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뉴스

조송화 떠났지만…'스윗 호철'도 울컥. 갈길이 먼 기업은행 [SC초점]

김영록 기자

입력 2021-12-19 11:11

수정 2021-12-19 11:51

more
조송화 떠났지만…'스윗 호철'도 울컥. 갈길이 먼 기업은행
데뷔전 패배에 아쉬움을 드러낸 기업은행 김호철 감독. 화성=허상욱 기자 wook@sportschosun.com/2021.12.18/

[화성=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시종일관 얼굴에 미소가 맴돌았다. '호랑이' 아닌 '스윗 호철'로 변모했다. 하지만 말에는 뼈가 있었다.



한국 배구 최고의 레전드 김호철이 V리그로 돌아왔다. 김호철 감독은 18일 화성체육관에서 열린 도드람 2021~2022 V리그 흥국생명전을 통해 내홍에 시달려온 IBK기업은행의 사령탑으로 첫 선을 보였다.

데뷔전 결과는 세트스코어 0대3의 완패. 매 세트 접전을 펼쳤지만, 승부처에서 '외인 차이'가 드러났다. 흥국생명 캣벨이 29득점을 올리며 팀 승리를 이끈 반면, 레베카 라셈 대신 영입한 새 외인 달리 산타나는 7득점에 그쳤다. 푸에르토리그 여름리그 이후 소속팀 없이 개인훈련만 해온 산타나에 대해 김 감독은 "몸이 안돼 있다. 한 세트를 풀로 뛸 체력도 안 된다. 시간이 필요하다"며 아쉬움을 드러냈다.

1955년생. 일흔이 머지 않았다. 차상현 김종민 최태웅 석진욱 등 배구계 대세를 이루는 70년대생 감독들에겐 아버지뻘 나이다.

빛나는 과거의 영광마저 흔들릴 수 있는 선택. 그가 '만신창이' 기업은행 부임을 수락한 이유는 뭘까. 그는 "처음 제안을 받았을 때는 솔직히 당황했다"면서도 "빨리 수습해야 나쁜 기사가 덜 나오지 않을까. 배구인으로서의 책임감을 느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기업은행의 현실에 대해서는 명확하게 직시했다. 김 감독은 "우리 팀의 문제는 경기만 봐도 알 수 있다. 기본이 안돼있다. 하나로 뭉쳐져있지 않다"며 '모래알 호흡'을 향해 돌직구를 던졌다. "내가 할 수 있는 건 선수단 관리고, 외적인 부분은 구단에서 잘하실 것"이라며 조송화-김사니 감독 대행의 팀 이탈에서 시작된 '항명 사태'의 뒷수습에 대한 언급도 지나치지 않았다.

"여자배구 감독이 남자배구보다 훨씬 어려운 것 같다. 선수들이 편하게, 재미있게 뛸 수 있도록 내가 변하려고 노력중이다. 우선 내가 가장 잘할 수 있는 것, 세터(김하경 이진)를 가르치는 것부터 시작했다. 열심히 하고 있다."

작전시간에 실수한 선수가 정신이 번쩍 들만큼 격한 질책을 쏟아내는 호랑이 감독으로 유명하다. '호통호철', '벼락호철', '버럭호철' 등의 별명에서 그의 스타일이 잘 드러난다.

데뷔전에선 달라진 모습이었다. 선수들과 큰 동작으로 하이파이브를 나누는가 하면, 아쉬운 경기 내용에도 최대한 웃음을 잃지 않고 격려했다. 상대가 하위권을 다투는 흥국생명이긴 했지만, 기업은행도 라이트로 복귀한 김희진을 중심으로 대등한 경기를 펼쳤다.

하지만 그런 그의 얼굴에서 미소가 완전히 지워진 순간이 있었다. 기업은행은 3세트 듀스 혈전 끝에 가까스로 26-25, 세트 포인트에 올라섰다. 하지만 김하경의 세트와 김수지의 이동공격, 표승주의 퀵오픈 움직임이 한꺼번에 어긋나면서 공격조차 해보지 못하고 동점을 허용했다.

순간 카메라는 어이없어하는 김 감독을 비췄다. 금방이라도 예전의 호랑이가 강림할 듯한 울컥한 분노가 두 눈에 서렸다. 결국 기업은행은 3세트마저 역전패하며 김 감독의 6년만의 V리그 복귀전, 여자배구 데뷔전을 셧아웃 패배로 마무리지었다.

기업은행이 달라질 수 있을까. 명장 김호철의 '마법'이 필요하다.

화성=김영록 기자 lunarfly@sportschosun.com

:) 당신이 좋아할만한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