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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셜올림픽 뒷이야기]땀-눈물 그리고 미소, 눈물없이 들을 수 없는 SOK 직원들의 분투기

윤진만 기자

입력 2023-06-26 21:34

수정 2023-06-26 2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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땀-눈물 그리고 미소, 눈물없이 들을 수 없는 SOK 직원들의 분투기
사진제공=스페셜올림픽코리아

[베를린(독일)=스포츠조선 윤진만 기자]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처음으로 열린 발달장애인들의 스포츠 대축제 '2023년 스페셜올림픽 세계 하계대회'에서 대한민국 선수단 별다른 사건사고없이 대회를 성공적으로 마무리 할 수 있었던 데에는 스페셜올림픽의 한국지부 스페셜올림픽코리아(SOK) 직원들의 보이지 않는 헌신이 있었다.



흔히 국제대회에서 운영위는 문자 그대로 원활한 대회 운영을 돕는 역할에 치중한다. 하지만 SOK는 이용훈 회장부터 올해 입사한 신입 박재형 담당까지, 12명의 직원들이 150명이 넘는 대한민국 발달장애인 선수단을 밤낮없이 '밀착 서포트'했다. 스케줄 관리를 하고, 선수단 식단을 챙기고, 종목별 담당을 두어 장애 정도가 심한 선수를 집중적으로 살피기도 했다. 때로는 선수들의 코치, 때로는 형누나동생이 되었다. 1인3역은 기본, 잔업을 처리하기 위해 새벽 2~3시까지 일하는 날이 허다했다.

12명으론 선수단을 커버하긴 턱없이 부족했다. 한국은 이번대회에 골프, 수영, 농구, 3대3 농구, 축구, 배구, 롤러스케이팅, 육상, 탁구, 배드민턴, 역도, 보체 등 총 12개 종목에 출전했다. 역대 최초로 대회 단장을 겸한 이용훈 회장과 이윤혁 채지석 부단장 등 수뇌부를 제외하면 종목별로 직원 1명씩을 두기에도 벅찼다.

대표팀 운영을 총괄한 채 부단장은 이번 스페셜올림픽을 한 단어로 정의해달라는 물음에 '도전'이라고 답했다. "턱없이 부족한 인력으로 위기를 효과적으로 막아낸 큰 도전이었다"는 이유에서다. "코로나 기간에도 꾸준히 훈련과 경기를 해왔던 지도자들과 선수들의 도전, 부족한 자원으로 많은 지원을 하기 위한 SOK의 도전, 저 개인적으로도 턱없이 부족한 인력으로 위기를 효과적으로 막아낸 큰 도전이었다."

이호영 대리는 "연이은 야근과 피로누적, 메세 경기장을 총괄해야 하는 입장에서 힘든 것이 사실이었지만, 선수들이 먼저 말 걸어주고 웃어주고 열심히 경기에 임해주고 하는게 힘이 됐다. 역도 서포트를 했을 때 선수들이 경기 마치고 달려와서 안길 때는 지도자가 아닌데도 기분이 정말 좋았다"며 '선수들이 주는 힘' 덕분에 버틸 수 있었다고 말했다.

누구보다 이 회장이 앞장서서 땀을 흘렸다. 이 회장은 지난 17일 개막해 25일까지 펼쳐진 이번 대회 기간 내내 모든 종목의 경기를 '직관 응원'했다. 6월초 프랑스에서 열린 발달장애인들의 엘리트 대회인 '비투스게임'까지 감안할 때 근 한 달간 강행군을 펼쳤다. 이 회장은 "대회 내내 선수단 숙소에서 같이 생활했다. 그게 스페셜올림픽의 취지인 통합과 부합한다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이 회장은 비투스 게임때부터 선수들에게 한식을 제공하는 등 선수단과 직원들이 대회에만 집중할 수 있게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이 회장은 "일단은 잘 되는 게 우선이다. 그것 이상으로 우선 순위를 둔 건 없다"고 말했다. 채 부단장은 "대회를 운영하다 막히는 부분이 있으면 이 회장님이 뚫어줬다"고 귀띔했다.

이번이 첫 스페셜올림픽인 직원들이 많았다. 채 부단장은 "실전 경험이 없어서 솔직히 걱정을 했다. 하지만 젊은 직원들이 내가 예상한 것 이상으로 잘 해줬다"며 "특히, 윤수빈 주임이 마음에 걸린다. 밖에 나오지 못하고 숙소에 있는 운영본부실에서 서류 작업을 주로 맡게 해서 미안한 마음"이라고 했다. 윤 주임은 "그래도 하루 이틀 현장에 나가서 대회를 치르는 모습을 봤다. 더 집중해서 보게된 것 같다"며 웃었다. "개인적으로 많이 배운 대회였다. 제가 더 발전할 수 있는 발돋움이 될 것 같다."

박재형 담당은 육상팀을 맡았다. 장애 정도가 심한 안정민 선수와 같은 방에 묶으며 24시간 케어했다. 이번 대회를 '안정민'으로 정의한 박 담당은 "힘들었던 것도 사실이지만, 안정민 선수가 잘 따라와줘서 고맙다. 안정민 선수가 은메달을 획득했을 때는 울컥했다"고 말했다.

주로 골프팀을 팔로우한 대한장애인체육회 출신 김정민 대리는 스페셜올림픽이라는 이름처럼 스페셜한 대회였다고 돌아봤다. 분위기메이커인 이윤형 부단장은 '해피 원'(모두가 행복한), 곽나래 과장은 '건물 사이에 피어난 장미', 이다솜 대리는 '괜찮은 기회', 홍보 업무를 맡은 이현지 주임은 '한 여름 밤의 꿈', 오승석 주임은 '손톱'(어느 순간 성장해있는 나를 보며), 양의영 담당은 '아임레뒤'라고 정의했다. 스페셜올림픽 주제가인 '아유레디'를 참고했다.

끝으로 축구를 좋아한다는 오현정 담당은 '희로애락'으로 이번 대회를 정의했다. 직원들은 선수들이 울면 같이 울고, 웃으면 같이 웃었다. 같이 땀을 흘리고, 웃으며 농담을 주고 받았다. 희로애락, 이보다 더 좋은 표현이 있을까.

이 회장은 귀국을 앞두고 "선수, 지도자를 비롯한 SOK 스탭분들에게도 감사하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고 했다.

이번 대회는 끝이 아닌 시작이다. SOK는 2025년 이탈리아 토리노에서 열릴 예정인 스페셜올림픽 동계대회를 앞두고 어떻게 하면 더 효율적으로 대회를 치를 수 있을지 고민하고 연구하겠다는 목표다. 베를린(독일)=윤진만 기자 yoonjinm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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