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한국시각) 코리아하우스 '한국선수단의 밤'에서 만난 박용성 대한체육회장이 취재진에게 격정을 토로했다. 특유의 거침없는 화법으로 그간의 마음고생을 털어놨다. "그동안 참고 있은 것은 눈이 쏟아지는데 눈 쓸어봤자 아무 소용이 없기 때문"이라고 했다. 네티즌들의 일방적인 여론몰이에 우회적으로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박 회장은 런던올림픽 초반 조준호(유도), 신아람(펜싱)의 오심 사건에 휘말리며 네티즌들로부터 집중포화를 맞았다. 세계유도연맹회장 출신의 박 회장은 "조준호의 경우 오심 사건이 아닌 오심 정정 사건"이라는 뚜렷한 입장을 취하며 심판 판정에 승복했다. 신아람의 '멈춰버린 1초' 사건의 경우 오심에 항의해 3-4위전 출전을 거부하는 펜싱협회와 선수에게 출전을 직접 종용했다.
박 회장은 스페인인 유도 심판위원장이 한국 네티즌들의 '블랙메일'에 시달린 웃지 못할 일화도 소개했다. "한국인들로부터 '죽여버리겠다(I'll kill you)'는 내용이 담긴 메일 수천통을 받았다"는 것이다. 심판위원장은 "앞으로 한국선수들 심판을 볼 때는 생명보험을 추가로 들어야겠다"며 뼈있는 농담을 했다고 했다. 대한민국 스포츠 수장으로서 네티즌들의 폭력성에 심각한 우려를 표했다. "나도 유도연맹 회장이던 시드니올림픽 때 일본인들에게 메일을 2000통 받아본 적이 있다. 하나같이 과학적으로 분석한 것이지, 죽이겠다는 내용은 없었다"고 했다. "스포츠로는 세계 5위인 우리나라가 이게 할 짓이냐, 진짜 선진국이 되려면 도의적으로, 과학적으로 따져서 이렇게 잘못됐다 설명해야지. 인터넷 문화는 아직 멀었다"며 개탄했다. "국제사회에서 한국 관련 오심사건 나면 코리안들 또 저런다 그럴 것 아니냐, 그게 진정 우리 국민들이 원하는 것인가"라고 반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