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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수지칼럼]'18점'손연재-'17점중반'덩센위에 레벨이 다르다

전영지 기자

입력 2014-10-02 08:02

수정 2014-10-02 1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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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점'손연재-'17점중반'덩센위에 레벨이 다르다
한국리듬체조대표팀 손연재가 1일 인천 남동체육관에서 열린 2014인천아시안게임 리듬체조 단체전에서 은메달을 차지하고 있다. 이날 단체전에선 손연재와 함께 김윤희(23·인천시청), 이다애(20·세종대), 이나경(16·세종고)이 출전했다. 인천=최문영 기자 deer@sportschosun.com /2014.10.01/

"마지막 한국의 파이팅, 일본의 실수가 메달색을 결정했다. "



1일 오후 후배들의 리듬체조 사상 첫 은메달 쾌거에 '원조 요정' 신수지(23)는 기쁨을 감추지 않았다. MBC해설위원으로서 현장에서 후배들의 연기를 지켜봤다. 마지막 순간까지 눈을 뗄 수 없었던, 투혼의 팀 은메달 과정을 냉정하게 분석했다. 2일 한국 리듬체조 사상 첫 금메달에 도전하는 후배 손연재를 향한 조언과 응원도 잊지 않았다.

▶마지막 일본의 실수, 한국의 투혼이 메달색 바꿨다

마지막까지 메달색은 불투명한 상황이었다. 세 선수가 고른 기량을 갖춘 우즈베키스탄이 월등했고, 2~3등 싸움이 치열했다. 한국, 카자흐스탄, 일본, 누가 어떤 메달을 딸지 불투명한 상황에서 마지막 종목이 시작됐다. 초반 16~17점대를 꾸준히 받으며 상승세를 탄 일본의 마지막 종목 실수는 치명적이었다. 사쿠라의 리본이 묶였다. 이 경우 판단을 잘해, 쓰던 리본을 내려놓고 옆에 놓인 예비수구를 썼다면 감점이 많이 되지 않았을 것이다. 판단을 잘했어야 한다. 어린 선수이고 국제대회 경험이 많지 않다보니 위기 대처능력이 떨어졌다. 1초면 난도 하나를 더할 정도로 아까운 시간인데, 리본을 풀 시간이 없다. 한번에 풀리는 리본인지 그렇지 않은 리본인지 판단했어야 했다. 묶인 상태로 리본을 던지면 뒤로 떨어진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그렇게 던질 수밖에 없었다. 이 판단 때문에 메달색이 바뀐 것이다. 2등에서 있던 일본이 4위로 떨어졌다.

반면 마지막 종목에서 한국은 강한 집중력과 뒷심을 발휘했다. 3종목에서 이미 개인종합 예선 1위를 확정한 손연재가 마지막 종목 곤봉에서 너무 잘해줬다. 에이스의 무게감을 견뎌냈다. 곤봉은 연재가 잘하는 종목이기도 하고, 작품과 음악이 깜찍한 연재에게 딱 맞는 스타일이다. 표현하기 편하고 그러다보니 난도도 힘있게 나오고, 자신있게 했다. 후프-볼에서 실수했던 윤희의 반전도 칭찬하고 싶다. 팀경기에서 최저점수 2개는 버릴 수 있기 때문에 '빨리 잊고 다음종목에 집중한다'는 마인드컨트롤이 빨랐던 것같다. 경험 많은 베테랑 선수이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원래 당당하고 잘하는 선수인데 초반 긴장을 많이 했다. '팀 2등'이자 맏언니로서 연재를 받쳐주고, 동생들을 끌어줘야 한다는 부담감이 컸을 것이다. 무릎, 발목 상태도 좋지 않았다. 전날 포디움 연습중에도 몸이 안좋아 울었다고 들었다. 어려운 상황을 이겨내며 마지막까지 잘해줬다.

4년전 광저우에서의 상황이 역전됐다. 우리가 2위, 일본이 4위가 됐다. 광저우에서 0.6점차로 동메달을 놓친 후 다 껴안고 엉엉 울었던 기억이 난다. 너무 고생스러웠고, 나는 발목 인대가 없는 절박한 상황이었다. 오늘 그 눈물을 후배들이 다 씻어줬다. 정말 고맙다. 마지막 순간까지 포기하지 않고 최선을 다한 것, 일본은 실수하고 우리는 100% 우리 것을 해낸 것이 은메달의 비결이다. 사실 동메달은 무조건 예상했다. 일본이 초반에 잘했고, 우리의 실수가 생기면서 불안했다. 끝까지 예측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결과를 미리 알고 본 것이 아니라 '막판 반전'이어서, 더 짜릿하고 재밌었다.

