ세대에 대한 접근법이 고민된다는 이야긴데요.

야구장에서 제대로 연출만 됐다면, 구단주님의 환한 웃음과 스타일리시한 패션만으로 가볍게 MZ세대의 눈길을 사로잡을 수 있었을텐데요. 완전 아쉽습니다.

여기다가 '엔딩' 기획까지 ㅠㅠ입니다. 이왕 오신거, 야구를 정말 사랑하시는 모습을 '연출'이라도 해주셨음 좋았는데요. 지고 있어서 그런건지, 7회 야구장을 떠나셨다네요.(우연의 일치 일까요, 이날 카메라에 잡힌 신 구단주님의 모습은 근엄하기 짝이 없습니다. 옆에 계신 홍보 담당자가, 살짝 조언 좀 해주시지, 활짝 활짝 웃으시라고).



▶'패션더비' 승자는 정용진 SSG 구단주

패션도 스토리입니다. 그런 면에서 정 구단주의 촉이 귀신 같습니다. SSG 유니폼과 자신의 패션을 활용, 기승전결 스토리를 만들어 냈는데요. 한 수 위로 보입니다.

일단 '기', 호기심 유발입니다. 오디오 SNS 플랫폼 클럽하우스에서 유니폼 색깔이나 팀명에 대해 살짝 흘리면서 관심을 불러일으킵니다.

'승', SNS에 빨간색 유니폼 사진을 올리면서 관심을 이어갔죠.

클라이막스를 향해 달려가는 '전', 정작 개막전에서는 아주 편한 옷차림이 눈에 띕니다.

이날 예상과 달리 본부석 뒤 일반 테이블석에 자리를 잡은 정 구단주는 전형적인 구단 점퍼에서 탈피해 야구장 나들이가 아주 자연스러운, 보통 야구팬처럼 보이는 패션을 택했습니다.

넥타이는 당연히 없죠. 윗 단추를 살짝 푼 와이셔츠, 소매까지 살짝 걷어올려서 활동적인 느낌을 줍니다. 카메라를 전혀 의식하지 않은 듯, 유독 활동적인 모습이 많이 잡힌 것도 특징입니다. 관중들에게 사인을 해주거나 경기 중간중간 박수를 치는 등, 표정 변화도 눈에 띕니다. 패션의 진정한 완성은 '미소'라는 말이 절로 떠오르는데요. 박수를 치고 웃으면서 경기를 관람하는 모습이, '찐 팬' 같습니다. 요즘 Z세대, 진정성을 최고로 따지는데, 그런 점에서 이날 정 구단주 패션은 합격점을 받을 만 했죠.

여기에 '결', 여운입니다. 100번 유니폼 이벤트로, 눈을 못떼게 만드네요. "야구를 보면서 우리 기업을 한 번 더 기억에 남길 수 있도록 콘텐츠를 만들고 우리 이름을 오르락내리락 하게 하고 싶다"더니, 진정한 호기심 '유발러'입니다.

정 구단주는 그동안 롯데를 계속 도발해왔죠. "본업과 연결시키지 못하는 롯데를 보면서 야구단을 꼭 해야겠구나 생각했다"는 애교 수준인데요. '롯데와 신세계' 유통 맞수의 경쟁 무대가 야구판으로 옮겨왔다는 점에서, 정 부회장의 '도발 작전'은 '악플보다 무서운게 무플'이라는 홍보의 기본에 충실한 것이라 할 수 있죠. 그런 점에서도 이번 패션 더비 승자는 정 구단주입니다.



긴장감 넘치는 유통 양대 그룹의 패션 이야기는 이쯤 하고, 또다른 야구장 패션을 살펴볼까요? 정의선, 김택진 두분 모두 180도 다른 스타일로 호평을 받는 경우입니다.



▶'꾸안꾸' 정의선 KIA 구단주

정의선 KIA 타이거즈 구단주는 재계에서도 알아주는 패셔니스타죠. 안 꾸민듯 한데, 자세히 보면 디테일 하나하나 엄청 신경쓴 스타일링이에요. '꾸안꾸'(꾸민 듯 안꾸민 듯, 자연스러운 스타일을 뜻하는 신조어)의 정석입니다.

지난 2017년 한국시리즈 5차전 경기전을 보시죠. 얼핏보면 구단 점퍼를 입은, 평범한 선택인데요. 상하의를 자세히 보세요. 기아의 레드 컬러와 잘 어울리는 블랙입니다. 특히 상의로 라운드 티를 매치, 캐주얼한 느낌을 제대로 살렸죠. 여기에 만약 '군청색 양복바지'를 입었다고 생각해보세요. 패션 테러리스트까지는 안가도, 지금의 캐주얼한 느낌이 안나왔을 겁니다. 블랙 라운드티 안에 흰색 티셔츠를 살짝 보이게 입은 센스도 보통이 아닙니다.

정 구단주의 '꾸안꾸' 스타일을 잘 보여주는 또 다른 컷 하나. 야구장은 아니지만 지난해 K리그 우승 당시 의상을 보세요. 초록색 구단 마스크에 집중했습니다. 상하의는 캐주얼하면서, 마스크와 잘 어울리는 컬러입니다. 덕분에 회장님의 젊은 감각은 제대로 살리면서도, 구단 로고로 시선이 집중되는 '홍보' 효과까지 제대로 거뒀죠. 더불어 역동하는 현대차 이미지가 자연스럽게 떠오르니, '잘입은 회장님 옷이 열 홍보 효과 안부럽다'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입니다. ㅎㅎ





▶TPO의 정석. 김택진 NC 구단주

지(知, Know)와 호(好, like)와 낙(樂, enjoy) 중 가장 최고는 즐기는 거죠. 아무리 많이 안다고 해도, 좋아하고, 더 나아가 즐기는 사람은 절대 못이깁니다.

어릴 적 롯데팬이었다는 김택진 NC 다이노스 구단주는 성공한 야구 '덕후'의 대명사죠. 구단 인수 초기, 야구장 나들이 때는 넥타이까지 갖춘 정장 차림이더니, 차츰 야구 덕후다운 옷차림으로 변모하더군요. 또 카메라에 잡힌 표정이 얼마나 생동감이 넘치는지(이래서 진심은 못 속이는거죠. 형식상 나들이를 한 회장님들은 절대 안나오는 표정이 자주 포착되는 것을 보면요) 야구를 좋아하고, 그 순간을 즐기는 티가 역력했습니다.

김택진 구단주의 의상은 지난해에 '집행검'과 함께 화제였습니다. 점퍼, 모자, 로고 티셔츠 등 어찌보면 전형적인 패션인데, 청바지가 '신의 한 수' 였습니다. 예의상 보좌관이 건넨 준 유니폼을 입은 듯한 느낌이 전혀 안듭니다. 여기에 캐주얼한 버클 벨트로, 마치 미드에서 본 듯한 젊은 CEO 이미지를 '확확' 살립니다. TPO(시간(time)·장소(place)·상황(occasion))에 충실하면서도 김택진 만의 개성과 스타일을 잘 살린 셈이죠.

여기에 과감한 마무리 패션, 운동화도 칭찬받을 만하네요. 어글리 슈즈 스타일로, 다소 작은 키를 가볍게 커버 해주는 패션 센스까지 입증했죠. 이정혁 기자 jjangga@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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