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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메이징!판타스틱!"英보치아 어벤져스가 '최강'한국과의 합동훈련을 원한 이유[현장리포트]

전영지 기자

입력 2024-02-06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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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메이징!판타스틱!"英보치아 어벤져스가 '최강'한국과의 합동훈련을 원한…
'보치아 어벤져스.' 2일 이천장애인국가대표 선수촌에서 합동훈련 중인 한국-영국 보치아 톱랭커들이 한자리에 모여 파이팅을 외쳤다. 왼쪽부터 BC1 세계랭킹 1위 데이비드 스미스, BC3 패럴림픽 챔피언 정호원, BC2 세계랭킹 1위 클레어 타가트. 사진제공=대한장애인체육회

"어메이징! 판타스틱! 이런 시설은 처음." "한국이 왜 보치아를 잘하는지 알겠다."



지난 2일 경기도 이천장애인국가대표선수촌 보치아전용경기장에서 만난 영국 대표팀 감독과 선수들이 찬사를 쏟아냈다. 영국대표팀은 지난달 25일 한국대표팀과의 합동훈련을 위해 입국했다.

패럴림픽에서 대한민국 보치아는 올림픽 양궁에 필적하는 위상을 지녔다. 지난 도쿄패럴림픽에서 '전무후무' 9연패 역사를 썼다. 올해 8월 파리패럴림픽에서 10연패 신화에 도전한다. 'BC3 간판스타' 정호원은 5번의 패럴림픽에서 금메달 3개, 은메달 2개, 동메달 1개를 휩쓸었다. '패럴림픽 발상지' 영국 역시 보치아 강국이다. 남자 BC1의 데이비드 스미스, 여자 BC2의 클레어 타가트 등 '세계 1위' 보유국이다. 특히 '레전드' 스미스는 5번의 패럴림픽에서 '금3, 은1, 동1'을 딴 레전드다. 2016년 리우, 2020년 도쿄에 이어 파리서 개인전 3연패에 도전한다.

단체전에 강한 한국과 개인전에 강한 영국, 보치아 양강이 파리패럴림픽의 해. 이천선수촌에서 만났다. 적과의 동침이다. 임광택 보치아 국가대표팀 감독은 "작년 9월 포르투갈 대회 때 영국이 먼저 합동훈련을 제안했다"고 귀띔했다. "작년 이천선수촌 IPC선수포럼 후 좋은 시설에 대한 입소문이 퍼졌다. 또 한국은 BC3 페어(2인조), 단체전 강국이고, 영국은 BC1, BC2 개인전 톱랭커를 보유하고 있어 서로 배울 점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날 훈련장에선 'BC1 레전드' 스미스와 '2005년생 최연소 유망주' 서민규, 'BC2 세계1위' 타가트와 '세계 4위' 정소영이 맞붙었다. BC3 정호원, 강선희, 최예진도 영국팀과 한치 양보없는 팀 대결을 펼쳤다. 경기 직후 평가회는 인상적이었다. 한국스포츠정책과학원(KISS)의 지원을 받아 양국 선수들이 경기 스코어와 샷을 분석하고 서로를 평가했다.

임 감독은 "BC1 세계 최고 선수인 스미스와 경기하면서 우리 선수들 경기력이 올라왔다. 자신감도 생겼고 배울 수 있는 계기가 됐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박종철 촌장님이 불편함이 없게 세심하게 신경 써주셨고, 대한장애인체육회 정진완 회장님이 서울 투어 차량을 지원해주셔서 경복궁도 다녀왔다. 보치아연맹에선 선수들의 입·출국, 이동을 위한 특장차량을 지원해주셨다"며 감사를 표했다. "영국 초청으로 6월엔 영국 합동훈련도 계획중이다. 파리패럴림픽을 앞두고 적응 훈련이 될 것같다"고 했다. "개인전이 강한 영국과의 훈련을 통해 파리에선 단체전 10연패는 물론 개인전도 성적을 내고 싶다"는 각오를 밝혔다.

