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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현장스케치]코로나의 습격, 팬이 그리움이 된 '배구 성지' 장충

박상경 기자

입력 2020-02-28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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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의 습격, 팬이 그리움이 된 '배구 성지' 장충
우리카드와 현대캐피탈의 2019-2020 프로배구 남자부 경기가 27일 장충체육관에서 열렸다. 코로나 19 영향으로 무관중으로 경기가 진행되고 있다. 장충=허상욱 기자 wook@sportschosun.com/2020.02.27/

[장충=스포츠조선 박상경 기자]27일 장충체육관.



경기장 주변은 마치 비시즌을 연상케 할 정도였다. 배구 경기가 열릴 때마다 활기찬 발걸음이 오갔던 도로, 카페 모두 침묵 만이 감돌 뿐이었다. 나흘 전까지만 해도 발 디딜 틈 없었던 관중석은 텅 비었고, 코트엔 선수들의 기합 소리와 응원 음악 만이 맴돌 뿐이었다. 코로나19가 만든 '배구 성지' 풍경은 쓸쓸하기만 했다.

2019~2020시즌 도드람 V리그에서 장충체육관은 흥행몰이의 전초기지였다. '서울 남매' 우리카드(남자부), GS칼텍스(여자부)의 공이 컸다. 우리카드는 남자부 단독 선두, GS칼텍스는 현대건설과 치열한 선두 싸움을 펼쳤다. 특히 GS칼텍스는 지난 1월 16일 현대건설전에서 무려 1823일 만에 '평일 매진' 기록을 세우는 등 흥행 첨병 역할을 톡톡히 했다. 하지만 전국적으로 확산하는 코로나19에 결국 KOVO(한국배구연맹)는 25일부터 잠정적으로 남은 일정을 무관중으로 치른다고 발표했다.

비록 관중 입장은 제한됐지만, 코로나19 대비는 그대로 이어졌다. 장충체육관 입구는 중앙 출입문으로 단일화 됐다. 진입과 동시에 안전요원의 체온 측정 및 열화상 카메라 모니터링을 거친 뒤 마스크를 착용한 채 출입이 가능토록 했다. 경기장 내부엔 코로나19 의심 증상을 보이는 이가 나올 경우를 대비한 임시 격리 장소도 마련됐고, 방역 작업도 이어졌다.

선두 굳히기를 노리는 우리카드나, 순위싸움 가능성을 놓지 않은 현대캐피탈 모두 여느 경기 때와 다름없이 승부를 준비했다. 하지만 텅 빈 관중석을 바라보며 웜업에 나선 선수들의 표정이 밝지만은 않았다.

양팀 사령탑 역시 팬들의 열기를 추억했다. 우리카드 신영철 감독은 "KOVO 조치에 앞서 무관중 경기 가능성을 선수들에게 주지시켰다. (팬 없는 경기가) 아쉽지만 불가피한 조치"라며 "웜업부터 집중할 수 있도록 당부했다"고 말했다. 현대캐피탈 최태웅 감독은 "무관중 경기 결정 뒤 치러진 두 경기 중계를 보며 팬의 소중함을 다시 느끼게 됐다"며 "앞으로 더욱더 팬을 아끼고 사랑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고 아쉬움을 드러냈다. 이날 세트스코어 3대2로 승리를 차지한 우리카드 신영철 감독도 "경기를 하긴 하는데 분위기가 처지긴 하더라. 많은 관중 앞에서 플레이하는 게 선수 뿐만 아니라 감독도 힘이 되는 부분"이라고 아쉬움을 드러냈다.

확산을 거듭하는 코로나19는 '장충의 봄'마저 위협하고 있다. 정규시즌을 넘어 플레이오프까지 무관중으로 치러질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일각에선 정규시즌 잔여 일정 및 플레이오프 무기한 연기라는 특단의 조치가 나올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장충=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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