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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전드 깎신'주세혁 감독의 반전오더X신의 한수,男탁구 4연속 메달 이끈 벤치 지략

전영지 기자

입력 2024-02-23 15: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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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전드 깎신'주세혁 감독의 반전오더X신의 한수,男탁구 4연속 메달 이끈…
사진제공=부산세계탁구선수권 조직위

[스포츠조선 전영지 기자]'레전드 깎신' 주세혁 남자탁구 대표팀 감독이 '안방' 부산세계선수권 부담을 딛고 4연속 메달 역사를 썼다.



주세혁 감독이 이끄는 남자탁구 대표팀은 23일 오전 10시 부산 벡스코에서 열린 BNK부산은행 2024 부산세계탁구선수권 남자단체전 8강에서 복병 덴마크에 매치스코어 3대1로 승리하며 4강행과 함께 동메달을 확보했다.

주 감독은 이날 '북유럽 다크호스' 덴마크를 상대로 반전 오더를 냈다. 1번 주자로 톱랭커 장우진 대신 '왼손 맞불' 임종훈을 놓았고, 매경기 든든하게 '3번'을 지켰던 '닥공 맏형' 이상수를 빼고 안재현을 기용했다. 1단식에서 '왼손 에이스' 임종훈이 '왼손 톱랭커' 안데르스 린드(세계 28위)를 3대1로 꺾었고, 2단식에서 장우진이 '덴마크 왼손 2인자' 요나탄 그로트(세계 29위)에게 1대3으로 패했지만 3단식 '2019년 부다페스트 개인전 동메달' 안재현이 마틴 부크 안데르센(세계 387위)을 3대0으로 꺾었다. 마지막 4단식 임종훈이 그로트에게 1게임을 내줬지만 안방 팬들의 응원에 힘입어 내리 3게임을 따내며 3대1 역전승, 매치스코어 3대1로 대한민국의 4강행, 간절했던 동메달을 결정 지었다. 이제 주세혁호는 24일 8강에서 일본을 3대0으로 꺾고 올라온 세계최강 중국과 4강에서 격돌한다. 세계랭킹 1~5위인 판젠둥과 왕추친, 마룽, 량징쿤, 린가오위안으로 구성된 중국은 단체전 세계선수권 11연패에 도전한다. 이날 동메달 확보 후 주 감독은 중국과의 4강전, 결승행 가능성에 대한 질문에 "희망입니다"라고 답했다. "저희가 늘 중국에 0대3으로 패했는데 솔직히 내일은 기대가 많이 된다. 우리가 어떤 탁구를 하는지 내일 여기 오실 우리 탁구 팬들에게 보여드리고 싶다"고 했다. "지금 우리 선수들 컨디션이 좋고, 홈 팬들의 응원이 있기 때문에 멋진 경기 한번 해보고 싶다"며 안방에서 결코 쉽게 물러서지 않을 뜻을 분명히 했다.

우주 최강 중국 에이스들을 상대로 정면승부할 생각이다. "정면승부할 것이다. 오더 고민을 보통 열흘간 한다. 미리 예상하고 준비하고 고민한다. 저는 이것 때문에 이겨도 정말 힘들다"며 에이스 3명만을 택해야 하는 감독의 고충을 털어놨다. "내일은 안방에서 하기 때문에 무조건 정면승부할 것"이라고 공언했다.

세계 최고의 포어드라이브를 지닌 톱랭커 장우진, 최고의 '바나나플릭'을 장착한 왼손 에이스 임종훈, 세계선수권 개인전 최다 메달을 보유한 '베테랑 닥공' 이상수, 2019년 부다페스트 대회 동메달 안재현, 탁구신동 출신 10대 왼손 에이스 박규현 등 최강의 공격수들 뒤엔 '월드클래스 수비 레전드' 주 감독이 있다. 가장 오래, 가장 잘한 선수, 2003년 파리 대회 개인전 은메달리스트이자 2008년 광저우 대회 단체전 은메달, 2012년 런던올림픽 은메달 주역인 주 감독은 실전경험에 기반한 구체적인 작전, 예리한 분석력, 근거 있는 데이터 탁구로 후배들을 이끌고 있다.

