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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이슈]'1일 3야수→첫 삼진+ERA 0' KBO 40년史 새로 쓰는 롯데표 '야수 불펜'

김영록 기자

입력 2021-05-02 10:45

수정 2021-05-02 1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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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일 3야수→첫 삼진+ERA 0' KBO 40년史 새로 쓰는 롯데표 '…
4월 17일 삼성 전, 1루수 오윤석이 마운드에 올랐다. 배성근은 마운드에서 3루로 자리를 옮겼다. 프로야구에겐 꽤나 보기드문 장면이다. 정재근 기자 cjg@sportschosun.com

[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롯데 자이언츠가 KBO 40년사에 없었던 '야수 불펜'의 신기록을 연일 작성하고 있다. 하지만 팬들의 흥미 유발에는 실패한 모양새다.



롯데는 1일 한화 이글스 전에서 3대11로 대패했다. 이날 허문회 감독은 8회와 9회, 내야수 김민수와 배성근을 불펜으로 기용했다.

김민수는 처음, 배성근은 2번째 등판이다. 김민수는 추재현 배성근 오윤석 강태율에 이어 올시즌 롯데가 불펜으로 기용한 5명째 야수가 됐다. 개막 한달 만에 벌어진 일이다. 이쯤 되면 13명의 투수 외에 따로 꾸려진 '야수 불펜'이라고 불러도 될 정도다.

일반적으로 야수의 등판은 '고육지책'으로 분류된다. 치열한 승부 끝에 다음날 선발을 제외한 투수 엔트리를 다 쓴 경우가 대표적. 또는 패배가 사실상 확정된 경기에서 백기를 드는 차원이다. 간혹 강백호(KT 위즈)의 등판처럼 일종의 팬서비스형 이벤트가 이뤄지기도 한다. 메이저리그(MLB) 출신 맷 윌리엄스 KIA 타이거즈 감독이나 카를로스 수베로 한화 감독이 종종 활용한다.

하지만 허문회 감독의 야수 활용은 훨씬 적극적이다. 불펜 투수를 아끼는 차원에서 야수를 등판시키고 있다. 수베로 감독은 올시즌 정진호를 2번, 강경학을 1번 등판시켰을 뿐이다. 반면 허 감독은 벌써 5명이다. 그것도 마지막 이닝이 아닌 7회, 8회부터 야수들이 등판한다.

허 감독은 "불펜 투수들을 아끼기 위해서 어쩔 수 없었다"는 입장을 거듭 밝혀왔다. 팬서비스도 아니고, 투수가 없어서도 아니라는 것. 말 그대로 '추격조'로의 활용이다.

추격조 역할을 꽤나 잘하고 있다는 게 아이러니하다. 불펜으로 나선 5야수는 아직 단 한점도 내주지 않았다.

이 과정에서 KBO리그 40년사에 없었던 신기록도 거듭 추가되고 있다. 4월 17일 삼성 라이온즈 전에는 추재현 배성근 오윤석이 잇따라 마운드에 올라 KBO 역사상 첫 3인 야수 등판의 기록을 남겼다. 이어 4월 22일에는 강태율이 등판했고, 1일 경기에는 김민수와 배성근이 각각 삼진 하나씩을 잡아내며 KBO 역사상 첫 '삼진을 잡은 야수'가 됐다. 역사상 한번도 없었던 기록이 하루에 2명이나 나왔다.

적어도 한화 전 허 감독의 '야수 불펜' 가동은 일견 이해할만 했다. 선발 박세웅과 이승헌이 이틀 연속 조기 강판되면서 불펜 소모가 컸다. 롱릴리프인 서준원이 이틀간 5이닝을 책임져야했을 정도다.

하지만 문제는 이번이 3번째라는 것. 야수의 투수 등판은 아무리 메이저리그(MLB)라 해도 올시즌의 롯데처럼 자주 쓰는 카드는 절대 아니다. 올해 롯데는 고작 24경기를 치렀을 뿐이다.

8회 김민수, 9회 배성근이 잇따라 마운드에 오르자 사직구장을 떠나는 팬들의 모습도 포착됐다. 팬들에겐 신기하고 재미있기보단, '경기 포기 의사'로 받아들여질 뿐이다. 진짜로 '돈 내고 보기 싫은 경기'였던 셈이다.

김영록 기자 lunarfly@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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