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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창 쇼트트랙]넘어진 임효준 함께 안아준 그들은 '진짜 원팀'

박찬준 기자

입력 2018-02-22 2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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넘어진 임효준 함께 안아준 그들은 '진짜 원팀'
22일 오후 강원도 강릉 아이스아레나에서 '2018 평창동계올림픽' 남자 쇼트트랙 5,000m 계주 결승 경기가 열렸다. 대표팀이 레이스 도중 넘어지며 4위를 기록했다. 경기를 마치고 아쉬운 표정을 짓고 있는 대표팀 선수들. 강릉=송정헌 기자 songs@sportschosun.com/2018.02.22

임효준(22·한국체대)은 고개를 숙였다.



빙판 위에 한참을 주저 앉아 있었다. 허리를 숙인채 홀로 빙판을 맴돌았다. 아쉬움에 고개를 떨구던 동료들은 하나둘씩 임효준을 안아주었다. 누구보다 열심히 땀방을을 흘린 것을 알기에, 누구보다 이기고 싶었던 것을 알기에 함께 위로해줬다.

'맏형' 곽윤기(29·고양시청)-임효준-서이라(26·화성시청)-김도겸(25·스포츠토토)으로 구성된 한국은 남자 5000m 계주 결선 A에서 아쉽게 메달 획득에 실패했다. 12년만의 5000m 계주 금메달을 노리던 한국 남자 쇼트트랙은 예선에서 올림픽 기록을 세우며 기대감을 높였지만, 넘어지는 불운으로 아쉽게 노메달에 머물렀다. 한국은 헝가리, 중국, 캐나다와 치열한 레이스를 펼쳤지만 아쉽게 4위에 그쳤다.

스타트부터 헝가리와 몸싸움을 펼치는 등 뜨거운 레이스가 펼쳐졌다. 36바퀴를 바뀌고 3위로 내려갔던 한국은 33바퀴를 남기고 1위로 올라섰다. 다시 중국에게 리드를 내준 한국은 중국과 치열한 선두 다툼을 펼쳤다. 하지만 정작 엉뚱한데서 발목이 잡혔다. 22바퀴를 남기고 임효준이 넘어졌다. 터치도 되지 않았다. 1바퀴 이상 차이나는 가운데 한국은 빠르게 추격에 나섰지만 차이가 너무 컸다. 결국 끝내 역전에는 실패했다.

임효준은 앞서 500m에서 동메달을 획득했지만, 메달 세리머니에서도 표정이 밝지 않았다. 동료들에 대한 미안함 때문이었다. 믹스트존도 그냥 지나쳤다. 하지만 그에게는 동료들이 있었다. 곽윤기는 '맏형'답게 임효준의 마음을 닦아줬다. 그는 "임효준에게 어떤 말해도 들리지 않을 걸 알기에 안아줬다"고 했다.

쇼트트랙은 한국의 '효자 종목'이지만 남자 계주 분위기는 그리 밝진 않았다. 금 맛을 12년 동안 보지 못했다. 2006년 토리노올림픽이 마지막 남자 계주 금메달이었다. 곽윤기는 "계주에서 꼭 1위를 하고 싶다. 그렇게 된다면 (2006년 토리노올림픽 이후) 무려 3번의 올림픽 만에 얻는 쾌거"라며 다짐을 밝히기도 했다. 국내에서 열리는 대회에서 계주 금메달 12년 한을 풀기 위해 최선을 다했지만, 끝내 결실을 맺지는 못했다.

한국 남자대표팀은 최강 멤버는 아니었지만 탄탄한 조직력을 과시했다. 곽윤기가 '맏형' 리더십으로 생애 첫 올림픽을 치르는 동생들을 잘 이끌었다. 그 동안 서로의 엉덩이를 밀고 또 밀며 눈빛만 봐도 아는 사이가 됐다. 남자 대표팀은 올 시즌 국제빙상경기연맹(ISU) 월드컵 랭킹 2위에 올랐다. 최근 치러진 네 차례 월드컵 중 한국에서 열렸던 4차대회 때 우승을 차지하며 가능성을 알렸다.

목표로 한 메달 획득에는 실패했지만, 그들은 진정한 '원팀'이었다.

강릉=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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