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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핫포커스]무너진 미스터 제로, 내동댕이쳐진 글러브에 담긴 아쉬움

김영록 기자

입력 2021-04-26 10:08

수정 2021-04-26 1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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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너진 미스터 제로, 내동댕이쳐진 글러브에 담긴 아쉬움
25일 수원 케이티위즈파크에서 KBO리그 KT 위즈와 롯데 자이언츠의 경기가 열렸다. KT 9회말 2사 만루에서 KT 김병희가 끝내기 안타를 날렸다. 환호하고 있는 김병희. 수원=송정헌 기자 songs@sportschosun.com/2021.04.25/

[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마무리 2년차 시즌. 개막 이후 6경기 7⅓이닝 동안 이어온 평균자책점 0의 행진이 깨졌다. 내동댕이친 글러브에는 아쉬움이 가득했다.



김원중은 25일 KT 위즈 전에서 KT 김병희에게 9회말 2사 만루에서 끝내기 안타를 허용, 시즌 첫 패배와 첫 실점을 기록했다. 롯데 비상의 꿈도 잠시 멀어졌다.

롯데 자이언츠 김원중은 지난해 철저하게 마무리 상황에서만 투입됐다. 마무리 투수에게 주어진 부담을 줄이기 위해서였다. '이기고 있는 마지막 이닝'에만 마운드에 올랐다. 58경기 59⅓이닝 동안 5승4패 25세이브의 준수한 성적. 하지만 팀 성적이 7위에 그치면서 출전 기회가 많지 않았다.

올시즌 허문회 감독은 보다 과감한 승부수를 약속했다. '불펜 60이닝 안팎', '김진욱 1~2군 포함 100이닝 안팎' 등 스스로 정한 원칙의 기본은 지키되, 보다 유연함을 갖기로 했다. 그 중 하나가 원정경기, 동점 상황에서 김원중의 투입이다.

이날 김원중은 롯데와 KT 위즈가 5-5로 맞선 8회말 2사 2루 상황에서 마운드에 올랐다. 평소보다 한박자 이상 빠른 투입이었다. 김원중은 조일로 알몬테를 좌익수 플라이로 잡아내며 기대에 도압했다.

9회말에도 김원중이 마운드에 올랐다. 첫 타자 배정대에게 안타를 맞았지만, 권동진을 내야 땅볼에 이은 선행주자 아웃, 신본기를 삼진 처리하며 아웃 카운트를 쌓아갔다.

노아웃이나 1아웃처럼 병살타를 노릴 상황이 아니었다. 이흥련과 김원중의 상대 전적은 1타석 0타수 무안타. 이홍구가 2017년 김원중을 상대로 희생플라이 하나를 기록한게 두 선수간 맞대결의 전부였다.

9회말인 만큼 마음에 걸렸던 것일까. 여기서 허 감독의 승부수가 나왔다. 전날까지 타율 2할8푼6리, OPS(출루율+장타율) 0.571을 기록중이던 이홍구를 볼카운트 1-1 상황에서 자동 고의사구로 내보낸 것.

사령탑 입장에서는 보다 쉬운 상대를 택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다음타자 송민섭은 올시즌 9타석 5타수 무안타를 기록중인 대수비-대주자 멤버다. 한방 파워가 있는 이홍구보다 수월한 상대임은 분명하다. 김병희 역시 1군 무대 안타수가 4개에 불과한 선수였다,

하지만 롯데 마운드에 선 투수는 마무리 김원중이었다. 보다 과감하게 믿고 갈 필요가 있었다. 하지만 허 감독은 고의사구를 지시했고, 흐름이 깨진 흔들린 김원중은 볼넷에 이어 다음 타자 김병희에게 올시즌 첫 안타이자 데뷔 통산 5호 안타를 끝내기로 허용하며 무너지고 말았다.

끝내기가 확정된 순간, 김원중은 격하게 글러브를 마운드에 집어던졌다. 그의 글러브에는 중요할 때 자신의 몫을 하지 못한 아쉬움, 그보다 한층 팀 승리를 향한 책임감이 가득 담겨 있었다.

김영록 기자 lunarfly@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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