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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윌리엄존스컵 결산] '통합챔피언' 영광 잊고, 바닥부터 새로 다진 KGC. '희망'의 증거는 확인했다

이원만 기자

입력 2023-08-21 1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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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통합챔피언' 영광 잊고, 바닥부터 새로 다진 KGC. '희망'의 증거…
윌리엄존스컵 조직위 제공

[타이베이=스포츠조선 이원만 기자] "기대 이상의 소득을 얻고 돌아갑니다."



'KBL 통합 챔피언'이라는 타이틀은 좀처럼 얻기 힘든 명예로운 호칭이다. 장기 레이스인 정규리그와 불꽃 튀는 단기전 승부인 플레이오프를 모두 제패하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KGC는 이 어려운 대업을 두 번(2016~2017, 2022~2023)이나 이룬 KBL의 대표적인 강팀이다. 특히 2022~2023시즌 때는 역대 KBL 리그에서 두 번밖에 없는 '와이어 투 와이어' 통합우승을 달성했다. 시즌 개막 후부터 단 한번도 1위 자리에서 내려온 적이 없었다.

이 정도면 충분히 자부심을 가질 만 하지 않을까. 하지만 KGC는 '과거의 영광'에 얽매여 있지 않았다. 무엇보다 팀을 이끌고 있는 김상식 감독이 그런 분위기를 용납하지 않았다. '돌다리도 두드려보고 건너는' 신중함을 지닌 김 감독은 '처음부터 다시 만든다'는 마음가짐으로 2023~2024시즌을 준비 중이다.

그런 김 감독과 KGC에게 지난 12일부터 20일까지 대만 타이베이에서 열린 '제42회 윌리엄존스컵 국제농구대회'는 더할 나위 없이 좋은 훈련의 기회였다. 9일 동안 8경기, 특히 휴식일이 앞에 배정된 바람에 후반 7연전을 몰아쳐야 했던 험난한 여정이었다.

그러나 강철이 뜨거운 불과 혹독한 망치질 속에서 태어나듯, KGC는 힘겨웠던 존스컵을 치러내며 한층 더 단단해졌다. 김 감독은 "다양한 팀을 상대하며 알찬 실전 경험을 쌓을 수 있었다. 선수들도 기대 이상으로 잘해줬다. 참 소득이 많았다"며 윌리엄존스컵을 치러낸 소감을 밝혔다.

사실 이번 대회를 앞두고 김 감독은 많은 고민에 쌓여 있었다. 부임 첫 시즌에 통합우승의 영광을 이뤄낸 바람에 팬들의 기대치가 월등히 높아진 데 반해 객관적인 팀 전력은 오히려 약화됐기 때문이다. 오세근과 문성곤의 이적, 변준형의 상무 입대, 양희종의 은퇴 등 엄청난 일들이 벌어졌다. '전력이 반토막났다'는 말도 나올 정도였다.

물론, 최성원과 정효근, 이종현 등 재능있는 인재들이 새로 팀에 합류하긴 했지만 이들이 온전히 팀의 전력이 되기 위해서는 시간이 필요했다. 무엇보다 팀 전술을 이해하고, 기존 동료들과 함께 어우러지기 위한 실전이 필요했던 상황이다.

윌리엄존스컵은 정확히 그런 KGC의 '니즈'를 채워준 시간이었다. 최성원은 비록 대회 초반 손가락에 약간의 부상이 발생해 많은 경기를 소화하진 못했지만, 제 역할을 확실히 해줄 수 있는 선수라는 것을 보여줬다. 정효근은 대회 초반 움직임이 나빴다. 김 감독은 "스스로 만든 긴장감에 묶여 있었던 것 같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경기를 치르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팀 플레이에 융화되면서 페이스를 끌어올려 김 감독을 흡족하게 만들었다.

컨디션을 우려해 이번 대회에는 출전하지 않은 이종현도 누구보다 의욕을 보이며 개인 훈련을 자청하는 등 적극성을 보여줬다. 이런 적극성과 의지라면 충분히 '조커'역할을 맡길만 하다는 게 KGC 코칭스태프의 평가다.

가장 큰 수확은 역시 '3점 슈터'로서의 존재감을 드러낸 고찬혁, 그리고 토종 빅맨의 경쟁력을 드러낸 김경원의 발견이라고 할 수 있다. 고찬혁은 경기를 치르면 치를수록 3점슛에 자신감을 보이면서 이번 대회 가장 많은 24개의 3점슛을 꽂아넣었다. 김경원 또한 7경기 동안 평균 18분4초를 소화하며 경기당 평균 4.1리바운드에 5.4득점, 그리고 1.6개의 블록슛을 기록해 외국인 선수들이 제대로 뛰지 못한 KGC의 포스트에서 알토란 같은 역할을 해줬다.

물론 박지훈과 배병준, 정준원 등 기존 주요 멤버들도 대회를 통해 새 시즌을 앞둔 실전 연습을 할 수 있었고, 한층 더 안정적인 경기력을 만들 수 있었다.

김상식 감독은 "일정이 빡빡하고, 외국 선수도 제대로 뛰지 못해서 선수들이 혹시라도 다칠까봐 매일 걱정했다. 그러나 다행히 큰 부상없이 대회를 마칠 수 있어서 다행이었다"면서 "뿐만 아니라 여러 선수들을 활용해보면서 새로운 가능성을 많이 확인할 수 있었다. 선수들은 물론 나에게도 공부가 많이 된 대회였다. 여기서 확인한 가능성, 그리고 보완해야 할 점들을 한국에 돌아가서 잘 준비하면 한층 더 좋은 팀이 될 수 있을 것 같다"며 만족스러운 소감을 밝혔다. 김 감독의 표정은 밝았다. 여러 곳에서 발견한 '희망의 증거'들이 그의 피로감을 날려버린 듯 보였다.

타이베이(대만)=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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