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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바이' 손연재… 다사다난했던 스타 선수의 명과 암

김가을 기자

입력 2017-02-19 13: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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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바이' 손연재… 다사다난했던 스타 선수의 명과 암
스포츠조선DB

결국 은퇴다. 대한민국 리듬체조의 간판 손연재(23·연세대)가 은퇴한다.



손연재의 소속사인 갤럭시아SM은 18일 '손연재는 이번 국가대표 선발전에 참가하지 않기로 했다. 동시에 현역선수로서도 은퇴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예상 가능했던 일이다. 손연재는 모스크바 그랑프리에 불참했다. 이례적인 일이다. 손연재는 2011년 이후 매년 모스크바 그랑프리를 통해 새 시즌을 시작했다. 지금까지 이 대회에 참가하지 않은 것은 2015년이 유일하다. 당시 손연재는 새 프로그램 적응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경기에 나서지 않았다.

리듬체조 관계자들 역시 은퇴를 예상했다. 한 관계자는 "손연재가 리우올림픽 직후 새 프로그램을 준비한다거나 훈련에 돌입했다는 소식이 없었다. 외국에서 리듬체조 후배들에게 재능기부를 하는 등의 얘기만 있었다. 은퇴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실제 손연재는 2016년 리우올림픽 직후 리듬체조 관련 공식석상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그러나 일말의 가능성은 있었다. 은퇴 무대였다. 그동안 대부분의 리듬체조 국가대표는 전국체육대회를 끝으로 은퇴를 알렸다. 그러나 손연재는 지난해 열린 제97회 전국체육대회에 불참했다. '혹시나' 하는 여지를 남겼다. 유니버시아드 및 아시안게임 등 굵직한 대회가 남아있는 만큼 선수 생활을 유지할 수도 있다는 의견이었다. 그러나 손연재는 은퇴로 방향을 잡았다. 이제는 리듬체조선수가 아닌 체조인으로 새 삶을 시작한다.

▶"감사합니다" 요정의 마지막 인사

무려 17년 동안 이어진 기나긴 여정이었다. 5살 때 엄마 손을 잡고 '우연히' 시작한 리듬체조는 지금껏 그의 인생의 전부였다. 초등학교 시절부터 국내 대회를 휩쓴 손연재는 2009년 크로아티아 챌린저 주니어에서 우승하며 환하게 웃었다.

그러나 시니어 무대는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2010년 처음으로 도전한 3번의 월드컵에서 저조한 성적표를 받아들였다. 그해 열린 광저우아시안게임에서는 개인종합 동메달을 거머쥐기도 했지만, 유럽 선수들과의 경쟁에서는 늘 열세였다.이를 악물었다. 손연재는 2011년 리듬체조 강국 러시아로 향했다. 그곳에는 가족도, 친구도 없었다. 그저 '이방인'일 뿐이었다. 그러나 포기하지 않았다. 눈칫밥을 먹어가며 독하게 버텼다.결실은 달콤했다. 2011년 9월 프랑스 몽펠리에서 열린 세계선수권에서 개인종합 11위에 오르며 자력으로 2012년 런던올림픽 본선에 진출했다. 런던에서도 한국 리듬체조의 역사를 다시 썼다. 그는 결선 무대에서 5위를 기록하며 한국 리듬 체조 최고 성적을 냈다.분위기를 탄 손연재는 2013년 아시아 선수권, 2014년 인천아시안게임, 2015년 하계유니버시아드에서 연달아 정상에 오르며 환호했다.

마지막 남은 것은 오직 올림픽 메달. 손연재는 2016년 리우올림픽에서 4년간 갈고 닦은 실력을 유감없이 발휘했다. 그는 후프-볼-곤봉-리본 총합 72.898점을 기록했다. 비록 4위에 오르며 아쉽게 메달 획득에는 실패했다. 하지만 후회는 없었다. 그는 리우올림픽 직후 "나 스스로에게 100점이 있다면 100점을 주고 싶다"며 환하게 웃어보였다. 미련 없는 마무리. 손연재는 "아쉬움과 후회는 없다"며 길었던 여정의 마침표를 찍었다.

▶다사다난했던 스타 선수의 삶

현역에서 은퇴한 손연재는 평범한 대학생으로 돌아갈 것으로 보인다. 갤럭시아SM은 "운동선수로서의 삶은 이제 마무리하지만 또 다른 미래에 대한 기대와 희망을 품고 새로운 배움의 길을 걸어가려 한다"며 "아직 정해진 것은 아무것도 없다. 분명한 것은 학생인 만큼 학업에 열중하면서 리듬체조 외에 어떤 재능이 있는지도 찾아보려고 한다"고 전했다. 연세대 2013학번인 손연재는 졸업까지 두 학기를 남겨둔 상태다. 손연재는 현재 복학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평범한 삶. 손연재가 두 손 모아 바라던 것이다. 그는 리우올림픽을 마친 뒤 "편안한 마음으로 있고 싶었다. 그동안은 쉬어도 쉬는 기분이 아니었다"며 "여행도 가고 그동안 만나지 못했던 친구들도 만나고 싶다"고 바람을 드러냈다.

고된 훈련도 훈련이지만 손연재는 스타 선수로서 온갖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리듬체조 선수 특유의 깜찍한 표정과 외모로 연예인 못지않은 인기를 얻었다. 각종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하기도 했다. 손연재는 리우올림픽 직후에도 각종 행사와 방송 요청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야말로 손연재는 대중의 관심 속에서 살았다.

관심은 두 얼굴을 가졌다. 스타 선수인 손연재는 많은 팬에게 응원을 받았지만, 반대로 비판을 받기도 했다. 특히 '최순실 정국' 속에서 근거 없는 의혹에 휘말린 바 있다. 2014년 11월 박근혜 대통령이 참석한 늘품체조 시연회에 참석한 덕에 특혜를 받았다는 내용이었다. 늘품체조는 박 대통령의 비선실세 최순실의 최측근인 차은택과 문화체육관광부의 합작품으로 알려져 있다.

한국 리듬체조의 간판인 동시에 스타 선수의 명암 속에 살았던 손연재는 이제 제2의 인생을 향해 새출발에 나선다.

김가을 기자 epi17@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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