윌리엄스 감독은 지난 4일 잠실 두산 베어스전을 앞두고 선발 로테이션 스케줄을 공개했다. 핵심 내용은 애런 브룩스와 다니엘 멩덴으로 이어지는 외국인 투수 '원투펀치'를 4일 휴식 후 등판으로 끌고가겠다는 것이었다. 일단 '올림픽 휴식기 전까지'라는 전제가 붙었다. 기본적인 구상은 7월 중순까지의 상반기 계획이다. 브룩스와 멩덴이 미국 출신이라 메이저리그식 4일 휴식 후 등판이 익숙하고, 선수들과의 논의 후에 결정된 일이다. 또 두 사람의 몸 상태와 컨디션에 따라 필요하면 휴식을 더 줄 수도 있고, 월요일 휴식일로 인해 자연스럽게 5일 휴식을 취하게 되는 주도 있을 것이라는 설명도 덧붙었다. 그러나 외국인 투수 2명이 시즌 초반부터 기본적으로 4일 휴식 후 등판을 하게 되는 것은 KBO리그에서 과거 사례도 거의 없었던 일이다.
지난해 KT 위즈의 오드리사머 데스파이네가 홀로 4일 턴을 소화했었다. 하지만 데스파이네의 경우, 본인이 스스로 익숙한 4일 휴식 후 등판을 자청했었다. 두명의 투수가 동시에 4일 휴식만 취하고 등판하는 경우는 대부분 순위 싸움이 걸린 시즌 막판이나 포스트시즌 같은 특수 케이스가 대부분이었다. KIA의 선택은 그만큼 파격적이다.
반대로 풀이하면, 국내 선발 투수들에 대한 신뢰가 다소 떨어진다고 볼 수 있다. 윌리엄스 감독은 구체적인 국내 선발진 구성을 못 박지 않았다. 개막 이후인 지금도 마찬가지다. 개막 첫 일주일 등판 스케줄에서는 이민우가 아닌 김현수가 깜짝 선발로 낙점됐고, 임기영과 더불어 신인 이의리가 경쟁을 뚫고 먼저 기회를 잡았다. 이민우와 장현식은 롱릴리프로 출발하는 대신 상황에 따라 선발 등판도 할 수 있다. 양현종의 메이저리그 진출 이후, KIA는 확실한 국내 선발 요원에 대한 물음표를 계속 안고 있었다. 이의리와 김현수는 경험이 부족하고, 풀타임을 기대하기는 쉽지 않다. 이민우와 임기영, 장현식도 기복이 우려된다. 윌리엄스 감독이 걱정을 직접적으로 드러내지는 않았지만, 외국인 투수들에 대해 '4일 턴'이라는 초강수를 둘 정도로 초반부터 강하게 나간다는 사실은 국내 투수들에 대한 불확실성에서 기인한다. 부정할 수 없는 부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