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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체육이 희망이다]학교운동부 아직 2% 부족하다

국영호 기자

입력 2011-06-13 09:39

수정 2011-06-13 13:23

학교운동부 아직 2% 부족하다


벌써 약 30년 전이다. 지금의 2배 정도인 60여명이 한 반에서 지지고 볶던 중-고교 시절, 키가 큰 편인 필자는 언제나 반에서 가장 뒷자리에 앉았다. 덕분에 운동부원과 짝을 하는 경우가 많았다. 당시 반 친구들은 필자를 매우 부러워했다. 운동부 학생이 거의 수업을 들어오지 않아 실제로 1년 내내 책걸상을 2개 정도 사용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당시 운동부원이라면 수업을 받지 않는 것을 당연시했다. 간혹 수업을 한다고 해도 대부분 책상에 엎드려 있었다. 선생님 또한 이를 개의치 않는 눈치였다. 이같은 사실은 내가 교사 생활을 했던 10년 전까지도 이어졌다. 변화를 주장했던 이들의 목소리는 여전히 찻잔 속의 태풍에 그쳤다.



사정은 불과 몇 년 사이에 크게 바뀌고 있다. 과거 경기 중 심심찮게 나왔던 지도자의 구타는 현장에서 거의 찾아보기 힘들다. 수업을 거의 받지 않던 관행도 사라져가고 있다. 그동안 '학교 내 외딴 섬'이나 마찬가지여서 지도자의 전횡이 가능했던 운동부에 학교와 지역교육청의 관심이 쏟아진 결과다. 이런 변화는 향후 한국체육이 제자리를 잡는데 든든한 밑거름이 되리라 확신한다.

아직도 몇 가지 부분에서 아쉬움이 남는다. 지금까지의 노력을 보면서 개인적으로 눈에 밟히는 것에 대한 정리로 받아주셨으면 한다.

우선 체육계의 주체적 노력이 아쉽다. 지금까지 이뤄진 학교운동부 문제의 개선은 2007년도부터 지금까지 이뤄진 투명사회협약실천협의회, 국회, 정부 등 체육계 외부의 압박에 의거한 바 크다. 그 사이에 범체육계는 주체적으로 이에 대해 스스로의 목소리를 내는데 소극적이었다. 당사자의 문제는 그 스스로가 가장 잘 알고 있으며, 스스로의 노력에 의해 해결할 수 있다는 점에서 보다 적극적 대처가 필요하다.

둘째, 법적 강제력이 요구된다. 행정부처의 방침은 정권 및 관료의 의지가 변화되면 바뀔 수 있지만, 법률로서 진행되는 사업은 지속력이 있다. 학교운동부 문제의 핵심은 '체육특기자제도'다. 1970년 초반부터 30여년 동안 이어져왔던 점을 감안하면, 정상화에 걸리는 시간도 이와 비슷할 것 같다. 따라서 법적 강제력에 의거한 지속적 사업 전개가 필요하다. 다음 국회회기 내에 통과될 것으로 전망되는 '학교체육(진흥)법'이 조속히 현실화되기를 바란다.

셋째, 소년체전 및 전국체전의 개선이 필요하다. 소년체전과 전국체전이 열리는 시기를 전후해 학교운동부는 초긴장 상태에 돌입한다. 담당교사, 학교관리자, 지역교육청 장학사의 평가에 체전에서의 운동부 성적은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 2003년 무리한 체중조절 과정에서 사망한 전북체고 레슬링 선수 김종두군을 사망으로 몰아가게 만든 원인은 당시 체전 개최지였던 전라북도의 메달 획득을 위한 무리한 훈련이었지만, 근본 원인은 체전자체의 지나친 경쟁성에 있었다고 볼 수 있다.

넷째, 논의의 출발점이자 종착점인 '체육특기자 제도'의 개선이 무엇보다 요구된다. 운동만 잘하면 대학까지 진학할 수 있게 만든 이 제도는 학생선수와 운동부를 운동으로만 몰고 가게 만들었다. 이 결과 또래친구, 학교, 지역사회, 나아가 그가 속한 시대적 흐름과도 단절시켰다. 운동선수와 일반 국민의 분리를 조장했다. 나와 교감하지 않는 다른 사람이 만든 성과에 공감하기란 좀처럼 힘들다. 실제로 전국체전이 체육인만의 잔치로 끝나는 이유도 어린 시절부터 또래 학생들과 공감하지 못한 운동부의 원죄에서부터 시작된다.

마지막으로 국민들에게 한 마디만 하고 싶다. 30년간 외부세계와 차단됐던 학교운동부가 이제 담장 너머의 세계를 탐색하기 시작했다. 우리가 지금까지 그들이 이룩한 엄청난 성취에 즐거움을 느꼈다면, 지금쯤 이런 어려운 시도를 하고 있는 그들을 독려하고 채찍질해줘야 할 의무가 있지 않을까 싶다. 이런 관심 속에서 학교체육과 나아가 한국체육은 더욱 크게 발전 할 수 있다.

한태룡 체육과학연구원 선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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