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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의 학교체육에 대한 진심'조희연 서울시교육감"느림의 미학,성숙한 시민 키우는 교육"[진심인터뷰]

전영지 기자

입력 2023-11-09 17:23

수정 2023-11-10 1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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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의 학교체육에 대한 진심'조희연 서울시교육감"느림의 미학,성숙한 시…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이 26일 서울시교육청에서 진행된 스포츠조선과의 인터뷰에서 서울림 V포즈로 서울림운동회를 응원하고 있다. 허상욱 기자 wook@sportschosun.com/

'멀리 보시고 천천히 가세요. 인생은 마라톤입니다. 언제든지 이길 수 있고, 언제든지 질 수 있습니다.'



지난 10월말 찾은 조희연 서울시교육청 교육감의 집무실, 직접 찍었다는 사진 위 새겨진 문구에 눈길이 머물렀다. 스포츠조선과 서울시장애인체육회, 서울시교육청이 함께하는 장애-비장애학생 '모두의 운동회', '서울림운동회' 정신과 맞닿은 문구였다. 서울교육 수장은 공존 교육을 위한 '느림의 미학'을 이야기했다. "인간과 인간의 공존, 인간과 자연의 공존, 장애-비장애학생의 공존… 공존을 위해선 느림의 속도를 반영해야 한다. 우리나라는 최단 기간 세계가 부러워하는 선진국이 됐지만 이젠 느림의 미학이 삶 속에 들어와야 한다. 상대의 속도를 맞춰가며 함께 더불어 사는 사회야말로 진정한 의미의 선진국이 아닐까."

▶서울림운동회의 든든한 후원자

조희연 교육감은 지난달 28일 성료한 서울림운동회의 든든한 후원자다. 공식 일정이 5개나 겹친 10월의 마지막 토요일, 점심도 거른 채 서울림운동회가 한창인 서울대 종합체육관을 깜짝 방문했다. 경기고 아이들과 휠체어배드민턴을 즐기고, 석관중 아이들과 기념사진을 찍으며 하트 포즈를 취했다. "장애-비장애학생들이 함께 하는 통합교육에 있어 스포츠만큼 좋은 것이 없다"는 메시지와 함께였다.

소통과 배려, 나눔과 공존을 몸으로 부딪치며 배우는 스포츠의 가치를 누구보다 잘 아는 리더다. 조 교육감은 "요즘 '성숙'이라는 단어를 자주 떠올린다"고 했다. 아일랜드 교육학자 거트 비에스타 교수의 "아이들이 자신의 '욕망'을 '성숙'한 방식으로 표현하고 다룰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공교육의 책임"이라는 철학에 공감했다. 조 교육감은 "많은 이들이 세상을 자기중심적, 내 아이 중심적으로 본다. 내 세계 속에 타인, 이웃, 공동체가 없다. 내 자유, 내 이해를 위해 싸우던 시대에서 성숙한 민주주의로 전환된다는 건 결국 타인, 친구, 이웃, 공동체를 바라보기 시작한다는 것"이라고 규정했다. "나와 타인의 균형을 생각할 때 마이너리티 감수성도 높아지게 된다. 그게 바로 '성숙'"이라고 했다. 이어 그는 "장애-비장애 학생들이 숲처럼 어우러지는 서울림운동회는 서울 교육이 추구하는 '다양성이 꽃피는 공존 교육'의 이상과도 정확히 일치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특수교육 대상자의 70%가 일반학교에 진학하는 현실에서 일반학교 통합체육의 질을 높이기 위한 방안에 대해 조 교육감은 "통합 체육수업 전문성 향상을 위한 체육교사 대상의 교육을 내실화하고, 특수교사 대상의 체육 교과 전문성 향상을 위한 교육도 내실화하겠다"면서 "특수교육대상 학생들의 스포츠 참여를 위한 인적·물적 지원이 적절하게 이뤄지고 있는지도 다시 살피겠다"고 했다. "초등에선 통합교육을 중심으로, 중등에선 특수교육 대상 학생들에게 적합한 '맞춤형' 체육활동을 지원하고, 이를 통해 학생들이 다양성을 존중하고 포용의 가치를 배우는 지속가능한 통합교육 체계를 구축하도록 노력하겠다"고 했다.

