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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의 한계를 일찌감치 넘어선, '진짜 영웅'들이 무대에 오른다. 항저우장애인아시안게임 MZ세대 이들을 주목해라

민창기 기자

입력 2023-10-19 12:24

수정 2023-10-20 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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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의 한계를 일찌감치 넘어선, '진짜 영웅'들이 무대에 오른다. 항저우…
항저우장애인아시안게임 탁구 대표 윤지유. 금메달이 유력한 대표팀 에이스다. 사진제공=대한장애인체육회

자신의 한계를 일찌감치 넘어선, '진짜 영웅'들이 무대에 오른다. 항저우장애인아시안게임이 22일 개막한다.



지난 항저우아시안게임에서 안세영(21·배드민턴), 신유빈(19·탁구), 황선우(20·수영), 임시현(20·양궁) 등 겁없는 MZ세대 스타들의 활약이 눈부셨다. 이제 바통을 장애인아시안게임 출전 선수들이 이어받는다. 2000년대생 '어린 영웅'들을 주목할 시간이다.

2000년생 윤지유(23·성남시청·세계 1위)는 유력한 금메달 후보다. 세 살 때 혈관기형으로 하반신 장애가 생긴 그는 취미로 시작한 탁구에서 재능을 발견했다. 열여섯 살 때인 2016년 리우패럴림픽에 최연소 출전해 단체전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2021년 도쿄패럴림픽에서 단체전 은메달, 개인전 동메달을 땄다. 또 전국장애인체전에서 3관왕에 올라 대회 MVP가 됐다.

지난해 세계선수권에서 단식 금메달, 복식과 혼합복식에서 2개의 은메달을 휩쓸었다. 올해 타이중오픈, 코리아오픈, 태국오픈에서 잇달아 단식 정상에 섰다. 10월 현재 국제탁구연맹(ITTF) 3체급 세계랭킹 1위다.

어떤 상황에서도 흔들림 없는 포커페이스, 긴 팔을 이용한 강력한 공격이 무기다. 5년 전 인도네시아아시안게임엔 학업(한체대 특수체육교육학과)을 병행하느라 출전하지 못했다. 세계 1위로 나서는 첫 아시안게임이다. 일단 중국을 넘는 일이 과제다.

윤지유는 "긴장도 되고 기대도 된다. 열심히 훈련했다. 리우, 도쿄패럴림픽 금메달리스트인 쉐지안(중국)도 출전한다. 다시 한번 겨루게 될 텐데 끝까지 집중해 우승에 도전하겠다"고 했다.

앞선 아시안게임에서 여자탁구 신유빈-전지희조가 21년 만에 우승했다. 윤지유는 "비장애인 아시안게임 탁구경기를 보면서 많은 힘을 얻었다"고 했다.

2001년생 '검객' 권효경(22·홍성군청·세계 2위)은 '월드클래스' 왼손 펜서다. 선천성 뇌병변 장애가 있는 권효경은 달리기와 운동을 좋아하는 소녀였다. 충남 계룡 용남중 2학년 때 그의 재능을 알아본 선배 김정아 장애인펜싱협회 사무국장의 권유로 휠체어펜싱에 입문했다. 내성적이라는데 피스트에만 오르면 거침없는 검투사로 돌변한다.

2019년 대표가 된 후 폭풍성장을 했다. 지난해 4월 첫 출전한 국제휠체어절단장애스포츠연맹(IWAS) 브라질 상파울루월드컵에서 에페 은메달, 플뢰레 동메달을 땄다. 6월에 열린 태국 촌부리월드컵에서 은메달 1개와 동메달 2개를 수확했다. 9월에 열린 이탈리아 피사월드컵 여자에페 카테고리A에서 도쿄패럴림픽 금메달리스트 아마릴라 베레스(헝가리)를 꺾고 우승했다. 그에게 이번 대회는 첫 메이저 대회다. 왼손목에 새긴 '나비'처럼 날아오를 시간이다.

그는 "지난 9월 부산월드컵에서 금메달을 따 자신감을 얻었는데 10월 초 이탈리아 테르니세계선수권(에페 7위)은 좀 아쉬웠다. 첫 아시안게임에서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여드리겠다"고 했다.

권효경은 지난 3월 스포츠조선 창간특집 인터뷰에서 '에페 여제' 최인정을 만났다. 권효경에게 펜싱검과 가드를 선물한 최인정은 항저우아시안게임에서 개인전과 단체전 2관왕에 올랐다. 권효경은 "인정언니와 같은 종목, 에페 선수다 보니 큰 동기부여가 됐다. 언니 경기를 라이브로 봤다"고 했다.

2002년생 배드민턴 '신성' 유수영(21·한국장애인고용공단·세계 5위)은 지면 분해서 눈물을 쏟고, 이기면 세상을 가진 듯 행복한 승부사다. 선천성 하지기형 장애를 타고났다. 전북 김제중 때 배드민턴을 만났다. 한발로 비장애인 친구들을 모두 이기는 '라켓소년'을 눈 여겨본 특수교사의 추천으로 15세 때 대한장애인체육회 기초종목 육성 프로그램에 합류했다. 당시 이천선수촌장이던 정진완 대한장애인체육회장의 특별한 관심과 체계적인 훈련 속에 기량이 일취월장했다.

정 회장을 만난 날, 목표를 묻는 질문에 "세계랭킹 1위"를 외쳤던 당찬 소년. 이천선수촌이 그의 집, 배드민턴은 그의 길이 됐다.

지난해 전국체전에서 김정준(세계 2위), 김경훈(세계 34위) 등 선배들을 제치고 우승하더니, 12월에 열린 국가대표 선발전을 1위로 통과했다. 올해 상파울로(3위), 태국(2위), 바레인(3위), 캐나다대회( 2위) 등 나가는 대회마다 수상대에 올랐다.

첫 아시안게임에서 정상에 서려면 세계랭킹 1위 가지와라 다이키(일본·22)를 넘어야 한다. 도쿄패럴림픽 결승에서 당시 '세계 1위'였던 김정준을 꺾고 금메달을 딴 선수다. 가지와라와 맞대결에서 승리한 적 없지만 안세영이 '천적' 천위페이를 뛰어넘은 것처럼 유수영도 반전을 다짐하고 있다.

"부담되거나 긴장되기보다 설렘이 크다. 나는 가지와라와 승부를 즐긴다. 이전과 다른 결과를 내기위해 노력하겠다"며 설욕을 다짐했다.

심재열 배드민턴대표팀 감독은 "가지와라가 도쿄패럴림픽에서 우승한 독보적인 세계랭킹 1위지만, 유수영, 김정준 선수가 격차를 줄여가고 있다. 실수가 없는 선수지만 체력을 바탕으로 끈질기게 승부하면 훌륭한 대결을 보여줄 것"이라고 자신감을 표했다.

항저우장애인아시안게임은 22일 개막해 28일까지 7일간 진행된다. 한국은 총 208명의 선수가 22개 종목 중 21개(시각축구 제외)에 출전한다. 종합 4위를 예상하고 있다.

지난 16일 항저우선수촌에 입성한 김진혁 선수단장은 "뜨거운 함성과 박수, 누군가 내 이름을 불러주면 숨겨진 에너지가 나오는 것이 스포츠다. 선수들에게 국민의 응원이 큰 힘이다. 우리 선수들을 뜨겁게 응원해주시길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민창기 기자 huelva@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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