글린 트로먼스 영국 감독은 "한국은 보치아 종목을 이끌어가는 나라다. 이 시설을 영국에 그대로 옮겨갔으면 좋겠다"고 극찬했다. 한국을 택한 이유는 분명했다. "네덜란드 등 유럽 국가들과 합동훈련은 많이 해봤는데 한국과의 훈련이 팀에 도움이 될 것으로 봤다. 특히 BC3 단체는 한국이 세계 최강이다. 단체전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했다. "한국 팀 분위기가 딱딱하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해보니 아주 유연하고, 유쾌하고, 친절했다. 하지만 코트에선 진지하고 치열해서 정말 좋았다"면서 "한국 전지훈련을 계속 이어가고 싶다"고 바랐다.

양국 패럴림픽 레전드 선수들도 첫 합동훈련에 엄지를 치켜세웠다. 스미스는 "세계 최고의 팀과 함께 경쟁자로서 함께 새 기술을 연습하고 시도한 게 큰 도움이 됐다"고 했다. '더 배울 게 있느냐'는 질문에 "보치아는 끝이 없다"며 웃었다. "영국은 2012년 단체전 동메달 이후 팀 메달이 없다. 파리에선 개인전 3연패는 물론 단체전 메달을 찾아오고 싶다"고 말했다. 이천선수촌 이야기가 나오자마자 "어메이징! 판타스틱!"을 외쳤다. "이보다 더 좋은 시설은 본 적이 없다. 체육관, 스포츠과학, 음식 모두 훌륭하다. 우리도 체육관은 많지만 이렇게 결집된 시설은 없다. 질투가 날 정도"라며 웃었다. "우리는 스완지, 글래스고 등 각자 동네에서 훈련하고 한달에 한번 모인다. 주로 개인훈련을 하기 때문에 개인전은 강하지만 단체전은 부족하다. 한국은 이런 좋은 시설에서 전국의 뛰어난 선수들이 모여 같은 목표를 갖고 엄청난 양의 훈련을 하기 때문에 단체전에 강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95년생 톱랭커' 타가트도 "한국 음식도 너무 맛있고, 사람들도 정말 친절하고, 시설은 미쳤다"면서 "한국이 보치아를 잘하는 이유, 보치아에 자부심을 갖는 이유를 알 수 있었다"고 말했다. "4월 시즌이 시작하면 경기장에서 한국선수들을 만나게 될 일이 기대된다. 친구가 돼서 다시 만나면 즐거울 것같다"며 활짝 웃었다.

'대한민국 에이스' 정호원은 "파리패럴림픽의 해, 좋은 팀과 함께 훈련하면서 부족한 점을 배우고, 승부욕도 생기고, 더 집중하게 돼 좋았다. 파리에서 10연패 기록이 끊기지 않도록 하겠다"고 다짐했다.

열흘간 이어진 한-영 국가대항전, 선수들의 '커피 배틀'은 진지하고 유쾌했다. '안방' 한국이 단 1패했다. 트로먼스 영국 감독이 "1층 카페서 커피를 살 테니 거기서 보자!"며 웃었다. 이천선수촌=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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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로 6m, 세로 12.5m 경기장에서 양팀이 6개의 빨간 공, 파란 공을 번갈아 던져 흰색 표적구에 더 가까이 붙인 공을 점수로 계산해 승패를 겨루는 경기다. 컬링과 유사하다. 뇌병변·중증 장애인 선수들이 참가하는데 장애 등급에 따라 BC1~BC4로 나뉜다. BC1,2는 손발로 직접 공을 던지고 BC3는 투구를 돕는 비장애인 보조선수가 함께 한다. 보조선수에게 원하는 방향과 속도를 알려주면 홈통을 이용해 공을 굴려준다. 보조선수는 반드시 코트를 등지고 있어야 하며 경기중 코트를 봐선 안된다. 개인전은 4엔드, 단체전은 6엔드로 진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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