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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심의 비디오판독 요청, 사라진 외인, 치어리더의 볼소독…달라진 도드람컵 배구장 풍경[의정부스케치]

김영록 기자

입력 2021-08-18 13:47

수정 2021-08-19 06: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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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심의 비디오판독 요청, 사라진 외인, 치어리더의 볼소독…달라진 도드람컵…
판정에 항의하는 최태웅 현대캐피탈 감독. 이제 사령탑과 심판이 얼굴 붉힐 일이 조금은 줄어들지도 모른다. 스포츠조선DB

[의정부=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주심이 잠시 고개를 갸웃거리더니 비디오 판독(횟수 무제한)을 요청한다. 2021 의정부 도드람컵 프로배구대회에서만 볼 수 있는 보기 드문 장면이다.



매년 여름에 열리는 컵대회는 다가오는 새 시즌을 준비하는 대회다. 개막을 앞둔 각 구단에겐 실전에서의 호흡을 다지고, 타 팀의 전력을 엿볼 기회다. 대회를 주관하는 프로배구연맹(KOVO)에겐 새로운 한 시즌을 치르기에 앞서 새로운 제도를 시험하고, 지난 제도를 정비하는 무대다.

지난 시즌까지 비디오 판독 요청은 양팀 사령탑의 권한이었다. 벤치의 챌린지가 없으면 4심은 자신의 눈으로 상황을 판단해야 했다.

의정부체육관에서 진행중인 도드람컵에서는 다르다. 주심은 애매한 상황에 대해 스스로 비디오 판독을 요청할 수 있다. 횟수는 무제한.

배구 관계자들의 평은 매우 긍정적이다. 다만 너무 잦을 경우에 대한 우려도 나온다. 경기 진행이 느려질 수 있고, 양팀 벤치가 챌린지를 쓰지 않고 주심에게 요구할 수도 있기 때문. 정식 도입시 주심 역시 횟수를 제한하거나, 반드시 필요할 때만 쓰는 방향으로 제도가 보완될 수 있다. 다만 이번 대회의 주심들은 마음껏 활용할 수 있다.

이번 대회에는 외국인 선수가 없다. 당초 각 구단은 일찌감치 외국인 선수를 입국시켜 자가격리까지 끝낸 상황이지만, 국제배구연맹(FIVB)이 이적 시기를 시즌 개막으로 제한했기 때문.

덕분에 임동혁(대한항공 점보스)을 비롯한 토종 라이트들의 기량을 마음껏 볼 수 있는 기회가 됐다. 그간 남자배구에서 보기 힘들었던 긴 랠리도 나오고 있다. 다양한 공격 루트 활용과 끈질긴 수비가 쏟아지면서 배구 팬들의 반응도 좋다. 남자배구하면 거포들의 시원시원한 고공 강타가 인상적이지만, 국내 선수들간의 케미도 색다른 재미를 주고 있다.

달라진 대회 진행도 눈에 띈다. 배구계는 코로나19 여파 속 어렵게 두 시즌을 치러냈지만, 새 시즌을 앞두고 초유의 대규모 확진이 터졌다. 감염과 자가격리를 거친 선수들은 제대로 된 기량을 보여줄 수 없다. 하물며 경기장내 확산이라도 터지면 시즌 운영에도 문제가 생길 수 있다.

때문에 컵대회를 통해 코로나19 시대에 걸맞는 새로운 방역 시스템 연습이 이뤄지고 있다.

양팀은 네트를 사이에 두고 악수 없이 목례로 인사를 나눈다. 사령탑 역시 기록석 앞에서 포옹이나 악수 아닌 주먹 인사를 나눈다. 선수들은 자신의 땀을 직접 닦는 개별 타월을 준비한다.

선수들이 흘린 땀을 닦는 마퍼, 공을 운반하는 진행요원(볼보이) 등은 따로 운영하지 않는다. 마퍼는 트레이너와 통역 등 팀 구성원들, 진행은 치어리더들이 대신 맡는다. 체육관 출입 인원을 최소화하고, 효율적으로 활용하기 위해서다.

배구는 코트 위 12명의 선수가 공을 주고받는 경기다. 치어리더들은 공을 주워오는 과정에서 반드시 소독 과정을 거친다. 선수들은 펜스 앞 볼 거치대에 놓여진 공을 직접 들어 서브를 넣는다. 벤치 선수들이 대기하는 웜업존도 기존의 코트 구석이 아니라 아예 펜스 바깥쪽으로 밀려났다.

남자 선수들 대부분은 군대를 다녀오지 않은 '미필'이다. 따라서 동년배들과 달리 얀센 백신을 맞지 못했다. 여자 선수들 역시 마찬가지다. 선수들도 다른 시민들과 마찬가지로 이제야 백신을 맞을 기회를 받았다. V리그가 방역에 한층 더 주의해야 하는 이유다.

의정부=김영록 기자 lunarfly@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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