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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 갈증 푼 '시몬~스터', 한국형 외국인선수로 진화중

김진회 기자

입력 2014-10-22 09:07

수정 2014-10-22 09:07

팬 갈증 푼 '시몬~스터', 한국형 외국인선수로 진화중
사진제공=OK저축은행

한국 남자 프로배구에 '쿠바 폭격기' 시몬(27·OK저축은행) 광풍이 불고 있다.



시몬은 배구 팬들의 갈증을 풀었다. 그 동안 삼성화재가 7년 연속 코트를 독식했고, '레오 천하'였다. 팬들은 지난시즌 기대감에 부풀어 올랐다. 대거 영입된 세계 정상급 외국인 공격수들이 '레오 천하'에 종지부를 찍게 해줄 것으로 전망했다.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큰 법. 세계 3대 라이트 공격수라고 평가받던 아가메즈(현대캐피탈)와 산체스(대한항공)는 높은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이들이 레오의 벽을 넘지 못했던 것은 낯선 한국 배구의 영향이 컸다. 무엇보다 유광우라는 세터와 리시버의 차이에서도 레오가 구름 위를 걸을 수밖에 없었다. 판도 변화는 없었다.

하지만 올시즌 팬들의 갈증을 해갈시켜 줄 외국인 공격수가 드디어 나타났다. OK저축은행의 시몬이다. 19일 삼성화재와의 홈 개막전에서 베일을 벗었다. 파워, 높이, 기술 등 어느 하나 빠지는 것이 없었다. 이날 시몬은 43득점을 폭발시켰다. 시즌 첫 경기에서 트리플크라운도 달성했다. 이날 시몬의 위력에 레오는 다소 주눅든 모습이었다. 팀의 서브 리시브가 흔들린 부분도 있지만, 플레이에는 뭔가 자신감이 떨어진 듯했다.

김세진 OK저축은행 감독의 전략이 제대로 들어맞았다. 시몬의 멀티 능력이다. 세계 톱 센터 출신인 시몬은 쿠바 국가대표로 뛸 때 가끔씩 라이트 공격을 펼치기도 했다. 하지만 라이트 공격의 성공 여부는 뚜껑을 열어봐야 알 수 있었다. 김 감독의 직감이 제대로 맞아 떨어졌다. 김 감독은 "세터 이민규가 워낙에 빠른 토스를 잘 하다보니 그 토스에 맞춰 활약할 외국인 선수가 필요했다. 포지션 파괴도 모험이었다. 계속 영상 돌려보고 주변에 물어보고 찾다가 마지막에 찾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시몬은 폼도 좋지만 간결하고 빠른 스윙을 갖고 있다. 탄력도 좋고 키가 큰 선수다. 높이만 살려주면 어느정도 때리겠다 생각했다. 대충 척 보면 보인다"며 덧붙였다.

'적장'에게도 칭찬을 이끌어낸 시몬이었다. 신치용 삼성화재 감독은 "시몬은 역시 위력적이었다. 어차피 외국인선수 싸움인데, OK저축은행은 당분간 시몬으로 쭉 갈 것 같다"고 했다.

인성이 좋고, 온화한 성격을 가진 외국인선수는 많았다. 그러나 이렇게 빨리 한국형 외국인선수가 되겠다는 선수는 없었다. 시몬의 인성은 거함 삼성화재를 꺾은 뒤 드러났다. 김 감독을 향해 허리를 굽혀 90도로 인사했다. 김 감독이 시몬을 높게 평가하는 이유다. 기량보다 인품이 좋단다. 바뀐 환경에 빠르게 적응하려고 노력하는 자세에 반할 수밖에 없다고 한다. 비시즌 기간 제주도 동계훈련 때는 한라산 등반 열외 대상자였지만, 자청해 산 정상을 밟았다고 한다. 또 표정을 찡그리는 적이 없단다. 팀 내에선 '스마일맨'으로 통한다. 어린 선수들의 든든한 맏형 역할까지 해주고 있어 김 감독은 시몬에게 주장을 맡기고 싶어했다는 후문이다.

세계적인 선수의 팬 서비스는 뭔가 달라도 달랐다. 시몬은 만점 데뷔전을 펼친 뒤 세계적인 팝가수 마이클 잭슨으로 변신했다. 검은색 모자와 웃옷을 입고 승리의 댄스를 동료들과 함께 췄다. 안산 상록수체육관을 메운 2000여명의 관중들은 올스타전에서만 볼 수 있는 외국인선수의 파격 변신에 더 큰 감동을 받았다.

시몬은 포털 사이트 실시간 검색 1위를 차지할 정도로 뜨거운 관심을 받았다. 팬들은 벌써부터 시몬의 별명을 지어줬다. '시몬~스터'다. 이 별명대로 시몬은 한국 배구에 새바람을 일으킬 괴물이 될 전망이다.

김진회기자 manu35@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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