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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수변신 라경민 감독 우승기적까지

최만식 기자

입력 2011-06-17 13:31

수정 2011-06-17 13:31

선수변신 라경민 감독 우승기적까지
지난 2009년 가을철종별리그전 당시 대교눈높이 선수로 깜짝 복귀해 경기를 치르고 있는 라경민 감독대행. 스포츠조선 DB




일손이 달려서 중국집 주인이 설거지하러 들어갔다가 주방까지 꿰찬 격이다.

'셔틀콕의 여왕'은 과연 대단했다.

선수로 깜짝 복귀한 라경민 대교눈높이 감독대행(35)이 전국대회 우승까지 일궈 배드민턴계를 놀라게 했다.

라경민은 17일 경북 안동에서 펼쳐진 제54회 전국여름철종별배드민턴선수권대회 여자 일반부 단체전 삼성전기와의 결승서 4복식 주자로 나서 기적같은 승리를 따내며 우승의 밑거름이 됐다.

상대 삼성전기는 이 대회 3연패를 노리던 국내 여자실업 최강이다. 게다가 1, 2단식을 주고 받은 뒤 3복식에서 패한 바람에 게임 스코어 1-2로 뒤진 상태.

제자 박선영(26)과 함께 조를 이룬 라경민이 4복식에서 패하면 2007년 이후 4년 만의 우승은 물거품이 된다. 설상가상으로 상대 복식조에는 이효정(30)이 있었다. 강해원과 짝을 이룬 이효정은 라경민의 복식 후계자로 2008년 베이징올림픽과 2010년 광저우아시안게임 혼합복식을 제패한 현역 최강이다.

하지만 라경민의 관록과 기술은 여전했다. 나이 때문에 스피드는 좀 떨어졌지만 큰 키에서 나오는 강력한 스매싱과 절묘한 네트 플레이에 이르기까지 새파란 후배들에게 전혀 밀리지 않았다.

첫 세트를 21-19로 다소 힘겹게 승리한 라경민은 이후 탄력을 받은 듯 2세트를 21-9로 가볍게 제압하면서 게임 스코어 2-2 균형을 맞췄다. 스승의 분전에 힘을 얻은 대교눈높이 이현진은 이어 벌어진 5단식에서 황혜연(삼성전기)을 2대0으로 따돌리면서 숨가빴던 라이벌전을 승리고 장식했다.

라경민은 전날 창원시청과의 준결승에서도 3복식에서 2대0 완승을 거두며 결승에 진출시킨 바 있다. 라경민이 이번 대회에 출전한 이유는 내볼 낼 선수가 없어서였다.

총 6명의 선수 가운데 국가대표 차출과 부상으로 2명이 빠지는 바람에 4명으로 단체전 조편성이 나오지 않아 어쩔 수 없이 감독 겸 선수로 출전했다. 감독이 선수로 출전한 게 처음인데 우승까지 만들었다.

캐나다에서 살던 지난 2009년 가을철종별선수권 때 선수로 깜짝 복귀한 이후 2년 만에 잡아보는 라켓이었다. 두 아이의 엄마인 데도, 전국대회 우승까지 이끌자 주변에서는 "국가대표에 복귀해도 손색이 없겠다"며 놀라움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2007년 은퇴하기까지 현역 시절 남편 김동문과 함께 세계 최강의 혼합복식조를 이끌었던 라경민. 지난 2월 지도자로 변신한 이후에도 선수의 열정을 포기하지 않았던 라경민은 "선수을 가르치면서 함께 스파링 상대를 해주며 꾸준히 운동을 한 게 도움이 된 것 같다"면서 "체력적으로는 아직 문제가 없다"고 활짝 웃었다.최만식 기자 cms@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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