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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진단]'게임을 망치는 원흉' 볼넷 30.6% 급증, 전반적 제구력 하락 심각

노재형 기자

입력 2021-04-25 08: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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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을 망치는 원흉' 볼넷 30.6% 급증, 전반적 제구력 하락 심각
SSG 랜더스 이건욱은 24일 현재 전체 투수 중 가장 많은 17개의 볼넷을 허용했다. 박재만 기자 pjm@sportschosun.com

[스포츠조선 노재형 기자] "한 번에 공 하나에만 집중한다."



세상의 모든 투수들이 어릴 때부터 머리에 박히도록 들었을 말이다.

뉴욕 메츠 제이콥 디그롬은 지난 24일 워싱턴 내셔널스와의 경기에서 9이닝 2안타 무실점으로 완봉승을 거뒀다. 자신의 생애 2번째 완봉승이자 4번째 완투였다. 놀라운 건 볼넷을 한 개도 내주지 않고 자신의 한 경기 촤다인 15개의 삼진을 잡아냈다는 것이다.

그는 경기 후 "한 번에 공 하나에 의해서만 결정된다(It goes down to just one pitch at a time). 그게 내가 게임에 집중하는 방법"이라며 "공 하나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면 다음 공에 또 집중한다. 던지려고 하는 공에 집중하는 것, 그건 내가 컨트롤할 수 있는 일"이라고 했다.

이 말을 디그롬만 했을까. KBO리그 투수들도 호투한 뒤 취재진과 만나면 이 말을 빼놓지 않는다. "포수가 잘 리드해준 덕분"이란 말과 함께 늘 하는 얘기다. KBO리그 투수들은 정말 일구일구에 집중력을 발휘하고 있을까.

올해는 그렇지 않은 것 같다. 볼넷이 급증하고 있다. 24일 대전서 열린 LG 트윈스와 한화 이글그의 경기에서는 양팀 합계 17개의 볼넷이 나왔다. 한화 투수들은 지난 10일 두산 베어스전에서 11개의 볼넷을 허용하기도 했다.

볼넷은 수비 실책과 함께 경기의 질을 떨어뜨리는 '원흉'이다. 경기 시간이 길어지니 야수들의 집중력도 떨어지며 공격에도 영향을 미친다. 필요한 볼넷과 나와서는 안될 볼넷은 구분해야 하는데, 그런 판단을 할 겨를조차 없는 모양이다.

올시즌 이날까지 열린 91경기에서 총 814개의 볼넷이 나왔다. 경기당 8.945개 꼴인데, 이는 지난 시즌 비슷한 시점과 비교해 30.6%가 늘어난 수치다. 지난해 92경기 시점의 총 볼넷은 630개로 경기당 6.848개였다. 역대 최악의 타고투저 시즌으로 꼽히는 2016년 91경기를 치른 시점의 경기당 볼넷도 7.637개로 지금보다는 적었다.

왜 이렇게 볼넷이 늘어났을까. 현장에서는 여러가지 이야기가 나온다. 어느 감독은 "심판 탓을 하면 안되겠지만, 좁아졌다는 느낌이 가끔 든다. 너무 잡아주지 않는다"고 하소연했다. 감독의 느낌상 그럴 수는 있지만, 스트라이크와 볼을 판단하는 상하좌우 기준이 바뀐 것은 없다는 게 KBO의 설명이다.

전반적으로 투수들의 제구력이 떨어진 때문으로 볼 수밖에 없다. 구단 관계자들은 "요즘 친구들은 스피드 자랑은 해도 제구력 자랑은 하지 않는다"는 말을 자주 한다. 새로 입단하는 투수들이 과거에 비해 구속은 높지만, 제구는 형편없다는 뜻이다.

그렇다고 기존 투수들의 제구력이 향상되는 것도 아니다. 최다 볼넷 상위 19명이 내준 볼넷은 213개다. 전체 투수 177명 중 10.7%가 전체 볼넷의 26.2%를 허용한 것이다. 지난해 같은 시점의 상위 19명이 내준 볼넷은 630개 중 189개로 전체의 30%였다. 올해 편중 현상이 완화된 건데 이는 전반적으로 투수들의 제구력이 떨어졌음을 의미한다.

볼넷 뿐만이 아니다. 올시즌 경기당 실책도 1.527개로 지난해 1.315개에서 16.1%가 증가했다. 야수들의 수비력도 떨어졌다는 얘기다.

볼넷과 실책은 노력으로 극복할 수 있다고 하는데 디그롬의 말이 아니더라도 현장 지도자들의 간섭이 이럴 땐 필요하지 않을까 한다. 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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