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십대 중반에 접어든 기성용은 이번 겨울 은퇴와 현역 연장의 두 가지 갈래길 앞에서 장고했다. 서울 구단은 일찌감치 재계약안을 제시한 뒤 답을 기다렸다. 지도자 코스에 돌입한 기성용은 직접 유럽을 찾아 카를로 안첼로티 레알 마드리드 감독, 라파엘 베니테스 셀타비고 감독 등 명장들을 만나 지도 철학을 정립하는 시간을 보냈다. 톡톡 튀는 전술로 돌풍을 일으킨 로베르토 데 제르비 브라이턴 감독과 만난 뒤 개인 SNS에 "로베르토 감독의 철학과 전술적 움직임, 그리고 전술을 선수들에게 입히는 훈련 방법 등 내가 궁금해했던 부분을 감사하게도 잘 설명해주셨다"고 말했다. 이러한 행보는 기성용이 진지하게 지도자를 꿈꾸고 있음을 보여줬고, 자연스레 은퇴 시기가 앞당겨질 수 있다는 점을 암시했다. 기성용은 "영국에서 수많은 감독들을 만나면서 더 생각이 많아졌던 것도 사실"이라고 털어놨다.
이달 초 국내로 돌아온 기성용은 중학교 시절 프로선수의 꿈을 키운 호주로 다시 출국해 개인 훈련에 열중했다. 은퇴를 결심했다면, 겨울에 몸을 만들지도 않았을 터. 기성용이 서울의 1차 해외 전지훈련지인 태국 후아힌에 합류하지 않으면서 혹시 떠나지는 않을까 불안해하는 팬들도 생겨났지만, 기성용의 거취는 재계약 쪽으로 서서히 기울고 있었다. 기성용은 재계약 직후 인스타그램스토리에 '2006년→2024년'이라고 적었다. 2006년 고등학교를 졸업하자마자 서울에 입단한 신인 기성용이 2024년에도 여전히 '검빨'팀과 동행을 이어간다는 뜻이다. 기성용은 2006년부터 2009년, 2020년부터 지난해까지 서울에서 총 207경기에 나서 15골-20도움을 기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