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뉴스

[스페셜올림픽]"아들이 이번 대회를 통해 한뼘 더 성장하길"…한 골프대디의 바람

윤진만 기자

입력 2023-06-25 20:41

수정 2023-06-26 13:15

more
"아들이 이번 대회를 통해 한뼘 더 성장하길"…한 골프대디의 바람
◇손영상씨(왼쪽)와 아들 손원희군. 사진(베를린)=윤진만 기자

[베를린(독일)=스포츠조선 윤진만 기자]22일, 독일 베를린에 위치한 사드 바로우 골프 리조트에는 갈색 정장 차림으로 스페셜올림픽 대한민국 골프 선수들의 사진을 찍는 한 중년 남성이 눈에 띄었다.



자신을 손원희 선수(18)의 아빠라고 소개한 손영상(49)씨는 "아들이 참가하는 대회를 보기 위해 아내와 함께 베를린에 왔다. 사진은 그냥 취미로 찍어주는 것"이라고 말하고는 또 다른 선수의 사진을 찍어주기 위해 발걸음을 옮겼다.

기자가 진행하는 스포츠조선의 축구 유튜브 '볼만찬기자들'을 시청한다는 손씨는 "아들이 자폐, 불안장애가 있다. 성적보다는 처음으로 장기간 떨어지는 거여서 대회 기간인 15일간 버틸 수 있을까 궁금했다. 생각 외로 잘 적응해서 놀랐다. 이번 대회를 통해 한뼘 더 성장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스페셜올림픽코리아(SOK) 관계자는 "원희군이 이번 대회에 잘 적응했다. 아빠를 너무 안 찾아서 아버님이 서운해하시는 것 같다"고 귀띔했다.

아들 원희군은 '2023년 스페셜올림픽 세계 하계대회' 개인기술경기 Level1에서 83타를 쳐 전체 3위를 차지했다. 처음으로 출전한 스페셜올림픽에서 동메달을 목에 거는 쾌거를 이뤘다. 손씨는 "너무 예쁘고, 자랑스럽다"며 웃었다.

원희군은 어떻게 골프와 인연을 맺었을까. 손씨는 "부모들이 다 그렇지만, 이것저것 많이 시켜봤다. 구기 종목은 안 되겠고, 수영 스키는 무서워하는 것 같았다. 주변의 권유로 골프를 시키기 시작했다. 전문적으로 하기보단 재미로 시작을 했는데, 이렇게 대회에도 출전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발달장애인 아이들은 어디를 가도 배려의 대상이고 주변인이다. 생각해보면 칭찬을 거의 못 받고 자란다"며 "그런데 골프에선 이게 된다. 조금만 잘쳐도 칭찬을 해준다. 박수를 받는 주인공이 된다"며 원희군이 골프를 친 이후로 많이 바뀌었다고 말했다.

원희군의 꿈은 '넥스트 이승민'이다. 이승민은 발달장애인으로 프로 골퍼가 된 선수다. 손씨는 "아들의 인생 목표는 이승문 선수처럼 되는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이날 우리 대표팀은 참가 선수 14명 중 12명이 메달과 리본 등을 시상했다. 우승백 골프 대표팀 감독은 "날씨는 좋았지만, 잔디 때문에 어려움이 있었다. 우리와 달리 '떡잔디'였다. 그린과 페어웨이가 차이가 없었다"며 "그래도 우리 선수들이 잘해줘서 좋은 성적을 거둘 수 있었다"고 만족감을 표했다.

스트로크 플레이(9홀) Level4에서 금메달을 따낸 김태현(28)은 "지난 아부다비 대회에 이어 2번 연속 메달을 땄다. 지난 대회 메달을 액자에 잘 넣어놨다. 이 메달도 잘 넣어놔야 할 것 같다"며 미소지었다.

개인기술경기 Level1에서 4위를 기록한 김경민(23)은 "드라이브에 만족을 하지 못한다"고 아쉬워했다.

이날 또 하나 눈에 띄는 점은 손영상씨를 비롯해 부모들이 대거 동행했다는 것이다. 우 감독은 "골프 종목만의 특징 중 하나"라고 했다. 부모들은 단순히 자녀들을 응원하는데 그치지 않았다. 일부는 직접 캐디를 맡아 땀을 뻘뻘 흘리며 18번홀을 돌았다.

발룬티어(자원봉사자)를 뜻하는 보라색 티셔츠를 입은 양윤주씨는 캐나다 토론토에서 발룬티어로 참여하기 위해 아들 고정명씨와 함께 캐나다 토론토에서 베를린으로 날아왔다고 했다.

양씨는 "아들이 5살 때부터 8년간 오혜련 코치의 골프 지도를 받았다. 그때 인연으로 여기에 와서 캠프 일을 돕고 있다. 너무 좋은 경험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아들 고씨는 영어능통자답게 한국 골프팀의 통역관 역할을 톡톡히 했다. 대회를 마친 뒤엔 캐나다 등 다른 나라 국기가 그려진 배지를 구해와 우리 선수들에게 선물하기도 했다. 베를린(독일)=윤진만 기자 yoonjinman@sportschosun.com

:) 당신이 좋아할만한 뉴스




Copyright sports.chosun.com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