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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은행 우승 ①]'소신배구' 이정철 감독, '명장' 반열에 오르다

김진회 기자

입력 2015-03-31 20:44

'소신배구' 이정철 감독, '명장' 반열에 오르다
이정철 기업은행 감독. 수원=송정헌 기자 songs@sportschosun.com

IBK기업은행이 V리그 여자부 챔피언결정전 두 번째 별을 따냈다.



기업은행은 31일 화성종합실내체육관에서 벌어진 2014~2015시즌 NH농협 챔프전 3차전에서 도로공사를 세트스코어 3대0으로 꺾었다.

이로써 5전3선승제의 챔프전에서 기업은행은 무패 우승을 차지했다. 많은 기록들이 달성됐다. 역대 11시즌 중 3차전을 전승하며 챔프전 우승을 달성한 것은 기업은행이 처음이다. 또 최다 연승 기록도 다시 쓰였다. 기업은행은 2월 25일 도로공사전 승리를 시작으로 6라운드 5연승, 플레이오프 2연승, 챔프전 3연승으로 2011년 창단 이후 첫 10연승을 기록했다. 기업은행의 기존 최다 연승은 9연승이었다.

기업은행의 우승 원동력에는 이정철 감독의 지도력을 빼놓을 수 없다. 소신과 풍부한 경험이 돋보였다.

▶평범한 현역시절, 잘 풀린 지도자 생활

이 감독은 현역시절 태극마크를 단 한 번도 달아보지 못했다. 인천체육고 1학년이 돼서야 전문적으로 배구를 시작했다. 그래도 초·중학교 시절 핸드볼, 축구, 배구, 육상, 탁구 등 안해본 운동이 없다. 운동신경은 남달랐다. 배구를 배운지 1년만에 경기를 뛰었다. 이후 금성사배구단(LIG손보 전신) 센터로 활약했지만, 평범한 선수였다. 그러나 지도자로는 엘리트코스를 밟았다. 1992년 효성 코치로 지도자계에 입문했다. 탄탄대로였다. 1994년 호남정유(현 GS칼텍스) 코치 시절 4연패에 힘을 보탰다. 1999년 현대건설 코치 시절에도 '올스타팀' 호남정유를 꺾고 우승을 맛봤다. 국가대표의 꿈은 1998년 이뤘다. 당시 대표팀 코치를 맡았다. 2004년에는 여자청소년대표팀 감독, 2005년에는 대표팀 수석코치, 2007~2008년에는 대표팀 감독을 역임했다.

▶두 번의 굴곡

이 감독의 지도자 생활이 장밋빛만은 아니었다. 굴곡도 있었다. 2001년 흥국생명의 지휘봉을 잡고 팀의 기초를 닦기 위해 고군분투했다. 자신은 받지 못하지만 선수들의 수당도 팀에 요청해 챙겨줬다. 그러나 2003년 드래프트 제도 변경과 안일한 팀 행정에 발목이 잡혀 어이없이 사령탑에서 물러나야 했다. 2008년도 아픔이었다. 베이징올림픽 예선전 당시 프로 팀의 선수 차출 거부로 본선 진출에 실패했다. 이 감독은 "당시 '나는 감독의 팔자가 아닌가보다'라고 생각했다"고 고백했다.

▶소신과 경험

기업은행 선수들은 이 감독을 '소신있는 지도자'라고 한다. 이 감독은 선수들에게 양보는 하지만, 절대 훈련에선 타협하지 않는다. 이 감독은 "선수는 본연의 자세가 필요하다. 고참들이 더 열심히 했을 때는 배려를 받을 수 있도록 노력한다. 또 선수들이 먼저 이득을 챙길 수 있도록 해준다"고 했다. 이 감독은 벌써 지도자 생활만 23년째다. 풍부한 경험은 이 감독의 강점이다. 올 시즌 가장 중요한 포지션을 교체했다. 세터였다. 베테랑 세터를 찾았다. 이 감독의 레이더망에 걸린 선수는 아제르바이잔에서 활약하다 국내 복귀를 염두에 두던 김사니였다. 이 감독은 발빠르게 움직여 김사니 영입에 성공했다. 그리고 우승을 위한 절대적인 조건인 좋은 외국인 선수는 '구관'을 택했다. 2010년 GS칼텍스에서 뛴 경험이 있는 데스티니 후커였다. 지난 시즌 타점이 낮은 카리나로 챔프전에서 준우승을 거뒀던 아픈 기억이 있던 터라 새 외국인 공격수 발탁에 신중할 수밖에 없었다. 이 감독은 "데스티니는 이 정도면 80점 이상을 해줬다고 봐야 한다. 초반 부상을 딛고 잘해줬다"고 칭찬했다.

화성=김진회기자 manu35@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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