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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초점]'노시환 휴식→박정현 펄펄' 한화 건강한 리빌딩의 증거

박상경 기자

입력 2021-05-02 17:49

수정 2021-05-03 05:10

'노시환 휴식→박정현 펄펄' 한화 건강한 리빌딩의 증거
◇한화 박정현. 허상욱 기자 wook@sportschosun.com

[스포츠조선 박상경 기자] 2일 부산 사직구장.



롯데 자이언츠를 상대로 주말 3연전 중 2연승을 거둔 한화 이클스의 카를로스 수베로 감독(49)은 내야수 노시환(21)을 선발 라인업에서 제외했다. 체력 관리 차원에서의 선택. 노시환은 이날 전까지 한화가 치른 24경기 중 22경기에 나섰다. 지난달 18일 창원 NC 다이노스전부터 12경기 연속 출전을 기록했다.

하지만 수베로 감독의 결정에 물음표도 뒤따랐다. 노시환의 감은 꽤 괜찮았다. 이틀간의 롯데전에서도 9타수 4안타 4타점의 좋은 성적을 거뒀다. 올 시즌 WAR(대체 선수 대비 승리 기여도)도 1.19(스탯티즈 기준)로 한화 타자 중 가장 뛰어나다. 시즌 첫 스윕승에 도전하는 시점에서 '감 좋은' 노시환을 빼는 게 쉬운 선택은 아니었다.

수베로 감독이 선택한 카드는 박정현(21). 이날 경기 전까지 17경기 타율이 1할9푼7리(61타수 12안타)에 불과했다. 간결한 수비 능력은 노시환이 비운 3루수 자리를 커버하기에 충분했지만, 타격 면에선 기대를 하기 쉽지 않았다. 이날 한화 타선이 좌타자 상대에 약점을 보였던 노경은 공략을 위해 변화를 택했지만, 상대 전적이 없는 박정현의 기용은 이런 전략과는 동떨어져 있었다.

수베로 감독은 그동안 자연스러운 리빌딩에 초점을 맞춘 운영을 해왔다. 백업 선수들에게도 주기적으로 출전 기회를 줘야 나중에 주전으로 뛸 때 능력을 발휘할 수 있다는 지론이었다. 연승-연패 흐름에 개의치 않고 선수를 두루 기용하는 환경을 만들어야 결국 성장할 수 있다는 확고한 믿음을 갖고 있다. 박정현이 비록 결과를 내지 못하더라도 경험을 통해 성장하길 바라는 마음을 담고 있었다.

박정현은 자신에게 주어진 기회를 멋지게 살렸다. 9번 타자-3루수로 출전한 박정현은 이날 4타수 3안타 2타점을 기록했다. 팀이 3-4로 뒤지고 있던 6회초 1사 2, 3루에서 2타점 역전 적시타를 친 장면이 백미였다. 5-4의 팽팽한 리드가 이어지던 7회말 수비에선 롯데 전준우와 이대호가 친 어려운 바운드의 타구를 잇달아 걷어내면서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그동안의 안타 갈증과 데뷔 첫 3안타 경기, 지난 12년간 사직에서 맛보지 못했던 스윕승의 기쁨까지 선물이 한 보따리 쏟아졌다. 벤치에서 경기를 지켜본 노시환이나 수베로 감독 모두 웃음 지을 수 있는 날이었다.

지난 시즌을 마친 뒤 한화가 리빌딩을 선언할 때만 해도 회의적인 시각이 대부분이었다. 다수의 베테랑이 팀을 떠나고 젊은 선수들이 엔트리를 채운 가운데 KBO리그 '초보 사령탑'인 수베로 감독이 성과를 내기 쉽지 않을 것이라는 예측이 가득했다. '절대 1약'이라는 달갑잖은 꼬리표도 뒤따랐다. 하지만 한화와 수베로 감독은 흔들림 없이 리빌딩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 노시환의 휴식과 박정현의 맹활약은 한화의 건강한 리빌딩을 상징하기에 부족함이 없다.

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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