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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기자의 開口]벌써 잊혀진 아시안게임, 필요한 관심들

신보순 기자

입력 2014-10-23 0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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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써 잊혀진 아시안게임, 필요한 관심들
2014 인천 아시안게임의 마스코트들이 공개행사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인천=김경민 기자 kyungmin@sportschosun.com

친구가 조그만 회사를 운영한다. 보안 솔루션 회사란다. 명함을 건네줬는데, 이름이 '더 보안'이다. 순간, '참 멋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뭐 회사이름이니 단순한게 좋기는 하겠다. 듣기만 하면 대충 감은 온다. 무엇을 하는 회사인지 말이다. 어떻게 보면 가장 확실한 이름일 수 있겠다. 그런데 참 멋없다.





우리네 조상님들은 그런면에서 운치가 있었던 것 같다. 들과 산의 꽃과 풀, 나무, 그것들에게 참 멋진 이름들을 지어주셨다. 허투루 보고 넘긴 것이 없다. 봄소식을 가장 먼저 전해준다는 제비꽃, 패랭이를 닮은 패랭이꽃, 나팔을 닮았다고 해서 나팔꽃. 은방울꽃, 노루귀꽃, 족두리풀, 투구꽃. 생김새를 눈여겨도 보셨다. 며느리밥풀꽃, 홀아비바람꽃, 도둑놈의갈고리꽃, 삶의 냄세가 풍긴다. 노루오줌꽃, 오이풀, 향이 백리를 간다는 백리향, 향기 하나도 놓치지 않으셨다. 사연도 구구절절하다. 서민들의 애환, 사랑, 역사를 담아놓으셨다.

곰곰히 생각해보면 관심인 것 같다. 우리와 함께하는 모든 것에 대한 관심, 그것을 이름으로 표현했다. 이름은 곧 의미다. 그렇게 부르면서 또 하나의 생명을 불어넣어주신 것 같다. 그래서 말인데, 모든 관계의 출발은 관심이 아닐까 싶다. 미움보다 무서운게 무관심이란 말이 괜히 나온 것은 아닐 것이다.

인천아시안게임이 끝난 지 한달도 안됐다. 대회 기간, 참 많은 스토리가 나왔다. 선수들의 구구절절한 사연들, 감동 그 자체였다. 우리들은 함께 웃고 울었다. 태극전사들이 보여준 드라마에 즐거워했다. 그런데 그것으로 끝이다. 여운이 남아있지 않다. 벌써 다 지워졌다. 네티즌의 댓글에도 이런 글이 올라온다. '언제나 그렇듯 대회만 끝나면 관심도 끊어지는 아마스포츠'를 언급한다. 언론의 책임도 크다. 사실 가장 먼저 관심을 끊는 게 언론이 아닌가 싶다.

'오똑이' 사재혁은 수술을 일곱번이나 받았다. 바벨을 들겠다는 일념 하나뿐이었다. 김재범의 손은 흉하다. 인대는 여러군데 끊어졌다. 손가락은 심하게 변형됐다. 구부리기도 힘든 손으로 유도복을 잡았다. 다시 한번 이야기해도 가슴이 뭉클하다. 하지만 이제 관심이 없다. 기자도 아시안게임 초반 사격 2관왕에 오른 태극전사의 이름이 가물가물하다. 선수들은 "올림픽, 아시안게임 때만이 아니라 평소에도 비인기 스포츠에 관심을 가져주셨으면 좋겠어요"라고 항상, 매번 말한다.

어제 진종오가 전국체전 사격 남자 일반부 50m 권총에서 우승을 차지했다. 이번 전국체전은 제주에서 열린다. 사격 화약총 종목은 전국체전 사전 종목으로 어제 시작됐다. 볼링과 롤러 등도 사전경기로 열리고 있다. 본격적인 대회는 28일 막이 오른다. 다음달 3일까지 펼쳐진다.

이번 대회에서 아시안게임 스타들이 다시 만날 수 있다. 또 한번 그들의 땀과 열정을 느낄 수 있다. 물론 많은 시간 준비해온 모든 선수들이 주인공이다. 이들에게, 이 대회에 관심이 필요하다. 지난해 전국체전 우승은 경기도, MVP는 박태환이 차지했다.

P.S, 꽃 이야기 하니 떠오르는 시가 있다. 고 김춘수 시인의 꽃이다. 마지막 대목이 이렇다. '우리들은 모두 무엇이 되고 싶다. 나는 너에게 너는 나에게 잊혀지지 않는 하나의 의미가 되고 싶다.' 따뜻함이 느껴진다. 가을이라 그런지 감상적이 되는 것 같다. 신보순기자 bsshi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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