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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시선]부산의 꿈이 엑스포? 사직 찾은 새 시장, 야구장 얘기는 일언반구 없었다

김영록 기자

입력 2021-04-17 08:57

수정 2021-04-17 09:11

부산의 꿈이 엑스포? 사직 찾은 새 시장, 야구장 얘기는 일언반구 없었다
박형준 부산시장이 시구하고 있다. 부산=정재근 기자 cjg@sportschosun.com/2021.4.16/

[부산=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우리 부산에는 꿈이 있습니다. 2030엑스포의 꿈을 여러분과 나누기 위해 시구를 하러 왔습니다."



16일 사직 야구장을 찾아 시구를 한 박형준 부산시장의 말이다.

세상에는 TPO라는 말이 있다. 드레스코드를 의미하는 패션 용어가 사회 전반에 걸쳐 쓰임새가 확대된 경우다. 시간(Time), 장소(Place), 상황(Occasion)에 맞는 행동을 하라는 의미다.

박형준 시장은 지난 7일 치러진 재보궐선거를 통해 향후 약 1년간 시정을 맡게 됐다. 이날 현장을 찾은 야구 팬들은 롯데 자이언츠의 팬이자 사직 야구장을 이용하는 소비자이며 부산의 유권자다. 대부분의 롯데 선수 및 관계자들도 마찬가지다.

이들과 첫 인사를 나누는 자리였다. "롯데가 올해 좋은 성적 거두길 바란다"는 인사 치레 말고, "부산 발전을 위해 2030엑스포 개최권을 따내자"는 얘기 말고, 박형준 시장이 준비했어야하는 말은 엄연히 따로 있었다.

'부산의 심장' 이대호는 이번 시즌 개막을 앞두고 선거철마다 책임지지 않을 공수표를 남발하는 정치인들을 향해 "야구장 공약을 지켜달라"고 일침을 날린 바 있다. 부산 야구팬과 선수들이 가장 바라는 것은 사직 야구장의 현대화다.

사직 야구장은 대전 한화생명 이글스파크와 잠실야구장에 이어 국내 3번째로 오래 되고, 가장 열악한 야구장이다. 해변 돔구장 같은 뜬구름 잡는 약속이 필요한 게 아니다. 아직 타당성 조사도 안한 새 야구장을 바라는 것도 아니다. 지금 있는 시설을 새단장하고, 퀄리티 대비 터무니없이 높은 임대료를 개선해달라는 것이다.

하지만 박형준 시장은 이에 대한 구체적인 답변도, 공개적인 약속도 하지 않았다. 이날 그의 말에는 야구장의 '야'자도 포함되지 않았다. 오직 2030 엑스포만을 외쳤다. 그는 사직 야구장의 현실을 모르는 걸까.

모를리가 없다. KBO는 선거를 앞두고 시장 후보들에게 '신축구장 추진 검토를 위한 타당성 조사', '사직구장 시설 개선 및 개보수 관련 부산시 지원', '코로나19로 인한 수익 급감에 따른 구장 사용료 추가 감면'을 요청했다.

이에 대한 박형준 시장(당시 후보)의 답변을 정리하면 "시장이 되면 야구장 신설을 적극 추진하겠다. 신중한 검토와 사회적 합의, 입지와 기능 및 경제성 확보 측면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쇼핑 및 엔터테인먼트가 가능한 복합 멀티플렉스로 개발해 활용도를 높이겠다"는 내용이다. 1년이 조금 넘는 임기 안에 처리하기엔 지나치게 큰 목표다. 또한번의 공약(空約)을 우려할 수밖에 없다.

"부산은 야구의 도시", "좋은 야구장은 시민의 행복을 위해 중요하다", "도심속 랜드마크, 부산 야구 중흥의 촉매제, 시민들의 휴식 오락공간" 같은 공허한 수식어만 가득했다. 선거에 임하는 부산 정치인들이 야구장 문제를 바라보는 시각을 알 수 있다면 지나친 생각일까.

KBO는 사직구장 시설 개선과 구장 사용료 감면의 경우 박형준 시장에게 보다 현실적이고 구체적인 실천안도 제시했다. 시설 개선의 경우 "구단이 중장기적 계획 하에(5년 이상) 선투자해 진행하고, 부산시에서 경기장 위탁료에서 차감하는 형식"을 제안했다.

또 지난해 19억 4000만원에서 33억 7000만원으로 무려 42.4% 인상된 구장 사용료에 대해서는 "정상적 리그 운영을 전제로 평가된 만큼, 코로나19 상황과 지난 40년간 부산 시민 여가에 기여한 바를 감안해 전액 감면 또는 그에 상응하는 손실 금액 대폭 보전 등 적극적 대책"을 요구했다. 하지만 당시 박형준 시장은 두 가지 사안에 대해 아무 답변도 하지 않았다.

국내 제 2의 도시 부산을 관리하는 박형준 시장의 임기는 이제부터 시작이다. 스스로의 말처럼 "시민들의 즐거운 쉼터, 놀이터, 휴식처"를 만들고 싶다면, 부산시장의 권한으로 할 수 있는 일은 굳이 야구장 신축이 아니라도 얼마든지 있다.

부산=김영록기자 lunarfly@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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