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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핫포커스]떨어진 야구 체감 인기, 진짜 걱정은 '포스트 코로나' 후폭풍

나유리 기자

입력 2021-04-27 05:05

떨어진 야구 체감 인기, 진짜 걱정은 '포스트 코로나' 후폭풍
2021 KBO리그 KIA타이거즈와 두산베어스의 개막전 경기가 4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렸다. 전체 규모의 10%의 관중입장이 허용된 가둔데 경기가 펼쳐지고 있다. 잠실=최문영 기자 deer@sportschosun.com /2021.04.04/

[스포츠조선 나유리 기자]자고 일어나면 순위가 바뀐다. 10개 구단이 연일 흥미진진한 경쟁을 펼치고 있지만, 그 이면을 들여다 볼 때다. 프로야구의 근간이 흔들리고 있다.



최근 발표된 여러 설문조사에 따르면, KBO리그에 대한 팬들의 관심이 하락하고 있다. 단순한 1~2년내 수치라며 절대 가볍게 볼 문제가 아니다. 충성팬들의 지지는 여전하고, 소위 '인기팀'으로 분류되는 구단들의 입지도 굳건하다. 하지만 KBO리그를 위협하는 진짜 요소는 '프로야구에 관심이 있는 10~30대' 층이 점점 줄어든다는 사실이다.

프로스포츠를 대중적으로 흥행하게 만들기 위해서는 충성팬보다도 '라이트팬'이 중요하다. 이미 KBO리그는 경험이 있다. 2000년대 초반, 2002월드컵 열풍과 프로야구 암흑기가 맞물리면서 최악의 시기를 보냈다. '관중석에서 자전거를 탄다'는 말은 농담이 아니었다. 그러다 조금씩 야구 분위기가 살아나고, 2008 베이징올림픽 금메달을 기점으로 여러 흥행 요소가 한꺼번에 폭발하면서 그로부터 약 10년간 최고 전성기를 누렸다.

인기를 뒷받침했던 이들이 바로 10~30대 라이트팬들이었다. 특정 구단은 열렬히 좋아하지는 않더라도 젊은 세대들에게 KBO리그가 하나의 유행이었고, '핫'한 문화로 떠올랐었다. 야구를 모르는 사람도 야구장을 삼삼오오 찾아 음식을 먹고, 음료를 마시고, 춤을 추고 노래를 부르는 유행이 거의 10년간 KBO리그를 떠받친 인기 요소였다.

사실 지난 몇 년간 전체 관중 숫자가 하락세에 접어들면서 이미 비상등이 켜져 있었다. 이런 와중에 지난해 초 코로나19라는 세계적 비상 사태까지 발생하면서, KBO리그를 비롯한 모든 프로 스포츠가 직격탄을 맞았다.

현재 각 구단들은 10~30% 미만 관중 입장을 허용하고 있지만, 이마저도 매진이 안되는 경기가 나온다. 물론 코로나19 방역 수칙을 준수하기 위해 관중석에서 음식물 섭취도 허용되지 않고, 마스크 상시 착용이나 관중석 거리 두기, 육성 응원 금지 등 제약이 많다.

구단들의 매출은 지난해부터 처참한 상황이고, 예산도 줄였다. 올해도 확실히 나아질 것이라는 기대치가 없다. 이런 와중에 진짜 걱정은 '포스트 코로나' 시대다. 지금은 야구단 뿐만 아니라 대다수의 기업, 자영업자 등 모두가 힘든 시기라지만 일상을 되찾게 된 이후에, KBO리그의 인기도 이전만큼 회복될 수 있느냐 고민해야 한다. KBO와 구단들이 지금 버틸 수 있는 원동력은 '언젠가 회복될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감인데, 이런 기대가 현실이 되지 못한다면 타격은 상상 그 이상이 될 수도 있다.

팬들의 불만은 커져가고 있다. 충성도가 높은 열혈팬들은 경기 수준에 대한 지적을 한다. 투수 평균 실력 저하로 급증한 볼넷 개수, 다시 제자리를 찾아가는 타고투저 등이 리그에 대한 관심을 저하시킨다는 불만이다.

KBO리그에 대한 관심과 무관심 경계에 있는 라이트팬들은 야외 구장이 대다수임에도 '직관'에 대한 매력 포인트가 사라졌다는 점과 최근 비상업적 용도의 콘텐츠에도 중계 저작권 문제가 적용되면서 이른바 '움짤' 논란이 생긴 것에 대해 큰 반감을 보이고 있다. 특히 온라인 커뮤니티가 대세에 큰 영향을 미치는 10~20대 젊은 세대에게는 민감한 문제다. 과거 KBO리그의 '르네상스' 시절, 야구선수들의 명장면과 호수비, 혹은 유머 사진, 동영상 파일 등으로 새로운 팬층을 흡수할 수 있었던 사례와 비교해보면 심각하게 생각해봐야 한다.

다시 마스크를 벗고 만원 관중으로 야구장이 가득 차는 장면을 모두가 그리워하고 있다. 야구장 전체에 응원가가 힘차게 울려 퍼지고, 치킨과 맥주가 무릎 위에 올려진 평온한 일상을 되찾고 싶은 '이심전심'이다. 그러나 혹시 지금이 하락 그래프의 정점이 아닌 시작점은 아닐지 걱정이다.

나유리 기자 youll@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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