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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뜨겁지?"-"경기 중 하나일뿐" 시끌시끌한 '디스매치', 냉정했던 전경준-페레즈[SC현장]

박찬준 기자

입력 2021-05-23 15: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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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뜨겁지?"-"경기 중 하나일뿐" 시끌시끌한 '디스매치', 냉정했던 …


[광양=스포츠조선 박찬준 기자]"이 경기가 왜 이렇게 뜨거워졌는지 모르겠다(페레즈)."-"상대해야 할 9팀 중 하나다(전경준)."



양 팀 수장은 냉정했다. 전남 드래곤즈와 부산 아이파크는 23일 광양축구전용구장에서 열린 와의 '하나원큐 K리그2 2021' 12라운드를 치른다. 최근 3경기 무패(2승1무)를 기록하며 선두를 달리고 있는 전남(승점 22)이나, 지난 대전하나시티즌전 완승(4대1)으로 흐름을 탄 6위 부산(승점 16) 모두 상승세를 이어가기 위해 물러설 수 없는 한 판이다.

특히 이 날 경기에는 특별한 사연이 있다. 지난달 24일 부산구덕운동장에서 벌어진 '사건' 때문이었다. 전남의 1대0 승리로 끝난 후 기자회견에 나선 히카르도 페레즈 부산 감독은 K리그에서 좀처럼 볼 수 없는 이례적인 코멘트를 했다. "리그에서 2위를 달리는 팀이 전반 내내 11명 모두가 수비에 치중했고, 우리는 공격적인 축구를 펼쳤다. 우리는 상대보다 더 좋은 경기를 했다. 상대는 2위팀이라고 믿기 힘들 정도로 찬스를 만들지 못했다. 더 할 말이 없다." 전남의 '수비 축구'를 저격했다. 물론 이후 "상대의 전술을 존중한다"고 한발 물러섰지만, 전경준 감독의 '전술'을 '디스'한 것은 분명했다. 경기 후 경기 중 부상 상황에서 전 감독과 페레즈 감독이 설전을 벌였다는 이야기까지 전해지며, 양 팀 사이에는 묘한 기류가 형성됐다.

경기 전 양 구단은 SNS를 통해 신경전을 펼쳤다. 전남은 19일 '승리가 곧 전술이다'는 문구 속 날카로운 창(전남)과 깨진 방패(부산)를 형상화한 포스터를 공개했다. 다음날 선보인 포스터는 더욱 자극적인데, 과거 예능프로그램의 한 장면을 캡처해 전 감독이 페레즈 감독에게 전술을 가르치는 듯한 모습을 담아 '페레즈 감독님! 우리가 수비만 한다고 뭐라 하셨죠? 다시 한번 보여드릴게요!'라고 도발했다. 그러자 부산도 맞섰다. 주장 김진규가 나선 이 포스터에는 'SHUT UP(조용히 해)'이라는 단어가 크게 적혀 있었다. 지난 경기 설전 당시 페레즈 감독이 전 감독에게 들었던 말을 돌려주겠다는 의미였다.

경기 전 사전 인터뷰에 나선 양 팀 감독은 이런 뜨거운 장외 분위기에 적잖이 놀란 눈치였다. 페레즈 감독은 "왜 이렇게 이번 경기가 뜨거워졌는지 모르겠다"며 "지난 경기에서 만났을때도 전남은 2위에 자리했다. 어려운 경기가 예상됐었는데, 이번엔 1위에 올라 있다. 더 어려운 경기가 될 것 같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냉정함을 잃지 않았다. 전 감독은 "팬들이 흥미를 가질 수 있는 콘텐츠를 만든다는 것은 나쁘지 않다고 본다. 준비하는 입장에서 부산은 상대해야 할 9팀 중 한 팀이다. 준비한대로 똑같이 운영하는게 중요하다. 여러 말이 있지만, 일일이 대응하는 것은 아니지 않나 싶다"고 했다.

양 팀 감독이 꼽은 포인트는 집중력, 그리고 세트피스였다. 페레즈 감독은 "전남의 13득점 중 6골이 세트피스 상황에서 나왔고, 7골을 실점 했는데 4골이 세트피스였다. 조직적으로 정비가 된 팀이다. 감독님이 어떻게 준비했는지가 보여지는 팀이다. 세트피스 부분을 공략하려고 한다"고 했다. 전 감독도 "우리는 매경기 공격적으로 하려 하는데, 상대에 밀려 나오다보니 밑에서 플레이하고 있다"며 "정지된 상황에서 약점을 파고드는 것는 모든 팀이 마찬가지다. 경기 전에 상대 세트피스를 틀어놓고 상대 약점 파악하고 있다. 선수들이 해내느냐의 차이다. 오늘 같은 경기에서는 더 중요할 것 같다"고 강조했다.

광양=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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