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뉴스

민속씨름리그 부활 첫 해, 우여곡절 속 쌓은 스토리 "기회의 장 넓혔다"

김가을 기자

입력 2020-12-01 08:31

more
민속씨름리그 부활 첫 해, 우여곡절 속 쌓은 스토리 "기회의 장 넓혔다"
지난 8월 열린 2020년 위더스제약 영월장사씨름대회 단체전에서 의성군청의 손명호가 정읍시청의 김병찬을 제압하고 있다. 사진제공=대한씨름협회

[스포츠조선 김가을 기자]민속씨름리그가 우여곡절 끝 첫 번째 시즌을 마무리했다.



대한씨름협회는 한국씨름연맹과 함께 민속씨름의 부활을 알렸다. 지난 2000년대 후반 이후 명맥이 끊겼던 지역 장사 타이틀이 10여년 만에 팬들 곁으로 찾아온 것이다. 지난해 시범 경기를 통해 가능성을 본 민속씨름은 올해 새롭게 돛을 올렸다. 시대 변화에 발맞춰 단체전도 도입했다.

변수가 발생했다. 지난해 말 발병한 코로나19가 발목을 잡았다. 민속씨름은 당초 지난 4월 첫 경기를 시작으로 올해 총 10회에 걸쳐 대회를 진행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코로나19로 일정이 연기됐다.

8월 영월에서 1차 대회를 치르며 가까스로 항해에 나섰다. 코로나19가 다소 잠잠해진 10월에는 안산에서 2차 대회를 열었다. 하나둘 발걸음을 이어가던 상황. 코로나19 직격탄을 다시 맞았다. 협회는 11월 초 문경에서 대회를 진행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대회를 준비하던 문경시체육회 관계자 1명이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다. 협회는 일정을 급히 조정했다. 문경 대회 직후 치를 예정이던 평창 대회를 앞당겨 개최했다. 부활한 민속씨름리그는 26일부터 30일까지 열린 문경 대회를 끝으로 마무리됐다.

그야말로 우여곡절, 다사다난한 첫 시즌이었다. 하지만 민속씨름리그는 온갖 어려움을 이겨내고 또 하나의 스토리를 만들어냈다.

이번 대회를 통해 '신인' 노범수(22·울산동구청)는 다크호스에서 신흥강자로 발돋움했다. 울산대를 중퇴하고 올해 울산동구청에 입단한 노범수는 민속씨름리그 4연속 장사에 오르는 파란을 일으켰다. 특히 그는 두 체급을 석권하며 두 주먹을 불끈 쥐었다.

노범수는 8월 영월 대회에서 생애 첫 태백장사(80㎏ 이하)에 등극했다. 뒤이어 열린 안산 대회에서는 금강장사(90㎏ 이하) 타이틀을 거머쥐었다. 기세를 올린 노범수는 평창 3~4차 대회에서 연달아 태백장사에 올랐다.

베테랑 '형님'들도 모래판 위에서 눈물을 펑펑 흘렸다. 우형원(39·용인백옥쌀)은 문경 대회에서 실업 데뷔 17년 만에 생애 첫 한라장사(105㎏ 이하)에 등극했다. 지난 2004년 실업 무대를 밟은 우형원은 오랜 기다림 끝에 생애 첫 황소 트로피를 들어 올렸다. 유영도(36·구미시청) 역시 문경 대회에서 생애 첫 장사 타이틀을 챙겼다. 유영도는 금강장사(90㎏ 이하)에 오르며 실업 데뷔 15년 만에 처음으로 꽃가마를 탔다.

많아진 경기 수만큼이나 빼곡하게 쌓인 스토리. 민속씨름리그 첫 시즌을 마친 선수들은 긍정적 반응을 보였다. 김향식(33·동작구청)은 "더 많은 리그 대회가 열렸으면 좋겠다. 우리 팀은 민속리그 위주로 준비하기에 경기력 향상에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김성용(27·제주도청) 역시 "경기가 많아져서 좋다. 경기력 자체가 좋아지는 느낌"이라고 전했다.

다만, 올해는 코로나19 상황 탓에 경기 일정이 들쭉날쭉했다. 선수 입장에서는 체력 저하, 경기력 문제 등을 고민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 김민정(32·영월군청)은 "올해 민속씨름 리그가 생겼다. 장사를 할 수 있는 기회가 많이 생겨서 좋다. 다만, 코로나19 때문에 일정이 너무 타이트했다. 그 부분에서는 부상 위험이 있었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노범수 역시 "민속씨름 리그 덕분에 처음으로 장사에 올랐다. 경기를 많이 할 수 있어서 좋다. 올해는 코로나19 때문에 체력적으로 힘든 부분이 있었다"고 전했다.

한편, 협회는 12월 중 플레이오프 개념으로 왕중왕전을 열어 팬과 만날 예정이다. 협회 관계자는 "예정대로라면 올해 10개 대회를 마친 직후 왕중왕전을 진행하려고 했다. 코로나19 관계로 일정이 바뀌었다. 이제 첫 발을 뗐다. 민속씨름리그가 더욱 발전할 수 있도록 다듬어 나가겠다"고 했다.

김가을 기자 epi17@sportschosun.com

:) 당신이 좋아할만한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