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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석]우리아이들 건강이 미룰 문제인가. "초1~2 체육교과 독립" 지금이 아니면 안된다

전영지 기자

입력 2024-04-04 10:08

수정 2024-04-04 1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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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아이들 건강이 미룰 문제인가. "초1~2 체육교과 독립" 지금이 아니…


코로나 팬데믹 3년이 우리 사회에 남긴 상흔은 아이들의 몸과 마음에 고스란히 남았다. 학생 건강체력평가(PAPS)에서 4·5등급 저체력 학생 비율은 2022년 16.6%로 코로나 이전인 2019년 12.2%보다 4.4%나 높아졌다. 2023년 4·5등급 저체력 학생 비율도 15.9%로 크게 개선되지 않았다. 학생 건강검사·청소년건강행태조사에서 과체중·비만 학생 비율은 2019년 25.8%에서 2022년 30.5%, 2023년 29.6%로 4~5% 증가했다. 특히 초등학생 비만율은 2022년 29.8%에서 2023년 30.3%로 더 늘었다. 정신건강은 더 심각하다. 지난달 질병관리청이 발표한 청소년 정신건강 지표예서 남학생의 21.3%, 여학생의 30.9%가 우울감을 경험했다. 최근 12개월새 스스로 세상을 등질 생각을 해봤다는 청소년이 무려 14.3%에 달했다.



학생들의 신체·정신 건강에 빨간불이 켜지자 교육부와 문체부는 대책 마련에 골몰했고 '학교체육 활성화'를 위한 특단의 대책을 내놨다. 유소년기 신체활동 활성화를 위해 초등 1~2학년 '즐거운생활'에서 체육 교과 분리가 시급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1983년 체육, 음악, 미술을 합친 '즐거운생활' 통합교과가 등장한 지 40년만이다. 이와 함께 중학교 학교스포츠클럽 활동 시간을 102시간에서 136시간으로 늘리는 정책도 제시했다.

이주호 교육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이 지난해 10월 30일 제9차 사회관계장관회의 '제2차 학생건강증진 기본계획(2024~2028)'에서 이를 명시했고, 지난해 12월26일 이 부총리와 유인촌 문체부 장관이 제10차 사회관계장관회의에서 발표한 '제3차 학교체육 진흥 기본계획(이하 기본계획)에도 체육교과 분리, 학교스포츠클럽 확대가 주요과제로 제시됐다. 기본계획은 '학교체육 진흥법'에 따라 학생의 자발적인 체육활동을 권장·보호하고 육성하기 위해 2014년부터 5년마다 문체부와 교육부가 합동으로 수립 및 시행하고 있는 학교체육 아젠다다.

그런데 오직 아이들의 건강을 위한 정책, 학부모와 현장의 뜨거운 호응을 받았던 이 정책이 뜻밖의 난관에 봉착했다. 교육부가 2월 21일 초등학교 1~2학년 신체활동 관련 교과 신설과 중학교 학교스포츠클럽 활동 시간 확대안에 대해 국가교육위원회(이하 국교위)에 개정 요청을 했지만 본회의 전 전문위원회(전문위) 심의 과정부터 반대에 부딪혔다. 학교체육 진흥계획을 수립, 시행하는 건 교육부, 문체부의 몫이지만 정작 중요한 '체육' 교육과정 개정 권한은 국교위에 있다. 국교위 전문위가 안건을 심의한 후 국교위 본회의에 상정, 의결 과정을 거쳐야 하는데 첫 단계부터 난항이다.

전문위 총론 개발자는 "2022년 교육개정안을 시행도 안하고 개정하는 건 이전 개발 논의를 무시하는 것"이라고 주장하고, '통합교육 지지' 교육학자는 "통합을 깨선 안된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위는 "안건의 신체활동 강화 취지에 공감하지만 2022년 개정 교육과정 '즐거운생활'에 신체활동의 개념, 수준, 방법, 운영 시간 등이 명시되지 않아 학교별 차이를 유발하고 교과 전담교사 배치, 시설 지원 등 여건 개선도 필요하다"면서 "올해 2022년 개정 교육과정이 시행되는 만큼, 일단 시행하면서 지속적인 조사, 분석, 점검이 필요하다. 신체활동 분리는 통합교과 체제에 대한 개편 논의를 야기하기 때문에 신중히 접근해야 한다"며 이 문제를 '차기 교육과정 이후 논의하자'는 맥락으로 미루고 있다.

아이들의 체력과 건강, 체육교육은 이미 충분히 미뤄왔다. 아이들은 운동장에서 뛰어놀아야 한다. 스포츠는 대한민국 남녀노소라면 누구나 누려야할 기본권이고, 평생 건강을 결정짓는 운동습관은 유소년기에 형성된다. 전세계 선진국 어디도 '체육'을 통합교과로 형식적으로 운영하는 나라는 없다. 미국, 독일, 프랑스, 캐나다, 스위스 일본 등 스포츠 선진국들은 신체활동의 중요성을 반영해 초1부터 '체육' '건강과 체육' '운동과 스포츠' 등의 이름으로 체육교과를 운영하고 있고, 호주, 캐나다는 심지어 유치원부터 체육을 정식지도한다.

필수학습시간 대비 체육교과 시간이 차지하는 비율(2016년 OECD 자료)서도 한국 초등학교 데이터 7%는 처참할 지경이다. 폴란드 14%, 프랑스 13%, 독일, 노르웨이 11% 등 OECD 국제 학업성취도 평가(PISA) 상위권 국가들의 체육 교과 평균비율은 11.4%다. 2019년 세계보건기구(WHO) 11~17세 청소년 권장 운동량 미충족 비율서도 한국은 94.2%로 '불명예' 선두권이다. 스포츠 선진국은 스포츠의 가치를 존중하고, 인정하고, 실행한다. 우리 교육은 아이들의 체육을 사교육 영역으로 넘긴 지 오래다. 대한민국 10대 청소년 운동참여율은 52.6%로 전연령 최저, 70대(54.3%) 노인들보다 적다.

이 부끄러운 수치들을 직면하고도, 대한민국의 미래인 이 아이들의 신체적, 정신적 상흔을 바라보면서도, 어른의 책임을 외면한 채 여전히 교육과정 개발의 논리, 현실적 한계를 핑계 대는 교육자들의 인식이 아쉽다. 12일 열릴 국가교육위원회에서 학교체육의 백년지대계가 결정된다. 아이들의 건강은 미룰 수 없는 국가적 과제다. 지금이 아니면 안된다. 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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