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시아슈퍼리그(EASL) 필리핀 원정길에 올랐던 안양 정관장은 25일 가벼운 발걸음으로 귀국했다. 전날 저녁 열린 조별리그 5차전에서 TNT 트로팡 가가(필리핀)를 88대76으로 격파하고 4강 본선 진출을 조기 확정한 데다, 새로 영입한 대체 용병 자밀 윌슨(15득점, 14리바운드)의 데뷔전도 성공적이었기 때문이다.
가벼워진 것은 발걸음만이 아니었다. 출국 대비 입국 선수단의 규모도 가벼워졌다. 렌즈 아반도가 빠졌다. 구단 관계자는 "고국에서 가족-지인들과 함께 푹 쉬었다 오라고 2월 1일까지 특별휴가를 줬다"고 말했다. 정관장과 아반도의 '아름다운' 필리핀 동행에는 사연이 있다. 지난달 28일 고양 소노와의 경기 도중 요추(2개) 골절상을 한 아반도는 그동안 부상 고통 못지 않게 눈물겨운 나홀로 투병기와 싸워야 했다. 수술 대신 허리보호대를 착용한 아반도는 초기 2주일 동안 꼼짝 하지 못한 채 누워있어야 했다. 옆에서 부축하고, 식사 챙겨 줄 보호자가 필요했다.
이국땅에서 다친 것도 서러운데, 그리운 이를 볼 수도 없을 때 마음의 고통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다를 바 없을 터. 정관장 구단이 선수, 프런트, 스태프 등을 총동원해 번갈아 가며 매일 아반도의 집을 방문해 말벗이 되어 준 것도 이 때문이었다. '한국의 정(情)' 덕에 순조롭게 회복한 아반도는 스스로 거동할 수 있는 정도가 됐다. 이때 구단과 김상식 감독은 아반도를 위한 '2차 프로젝트'에 들어갔다. 이번 필리핀 원정에 아반도와 동행했다. 어기적 어기적 걷기는 하지만 한파에 길도 미끄러운 한국보다 기후 좋은 필리핀에서 편하게 쉬게 해주는 게 낫다는 판단에서다. 무엇보다 고국에서 가족, 여자친구와 만나 그동안 쌓인 외로움을 날려버릴 수 있다면 금상첨화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