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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진단]17승 투수의 악몽, 이영하 부진 원인은 무엇일까

나유리 기자

입력 2021-04-26 14:14

17승 투수의 악몽, 이영하 부진 원인은 무엇일까
2021 KBO리그 두산 베어스와 롯데 자이언츠의 경기가 20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열렸다. 3회말 2사 만루, 롯데 안치홍이 좌월 만루홈런을 날렸다.홈런을 허용한 두산 이영하가 아쉬워하고 있다. 부산=허상욱 기자 wook@sportschosun.com/2021.04.20/

[스포츠조선 나유리 기자]이를 악물고 준비했지만 결과가 따라주지 않는다. 지난주 2경기 등판 내용은 더욱 충격이었다. 두산 베어스 이영하의 부진 원인은 대체 어디에 있을까.



이영하가 다시 무너졌다. 이영하는 지난 일주일 사이에 두차례 등판을 마쳤다. 20일 부산 롯데 자이언츠전에 이어 나흘 쉬고 25일 잠실 NC 다이노스전에 등판했다. 결과는 2경기 연속 패전. 롯데전에서 홈런 2방을 포함해 3이닝 8안타(2홈런) 1탈삼진 4볼넷 9실점으로 와르르 무너졌던 그는 NC전에서도 1회 대량 실점을 견디지 못하고 1이닝 5실점으로 조기 강판됐다.

선발 투수인 이영하의 부진은 팀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쳤다. 그가 빠르게 무너지면서 불펜이 조기 가동됐고, 두산은 이영하가 등판한 2경기에서 각각 5대10, 0대10의 스코어로 패했다. 물론 선발이 등판하는 모든 경기에서 이긴다는 것은 불가능하지만, 지금처럼 투구 내용은 물론이고 결과까지 좋지 않을 경우 고민과 결단이 필요할 수도 있다.

NC전 이후 이영하의 시즌 평균자책점은 11.40까지 치솟았다. 올 시즌 등판한 4경기에서 그는 1승3패의 성적을 거뒀다. 14일 KT 위즈전에서 5⅓이닝 1실점 호투하며 첫 승을 거뒀지만, 나머지 3경기에서는 모두 5실점 이상을 기록할 정도로 낙폭이 심한 투구를 해오고 있다.

사실 지난해에도 비슷한 상황이 반복됐었다. 이영하는 지난해 시즌 초반에도 부진과 불운이 반복된 끝에 결국 후반기 포지션을 마무리로 이동하는 등 힘겨운 한 해를 보냈다. 절치부심으로 2021시즌을 준비했으나 지금까지는 뚜렷한 성과가 나오지 않아 본인도, 코칭스태프도 답답한 상황이다.

이영하의 2019시즌 활약상을 모두가 지켜봤기 때문에 더욱 고민의 굴레가 커졌다. 그해 이영하는 '라이징 스타'로 급부상하며 17승4패 평균자책점 3.64라는 성적을 거뒀다. 하지만 2년 연속 시즌 출발이 좋지가 않다. 1997년생으로 20대 중반에 불과한 그에게서 다른 이유를 찾는 것도 쉽지 않은 일이다.

그렇다면 부진 원인은 무엇일까. 현재 직구와 변화구 두가지 모두 무기가 되지 못하는 상황이다. 일단 직구 구속이 줄었다. 2019시즌 당시 그의 직구 평균 구속은 144.5㎞, 올 시즌 평균 구속은 143.2㎞다. 얼핏 보면 비슷해 보이지만, 뜯어보면 뚜렷한 차이가 있다. 컨디션이 좋을 때는 선발로 나와도 직구 평균 구속이 146~147㎞을 마크했던 이영하다. 2019시즌 한 경기 직구 최고 평균 구속은 시즌 막바지에 기록한 147.2㎞였다. 하지만 올해는 한 경기 최고 구속이 145㎞를 넘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전력 투구를 해도 과거 150㎞에 육박했던 묵직한 직구 위력이 나오지 않고 있다고 해석된다.

변화구도 딜레마에 빠졌다. 이영하는 시즌 초반 바깥쪽 변화구 승부에 대한 고민을 드러낸 적이 있었다. 변화구가 다양하지 않지만, 컨디션이 좋을 때는 슬라이더와 커터가 예리하게 휘어지면서 타자를 속일 수 있었다. 그러나 지난해부터 변화구에 대한 상대 대처는 더욱 철저해졌고, 스트라이크존 근처에서 형성되지 않고 일찌감치 스트라이크와 볼이 구분되면서 변화구 재미를 전혀 보지 못하고 있다. 그러다보니 결국 직구 승부를 해야 하는데, 가장 좋을 때와 비교해 구속이 떨어진 상황에서 상대 타자들이 직구 실투 하나만 노리고 타석에 들어가도 안타를 맞는 상황이 롯데전, NC전에서 반복됐다.

포수와의 볼배합으로 재치를 발휘할 수는 있지만 지금은 보다 근원적인 해결책이 필요한 상황이다. 이영하는 김태형 감독이 꼽은 올 시즌 '키 플레이어'다. 선발진의 축을 담당해줘야 한다. 여전히 기회는 남아있지만, 의미없이 등판 횟수만 채우는 것은 가치가 없다. 뼈아프게 다가왔던 지난 시즌의 부진을 반복해서는 안된다.

나유리 기자 youll@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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