▶학교체육의 절대적 지지자

'공존교육'을 주창하는 조 교육감은 여학생 축구 클럽 '공차소서(공을 차자! 소녀들아! 서울에서!)'에도 진심이다. '모두의 스포츠'에 대한 확고한 애정을 드러냈다. "양성 평등의 가치를 스포츠를 통해 실현하고자 서울시교육청은 '공차소서(축구)', '공치소서(야구)'를 적극 지원하고 있다. 눈에 띄는 진전도 있었다. 처음엔 인원이 적어 서울 전체 3~4개 권역팀으로 운영했는데 올해는 10개 학교, 238명이 참가했다. 이젠 리그전도 가능할 정도가 됐다"고 했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 서울시교육청은 학교체육 활성화 정책을 선도하고 있다. 조 교육감은 "학교가 학생의 신체적, 정신적, 사회적 건강을 교육적으로 접근하는데 있어 무엇보다 중요한 것이 바로 학교체육"이라고 강조했다. "학생들은 학교의 체육수업과 다양한 스포츠 활동 기회를 통해 건강한 생활습관은 물론 친구들과 함께 하는 방법을 배운다. 경기를 통해 패배해도 괜찮다는 사실을 느껴보고, 넘어졌을 때는 친구의 손을 잡고 다시 일어서면 된다는 것을 배운다. 지금 이 시대와 미래사회에 있어 학교체육의 중요성은 따로 논의할 필요가 없을 정도로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고 말했다. 서울 학생들의 신체력, 마음력 회복을 위해 서울시교육청은 '디딤돌 학기'를 운영했고, 365+체육온 동아리 활동 지원, '다시 뛰는 아침 시즌2' 프로그램(792개교 1846팀)으로 아침시간이나 방과후 시간 등 언제 어디서나 누구나 체육활동에 참여할 수 있도록 초·중·고 2150여팀에 팀당 280만원 예산 및 프로그램을 지원했다. 또 초·중·고 1100여교의 운동회를 지원했다. 스포츠가 다시 돌아온 올해, 서울시교육감배 학교스포츠클럽대회엔 총 23종목, 751교 3만7200여명의 학생이 참여했다. 조 교육감은 "학생들이 친구들과 함께 스포츠를 즐기며, 학교라는 공동체를 통해 하나가 돼가는 과정이 다시 활성화되기 시작한 것"이라고 규정했다. "궁극적으로 '1학생 1스포츠'가 이뤄질 수 있도록 다양한 학교체육 활성화 사업들을 잘 연계하겠다. 서울 학생이라면 누구나 평생동안 즐길 수 있는 '반려 스포츠' 하나씩은 확실히 찾을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기후 위기 시대, 공존을 위한 생태 스포츠 교육에 대한 관심도 각별하다. 조 교육감의 집무실 한켠엔 자전거가 놓여 있다. 서울의 모든 초등학생들이 자전거를 즐기는 세상을 꿈꾼다. 조 교육감은 "탄소발자국 줄이기를 생활화하는 생태시민을 키워내는 '공존을 위한 생태스포츠의 실천-자·타·공·인' 사업"을 소개했다. '자전거 타기를 공교육 속으로'라는 의미를 담았다. "초등학교 4학년 대상 '찾아가는 자전거 타기 안전교실'이 114개 학교 637학급에서 진행중"이라고 했다. "서울의 모든 초등학생이 안전한 자전거 타기를 배우고, 자전거타기를 생활화하는 생태시민으로 자라나도록 적극 지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조 교육감의 인터뷰 마무리는 장애-비장애학생들의 학교체육을 이끄는 현장 교사들의 헌신에 대한 무한감사였다. "코로나의 어려운 시기에도 현장 선생님들께서 연구하고 노력해주신 덕분에,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학교체육을 이야기할 수 있는 토대가 마련됐습니다. 학교 현장에 다시 활력을 불어넣고 있는 분들도 바로 체육교사, 특수교사 선생님들입니다. 서울의 모든 학부모님, 시민을 대표해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선생님들이 있기에 서울교육이 있습니다." 서울시교육청=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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