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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괜찮은 걸까?" 156㎞ 헤드샷에 의연했던 수퍼스타, '불안감 소용돌이' 뒤늦은 고백

김영록 기자

입력 2021-05-02 1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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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괜찮은 걸까?" 156㎞ 헤드샷에 의연했던 수퍼스타, '불안감 소용…
얼굴이 괜찮다는 것을 보여주는 하퍼. 사진=하퍼 SNS

[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감정이 소용돌이쳤다. 머리는 왜 이리 아픈지, 내가 괜찮아질 수 있을지 걱정됐다."



얼굴에 97마일(약 156㎞) 직구를 맞은 뒤에도 겉으로는 여유가 있었다. 하지만 수퍼스타도 사람이다. 속내는 불안감으로 가득했다.

'3660억원의 사나이' 브라이스 하퍼(필라델피아 필리스)는 2일(이하 한국시각) 뉴욕 메츠 전에 손목 통증으로 결장했다. 이날 가진 화상 인터뷰에서 하퍼는 '그날밤'의 진심을 드러냈다. 그는 "그날 밤 내 곁에는 천사가 있었던 게 분명하다. 나는 축복받은 남자"라며 당시의 아찔했던 상황을 회상했다.

"이렇게 대화를 나눌 수 있다는 게 기분좋다. 공에 맞고 첫 1시간 동안은 여러가지 감정이 나를 지배했다. '내 머리 왜 이래? 내 얼굴, 몸 어떻게 된 거지? 나 괜찮은 걸까?'라는 생각이 계속 들었다."

하퍼의 표현에 따르면 '이보다 얼마나 더 당황할 수 있는지 궁금할만큼 당황했던 밤'이었다. 하퍼는 "너무 아파서 그날밤 잠을 거의 자지 못했다. '몇 인치 위, 또는 몇 인치 알애에 맞았다면'이란 생각도 들었다. 아마 지금과는 상황이 다를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하퍼는 지난달 29일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 전에 뜻하지 않은 사구(死球)에 직면했다. 제네시스 카브레라의 대포알 같은 싱커가가 하퍼의 손목을 스쳐 얼굴을 강타한 것. 하퍼는 침착했다. 얼굴에서 피를 흘리면서도 즉각 더그아웃으로 향했다. 다행히 검진 결과도 큰 문제가 없었다. 특히 안면과 코의 뼈에 부상이 없었다.

다음 대처도 신속했다. 하퍼는 헤드샷을 맞은 당일 오후 SNS 영상을 통해 자신의 무사함을 알리는 한편, "내 얼굴은 그대로다. 코도 괜찮다"며 팬들을 안심시켰다.

이날 하퍼의 부상 직후 디디 그레고리우스가 연달아 사구를 맞았다. 이에 조 지라디 필라델피아 감독은 "투수가 제구가 안되는 상황"이라며 카브레라의 퇴장을 요구하다 자신이 퇴장당했다.

경기 후 마이크 실트 세인트루이스 감독도 "절대 의도한 결과가 아니다. 하퍼가 건강하길 바란다. 3타자 규정(올시즌 MLB가 신설한, 투수는 반드시 3타자 이상을 상대하게 한 규정)의 완벽한 실패"라며 카브레라를 교체할 수 없는 상황에 미안함을 표했다. 실트 감독은 따로 하퍼에게도 "부디 아무 부상이 없길 바란다"는 내용의 메시지를 보냈다.

하퍼의 입장은 그때와 마찬가지다. 하퍼는 "카브레라에 대한 악의는 전혀 없다. 야구하다 보면 있을 수 있는 일"이라며 수퍼스타다운 배포를 드러냈다. 다만 이날 결장에 대해서는 "얼굴보다는 손목 통증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하퍼는 빅리그 타자들 중 마이크 트라웃(LA 에인절스)과 쌍벽을 이루는 수퍼스타다. 2012년 전체 1픽으로 워싱턴 내셔널스에 입단한 뒤 신인왕을 차지했고, 2015년에는 만장일치로 역대 최연소(23세) 리그 MVP를 거머쥐며 '예정된 괴물'의 무게감을 뽐냈다. 이후 2018년 13년 3억3000만 달러(약 3659억원)로 MLB 역사상 최고액 FA 신기록을 경신하며 필라델피아로 이적해 뛰고 있다.

김영록 기자 lunarfly@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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