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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우현 데뷔 첫 끝내기 안타, 아버지 송진우 투수대타 끝내기 20년 만에 소환 [붕어빵 스토리]

정재근 기자

입력 2021-04-29 12: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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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우현 데뷔 첫 끝내기 안타, 아버지 송진우 투수대타 끝내기 20년 만에…
전무후무한 '투수 대타 끝내기'의 주인공 송진우. 정확히 20년 후 아들이 프로 데뷔 첫 끝내기의 주인공이 됐다. [고척=스포츠조선 정재근 기자]

키움 송우현이 드디어 1군 무대에서 빛을 발하고 있다. 끝내기 안타까지 때려내며 팀 승리를 결정지었다.





28일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두산과 키움의 경기. 송우현이 기나긴 승부의 마침표를 찍었다. 연장 11회말 4-4 동점 상황에서 키움이 1사 만루의 끝내기 찬스를 얻었다. 타석에 선 송우현은 윤명준의 5구째 공을 당겨쳐 끝내기 우전안타를 만들어냈다.

이날 승리로 3연승을 달린 키움은 꼴찌 탈출에 성공했다. 끝까지 집중력을 잃지 않은 키움의 짜릿한 역전승이다. 송우현은 1-3으로 뒤진 8회 4번째 타석에서 좌중간을 가르는 1타점 2루타로 2루주자 서건창을 불러들였다. 곧바로 대타 허정협의 적시타가 터지며 동점 득점까지 올렸다.

송우현의 최근 활약이 눈부시다. 22일 2안타를 시작으로 6경기 연속 안타 행진이다. 잠깐 위기도 있었다. 3일 개막전에서 선발 출전해 프로 데뷔 첫 안타를 쳤다. 3타수 2안타 2타점으로 홍원기 감독의 눈도장을 찍었다. 하지만 이후 4경기에서 무안타로 침묵, 8일 2군으로 잠시 내려가야 했다. 1군 복귀 후 맹활약이 더 반가운 이유다.

외야수 수비에서도 뛰어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강한 어깨에 정확성까지 더한 홈 송구가 특히 인상적이다. 강속구와 컨트롤을 겸비했던 아버지 송진우의 피를 그대로 물려받았다.

7년이란 시간을 인내한 결과가 지금 나타나고 있다. 2년 후배 이정후가 같은 야구인 2세로 데뷔 때부터 스타가 됐지만, 송우현은 2군에서 더 많은 땀을 흘려야 했다. 지난해 처음으로 1군 무대에 섰다. 14경기에 나와 12타수 무안타의 초라한 성적이다.



올해는 다르다. 26경기에 출전해 43타수 11안타 7타점 타율 0.256을 기록하고 있다. 연속 안타를 기록 중인 최근 6경기 타율이 0.375다.



이기고야 말겠다는 선수들의 집념이 넘쳐 흘렀던 28일 키움 더그아웃. 송우현은 당당하게 승리를 결정지은 주인공이 됐다.



송우현의 프로 데뷔 첫 끝내기를 보며 아버지 송진우의 끝내기 안타가 떠올랐다. 한국 프로야구 역사에서 유일한 '투수 대타 끝내기 안타' 기록을 송진우가 가지고 있다. 여러모로 레전드다.



2001년 6월 3일 청주에서 열린 LG와 한화의 경기. 한화가 9회말 7-7 동점을 만들었다. 1사 1, 3루의 찬스가 계속됐지만 타자를 모두 써버려 투수 워렌이 타석에 서야 했다. 이광환 감독이 결단을 내렸다. 송진우를 대타로 내보낸 것. 세광고 시절 4번타자로 이름을 날렸지만 프로에서는 단 3번 타석에 서서 공을 지켜봤을 뿐이다.



이광환 감독은 다재다능한 송진우에게 번트를 부탁했지만 송진우는 "번트는 자신 없다. 차라리 강공을 택하겠다"고 답한 후 타석에 섰다. 상대 투수는 그해 다승왕을 차지하며 리즈시절을 보내고 있던 신윤호다.



두 번 연속 헛스윙. '그냥 번트라도 댔으면 좋았을 것을'이라고 모두가 생각했다. 신윤호가 3구로 144km짜리 직구를 자신 있게 던졌다. 그런데 가볍게 휘두른 송진우의 방망이에 공이 제대로 걸렸다. 우익수 앞에 떨어지는 안타. 프로야구 역사상 전무후무한 대타 투수의 끝내기 안타다.



정확히 20년 만에 아들이 끝내기의 주인공이 됐다. 아버지는 옛날 자신의 끝내기보다 지금 아들의 끝내기가 100배는 기쁘지 않았을까?정재근 기자 cjg@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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