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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피치→스리피치', 커브 완성도 높여가는 고영표..."성우형과 비율 조정"

노재형 기자

입력 2021-04-14 10:24

'투피치→스리피치', 커브 완성도 높여가는 고영표..."성우형과 비율 조…
2021 KBO리그 두산 베어스와 KT 위즈의 경기가 13일 잠실구장에서 열렸다. 1회말 KT 고영표가 역투하고 있다. 잠실=박재만 기자 pjm@sportschosun.com/2021.04.13/

[스포츠조선 노재형 기자] 선발투수는 보통 4가지 구종을 구사한다. 직구, 슬라이더, 체인지업, 커브가 기본 레퍼토리로 대부분의 선발들은 포피치(4-pitch) 스타일이다. 두 가지 구종만 갖고 승부하는 건 매우 위험하며 '수명'에도 좋지 않다.



KT 위즈 고영표는 직구와 체인지업 위주로 볼배합을 했었다. 130㎞대 중후반의 직구는 공끝이 변화무쌍하며, 120㎞ 안팎의 체인지업은 낙차와 각도가 일품이다. 두 가지 구종만 가지고도 타자와 승부가 됐던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제구가 말을 듣지 않으면 난타를 당하기 일쑤였다. 타자를 좀더 혼란스럽게 만들기 위해서는 추가적인 무기가 필요했다.

이에 고영표는 올시즌 커브를 본격 구사하기로 했다. 사실 프로 입단 때부터 던졌던 공이다. 다만 결정구가 아닌 볼카운트 중간 '보여주기' 정도로 던졌다. 자신있는 공이 아니었다. 한데 군복무를 마치고 복귀한 지난해 11월 이강철 감독이 고영표의 커브를 보더니 "그렇게 좋은 커브를 왜 그동안 쓰질 않았냐"며 고개를 갸우뚱했다. 조금만 가다듬으면 승부구로 사용해도 되겠다는 것이었다.

고영표는 이 감독의 조언을 받아들였다. 간간이 섞되 승부구로 던질 수 있는 수준까지 만들겠다고 마음먹었다.

고영표는 올시즌 스리피치(3-pitch) 스타일로 순조롭게 변신 중이다. 고영표는 13일 잠실에서 열린 두산 베어스와의 경기에서 6이닝 6안타 3실점의 퀄리티스타트로 시즌 첫 승을 올렸다. 투구수 95개 가운데 직구 33개, 체인지업을 47개, 커브 15개를 던졌다. 24타자를 상대한 마지막 공, 즉 결정구를 들여다보니 직구 7개, 체인지업 14개, 커브 3개였다. 주무기인 체인지업이 압도적이었다. 특히 고영표는 2회 세 타자를 모두 삼진처리할 때 체인지업으로 요리했고, 3회 세 타자를 범타 처리할 때도 모두 체인지업이 결정구였다.

커브를 결정구로 처리한 타자는 4회 김재환과 김재호, 5회 2사후 허경민이었다. 포수 장성우가 경기 중반 커브 사인을 많이 낸 것은 3회까지 체인지업에 익숙한 두산 타자들의 시선을 좀더 복잡하게 만들려는 의도였던 것으로 보인다. 결과적으로 커브를 적극 구사하면서 고영표는 4회와 5회를 가볍게 넘길 수 있었다.

이날 경기 후 고영표는 "성우형의 리드를 따라갔을 뿐이다. 체인지업이 더 자신있어 결정구로 더 많이 던졌는데, 구종 비율은 성우형과 대화하면서 호흡을 맞춰 조정할 부분이라고 본다"며 "저번보다는 오늘 커브가 더 좋았다. 오늘을 계기로 잘 섞으면 더 좋은 결과가 나올 것 같다"며 만족감을 나타냈다. 지난 7일 수원 LG 트윈스전보다 커브의 완성도가 높아졌다는 의미다.

경기 전 이강철 감독도 "그날은 자신없어 보였지만 그래도 괜찮았다. 오늘은 더 쓰지 않을까. 잘 던지면 자신감도 올라간다"고 했던 터다.

고영표도 투피치보다는 스리피치가 본인을 더 강하게 만든다는 걸 잘 알고 있다. 군복무 2년 공백 동안 생각했던 내용이다. 완벽한 직구-체인지업-커브 볼배합이라면 생애 첫 10승 달성도 기대해 볼만하다. 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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