역대 최고 성적인 팀 은메달은 대한민국 리듬체조의 쾌거다. 연재가 너무 잘해줘서 기특하다. 은메달에 확실한 이바지를 했다. 에이스의 몫을 해줬다. 윤희는 맏언니로서 마지막 2종목, 끝까지 화이팅해줬다.몸도 안좋았을 텐데 기분 좋게 마무리해 고생했다는 말을 해주고 싶다. 다애 나경이는 어리고 국제대회 경험 없어 걱정했는데 잘해줬다. 다애는 긴장 안하고 침착하게 할 줄 알았다. 첫 메이저 무대에 나서는 나경이를 걱정했는데 막내가 제일 당차게 하더라. 잘했다 기특하다. 모두가 한마음으로 파이팅 해줘서 가능했던 일이다.

▶손연재-덩센위에 레벨이 다르다

2일 오후 마지막 개인전 한종목이 남았다. 기다려온 순간이다. 1일 예선전에서 덩센위에를 지켜봤다. 부상때문에 월드컵 한시즌을 안 뛰었지만, 기량이 떨어지지 않았다. 악착같은 선수다. 특히 회전능력이 정말 좋다. 점프는 제일 잘 뛴다. 너무 가볍고 나비처럼 날아오른다. 점프의 높이가 다르다. 클래스가 높은 연기를 보여주고 있다. 하지만 올시즌 연재는 작품 완성도, 연기 숙련도에서 압도적인 기량을 보여주고 있다. 강점인 푸에테피봇, 회전난도시 축을 고정시키고 균형을 잡는 능력이나 표현력, 경기감각 역시 손연재가 앞선다. 종목별 0.3점 차이가 작은 차이라고 볼 수도 있지만, 예선 점수를 살펴보면 덩센위에는 암만 잘해도, 17점대 중반이다. 연재는 17점대 후반, 곤봉에선 18점대까지 찍었다. '레벨이 다르다'고 볼 수 있다. 세계무대에서도 연재가 늘 우위를 점해왔다. 지난해 세계선수권 빼고는 개인종합에서 진 적 없다. 특히 올 한해 위치를 완전히 굳혔다. 덩센위에는 연재처럼 '확 끄는 매력'도 부족하다. 보여주는 종목인 만큼 다시 보고 싶고 기대하게 만드는 '매력' 역시 연재의 강점이다. 아쉬웠던 점은 후프에서 약간 흔들렸던 부분이 있다. 마지막에 후프를 통과하면서 끝냈어야 하는데, 살짝 흔들렸다. 신체난도, 회전도 더 보여줄 수 있다. 그래봤자 근소한 차이지만 초반 후프, 볼에서 좀 더 좋은 점수로 덩센위에와의 차이를 벌려놓고 나가면 마지막 종목에서 여유롭게 연기할 수 있다. 덩센위에가 앞종목에 강하다. 초반에 기선을 제압하고 가면 좋겠다. 그래야 맘도 편하고, 부담감이 커지면 갑자기 긴장돼서 실수가 나올 수도 있다. 초반에 강하게 끌고 가야한다.

물론 리듬체조라는 게 팀경기에서 봤듯이 마지막 종목을 끝내고 매트를 걸어나올 때까지는 아무도 모른다. 큰 던지기 하나 놓쳐도 1.0 이상의 큰 감점이 주어진다. 연재의 오늘 연기를 보니 완전히 작품이 몸에 붙었다. 전종목에서 완벽에 가까운 연기를 펼쳤다. 올 한시즌동안 치열하게 훈련하고, 많은 경험을 쌓으면서 자기 페이스, 자기 감을 찾았다. 터키세계선수권 개인종합 4위 직후 출전한 대회인 점도 오히려 호재다. 대회 사이에 공백이 길면 선수는 오히려 긴장한다. 지난주까지 터키에서 뛰고 온 것이 오히려 연재에게는 도움이 되고 있는 것같다. 마지막 점검을 통해 실력도, 자신감도 올라온 상태다. 몸은 피곤할지 몰라도 정신력이 강하니까 끝까지 좋은 모습을 보여줄 것이라 믿는다. 신수지(전 리듬체조 국가대표, MBC해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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