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女배구, 日서 폭발적인 인기얻는 이유는?

김진회 기자

입력 2011-08-20 1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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女배구, 日서 폭발적인 인기얻는 이유는?


지난 19일 일본-세르비아전이 열린 일본 도쿄 아리아케 콜로세움.



경기장 주변은 마치 콘서트장을 방불케 했다.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고 100여명 정도가 정해진 가이드 라인 안에서 일본 여자배구대표팀이 나오기만을 애타게 기다렸다. 손에는 금색 막대 풍선이 들려 있었다. 한국에선 방송국 앞이나 축구 A대표팀 경기가 끝난 뒤 볼 수 있는 모습이다.

샤워를 마친 일본 여자선수들이 버스에 올라타자 팬들은 분주해졌다. 뭔가를 주섬주섬 꺼내들었다. 'Happy birthday'라는 문구가 적힌 플래카드였다. 이날은 바로 일본 여자배구대표팀의 간판스타 기무라 사오리(25·도레이 애로우즈)의 생일이었던 것이다. 2006년 일본 V-리그에 데뷔해 신인상을 거머쥔 사오리는 2007년 아시아선수권에서 베스트 서버상을 거머쥐었고, 2008년 일본 프리미어리그 베스트6에 선정됐다. 지난해에는 V-리그 MVP를 수상했으며 2010~2011시즌 일본 V 프리미어리그 감투상을 받았다.

그렇다면 왜 일본에선 여자배구가 폭발적인 인기를 얻는 것일까.

이유는 국제대회 성적과 맞물려 있다. 1964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일본 여자배구는 안방에서 열렸던 도쿄올림픽 당시 세계최강이던 구 소련(현 러시아)를 누르고 올림픽 구기사상 처음으로 금메달을 땄다. 당시 세계는 일본 여자배구 선수들을 '동양의 마녀'라고 부르며 이들이 달성한 업적을 놀라워했다.

여자배구의 성장은 남자배구에게도 영향을 끼쳤다. 일본 남자배구는 1972년 뮌헨올림픽에서 소련을 꺾고 세계 정상에 올랐다. 이후 배구는 일본인의 자존심이 됐다. 축구, 야구, 농구대표팀 유니폼에는 '재팬'(JAPAN)이라는 영어 이니셜이 박혀있는 반면 배구대표팀의 유니폼에는 일본인들만 사용하는 '니폰'(NIPPON)이라는 이니셜을 사용했다.

침체기도 있었다. 1990년대 중반부터 동유럽과 이탈리아, 페루, 브라질, 쿠바 등이 배구에 지대한 관심을 갖기 시작하면서 일본은 정상권에서 멀어지기 시작했다. 특히 한국과 중국에게도 밀리며 1995년 암흑기를 맞았다. 당시 김철용 호남정유 감독이 이끌던 한국 대표팀에게 1995년부터 5년여간 일본은 단 한번도 이겨보지 못했다. 일본은 한국전에서 34연패를 당했다. 1996년 애틀란타올림픽과 2000년 시드니올림픽에선 한국에 밀려 출전권도 따내지 못했다. 장윤희 장소연 홍지연 김남순 등은 일본 선수들에게 공포의 대상이었다.

그러던 일본은 2000년 이후 대대적인 대표팀 정비를 가진다. 일본 배구협회와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을 얻어 신장이 큰 선수들을 선발한 뒤 세계무대에서 통할 수 있는 선수로 훈련시켰다. 또 각종 국제대회를 꾸준히 유치하면서 경기력을 증강시켰다. 또 뛰어난 기량에다 출중한 미오를 겸비한 스타선수를 발굴하면서 두터운 팬층을 확보하게 됐다.

결실은 2년 뒤 이뤘다. 2002년 아시아여자선수권에서 한국을 누르고 우승을 차지했다. 이후 한국과 일본의 배구 격차는 겉잡을 수없이 벌어졌다. 기본기를 중시했던 일본은 러시아와 브라질 등 배구 강호들처럼 파워도 겸비했다. 이때부터 같은 선수들이 대표팀에서 한솥밥을 먹으면서 조직력도 극대화시켰다. 일본이 세계랭킹 3위에 올라있는 것도 다 이유가 있었다.

도쿄=김진회 기자 manu35@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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