주 감독은 이날 메달을 결정할, '북유럽 복병' 덴마크과의 8강전 '반전오더'에 대해 "3번은 우리나라 누가 나가도 유리한 상황인데 안재현 선수가 가장 안정적이라고 택했다. 안전한 선택을 했다. 앞에 1-2번을 바꾼 건 린드 선수가 작년 더반세계탁구선수권 개인전에서 장우진을 4대0으로 이긴 적이 있고, 장우진은 그로트에게 2전2승이었기 때문에 앞에서 유리하게 가자는 뜻에서 변화를 준 것"이라고 설명했다. 장우진이 그로트에게 졌지만 주세혁 감독은 3번 안재현을 믿었고, "전혀 긴장하지 않았다"며 웃었다. "그냥 고전할 뿐 우리가 이긴다고 생각하고 있었다"며 자신감을 표했다.

이번 대회 절체절명의 순간, 한 포인트가 반드시 필요한 고비에서 어김없이 떨어지는 타임아웃 타이밍에 대해 주 감독은 "오늘도 결과론이지만 타임아웃을 잘 성공해서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타임아웃 타이밍을 굉장히 많이 고민한다"고 했다. 이날도 4게임 그로트가 강력하게 추격해오던 순간, 타임아웃 작전시간 후 임종훈이 백서브로 게임포인트를 따내며 경기를 매조지 했다.

4강행을 확정 지은 후 임종훈은 주 감독의 벤치 지략을 '신의 한수'로 묘사했다. "경기를 들어가면 앞에 선 선수의 수를 읽기가 되게 어렵다. 탁구는 드라이브, 커트 등 여러 기술이 있고 장기나 체스, 바둑같다고 생각하는데 그런 상황에서 주 감독님은 늘 저와 좀 다른 특별한 묘수를 항상 얘기해주신다. 제가 불안해도 '신의 한수'같이 진짜 찔러넣었을 땐 항상 잘 통한다. 그게 주 감독님이랑 잘 맞는 부분"이라고 말했다.

안방 홈팬들 앞에서 동메달을 확보한 데 대해 주 감독은 "4강이 진짜 굉장히 어렵다. 그래서 기분이 굉장히 좋다. 일단 기본적으로 할 것은 다했다는 생각에 마음은 편안하다. 대진도 잘 받았는데 실수하거나 망신당할까 걱정도 했다. 이제 마음의 짐 하나를 던 만큼ㅁ 내일 진짜 한번 승부해보겠다"고 다짐했다.

현역 시절 중국이 가장 두려워하고, 중국이 누구보다 인정했던 '깎신' 주 감독은 중국전을 앞두고 필요한 조건을 열거했다. "선수들도 풀려줘야 되고 네트도 몇 개 나와야 되고 그 다음 홈팬들 응원 때문에 상대 범실도 있어야 하고 그런 게 모이다 보면은 어느날 한번은 넘어가더라"면서 "그런 게 한꺼번에 다 모여서 한번씩 기적이 일어난다"고 했다.

22일 중국과 일본의 8강전, 일본은 10대 영건들을 내세워 만리장성을 야심차게 공략했고 몇 게임을 잡는데 성공했지만 결국은 0대3 완패를 막진 못했다. 이 경기를 실시간 영상으로 봤다는 주 감독은 "중국탁구는 우리나라 양궁같다. 늘 그렇게 고비가 있는데도 그 고비에서 안넘어가는 게 중국이고 모든 것에 다 대비를 한다. 마롱도 판전둥도 넘어갈 듯 안넘어가는 것, 그것이 중국의 장점"이라고 말했다.

"지금 선수들 컨디션도 좋고 긍정적인 분위기가 많아서 내일 저도 솔직히 기대가 된다"며 자신감을 잃지 않았다. 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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