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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점투성이' 전자카드제, 힘없는 서민만 골탕?

박상경 기자

입력 2015-04-01 07:22

'허점투성이' 전자카드제, 힘없는 서민만 골탕?


사행산업통합감독위원회(위원장 이병진·이하 사감위)의 전자카드제 확대시행 권고안이 결국 확정됐다. 그러나 곳곳에서 허점이 드러나면서 '졸속강행' 논란이 일고 있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치겠다'는 심산이다. 후속 대책이 사실상 전무하다. 사감위는 확대시행 권고안을 발표하면서 '전자카드로 인한 매출 감소가 발생하지 않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으나, 만에 하나 매출감소로 이어질 경우를 대비한 대책을 다각도로 준비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사업장 매출과 연관된 제도를 시행하면서 구체적인 대안을 제시하지 못해 반발을 사고 있다. 향후 실행 의지에 의문을 품을 수밖에 없다. 실제 사감위는 전자카드제를 도입한 경륜 일부 지점에서 매출이 반토막 나는 상황에서 대안을 제시하지 못한 바 있다. 그동안 전자카드제 도입을 주장하면서도 매출 감소 등 부작용 해소를 위한 구체적 로드맵을 제시하지 못했던 사감위가 '전자카드 추진상황 점건단'을 설치해 전자카드제 및 지정좌석제로 인한 매출변화 요인 분석 및 대응책을 마련하겠다는 주장도 설득력이 떨어진다. 부작용 최소화를 전제로 경주류 인터넷 베팅제를 도입하는 방안을 거론한 것을 두고는 인터넷 기반 불법도박을 부추기는 꼴이 될 것이라는 우려까지 터져 나오고 있다.

일각에선 전자카드제 도입 추진 과정에서 외국인 카지노와 복권 사업이 빠진 부분을 두고 '내국인 역차별'을 지적하고 있다. 사감위 전자카드제는 내국인 카지노와 경마-경륜-경정, 스포츠토토 등 합법 사행산업을 사정권에 두고 있다. 그러나 이번 권고안 확정 과정에선 외국인 카지노와 복권사업에 대한 언급이 빠져 있다. 복권사업 주무부처인 기획재정부에서는 지난 24일 '전자카드제 수용곤란' 입장을 표명한 바 있다. 외국인 카지노 사업은 산업통상자원부가 최근 투자금 5억달러의 40% 이상을 예치하는 경우 신용등급이 낮더라도 외국인전용 카지노 투자가 가능토록 허용하는 개정령안을 재입법 예고하는 등 활기를 띠고 있다. 때문에 사감위가 전자카드제 도입을 놓고 관련 여부에 따라 다른 잣대를 두고 있다는 불만이 터져 나오고 있다.

불완전 제도 시행의 피해는 사업체와 서민에게 전가될 것으로 보인다. 당장 국내 합법 사행산업은 매출 감소 직격탄을 피할 수 없게 됐다. 사감위가 확대시행 권고안을 확정하면서 2018년 전면도입 문구를 뺀 게 그나마 희망적이라는 의견도 있다. 그러나 최근 불거진 반대 여론에 잠시 주춤했을 뿐, 불씨는 여전히 살아 있다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생체정보(지정맥)를 포함하는 전자카드제가 확대 됨에 따라 소비자들의 신분노출, 개인정보유출 불안감도 더욱 커지게 됐다. 사행산업계는 전자카드제 확대에 이은 전면도입이 매출 감소와 관련 종사자 대량해고로 이어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1996년부터 10년 간 이용자 자율에 맡긴 전자카드제를 실시하던 독일이 실명정보 등을 담은 '의무적 전자카드제'를 도입한 뒤 시행 1년여 만에 매출이 5억1000만유로(약 6100억원)에서 2억5800만유로(약 3086억원)로 반토막 난 사례도 있어 불안감은 증폭되고 있다.

이에 대해 사감위의 관계자는 "(전자카드제 도입 확대시행) 방향이 결정됐기 때문에 결정된 대로 (후속대책을) 추진해 나아가는 것"이라고 말했다. 복권사업 및 외국인 카지노 제외 지적을 두고는 "기재부가 입장을 표명한 것일 뿐, 사감위 정책에 영향은 없다"며 "외국인 카지노가 (전자카드제 도입) 대상에서 제외되긴 했으나, 외국인 도박 문제가 심각하다는 점이 감지되면 그때 추진해 나아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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