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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프터 스토리] '굴삭기 달인' 김병만, 그 속에 담긴 눈물겨운 사연

김표향 기자

입력 2011-06-13 13:57

수정 2011-06-13 15:28

 '굴삭기 달인' 김병만, 그 속에 담긴 눈물겨운 사연
사진캡처=KBS2

'달인'의 끝은 어디인가?



이러다 김병만이 기능올림픽에 출전할 지도 모르겠다.

3년 반 동안 수많은 '달인'으로 변신했던 그가 지난 12일 전파를 탄 KBS2 예능프로그램 '개그콘서트'에선 굴삭기의 달인 '삽질' 김병만 선생이 되어, 스튜디오 안에 굴삭기를 설치해 직접 작동시키면서 기상천외한 묘기를 선보였다. 버킷 부분에 케이크용 플라스틱 칼을 매달아 두부를 썰고, 심지어 그 '연한' 두부를 들어올려 '수제자' 노우진에게 먹였다. 계란찜을 만들겠다며 숟가락에 계란을 담아 맥주잔에 옮기기도 했다. 심지어는 빗을 활용해 수제자의 윗옷도 벗기고 머리도 빗겨줬으며, 버킷에 수제자를 태우고 놀이기구인 양 놀아주기까지 했다. 무엇보다 단연 압권은 바로 류담을 골탕 먹이는 장면. 달인은 부침요리를 좋아하는 류담을 위해 밀가루 반죽을 하겠다며 버킷으로 밀가루를 퍼올려서 류담의 머리 위로 쏟아붓고는 쏜살같이 도망을 가버렸다.

그동안 외줄 타기, 외발자전거 타기, 새총 쏘기 등 상상도 못했던 미션을 '몸'으로 수행했던 것과 달리, 이번엔 '기계'를 이용한 점이 색달랐다.

하지만 그 기계 조차 자신의 몸의 일부처럼 능숙한 솜씨로 다루는 모습은 객석과 시청자들의 감탄을 자아내기에 충분했다. 더구나 굴삭기 같은 중장비는 배우기도 어렵고 정교하게 다루기는 더욱 어려운 것으로 알려져 있다. 지난해 '남자의 자격'에서 김성민이 굴삭기 운전기능사에 도전했을 때 합격 비율이 15% 밖에 안 되는 어려운 시험이라는 사실에 더욱 화제가 됐던 것처럼 말이다.

하지만 이번에 선보인 굴삭기의 달인 편은 예상 외로 김병만에게 아주 어려운 도전은 아니었다는 후문이다. 김병만이 2002년 공채 개그맨으로 데뷔하기 전 생활고 때문에 다양한 직업을 거치는 동안 이미 굴삭기 기술을 배운 적이 있기 때문. 김병만은 토크프로그램 '김승우의 승승장구'에 출연했을 당시 "건물 철거, 폐기물 수거, 신문배달, 인테리어 일, 통신 설비, 매니저까지 닥치는 대로 일하며 돈을 벌어야 했다"고 힘든 시절을 고백한 적도 있다.

김병만은 굴삭기의 달인을 준비하기 위해 SBS '김연아의 키스앤크라이' 피겨 연습 틈틈이 굴삭기 연습장을 찾았다. 김병만의 소속사 관계자는 "생각보다 중장비를 연습할 수 있는 곳이 많지 않아, 평택까지 가서 연습을 했다"며 "서너 번 정도 연습을 하자, 완벽하진 않지만 굴삭기 다루는 감각을 금방 되찾은 것 같다"고 전했다. 하지만 방송에서 선보인 정교한 기술은 '달인'만의 뛰어난 감각이 아니었으면 힘들었을 거라는 게 전문가들의 평. 이 관계자는 "김병만이 신인 시절에도 한동안 여러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생계를 이어갔다. 힘든 생활 속에서 몸으로 익힌 기술과 감각들이 결국엔 김병만의 개그에 중요 소재로 활용되고 있는 것 같다"며 "개그인 만큼 자격증을 따거나 할 생각은 없다"고 덧붙였다.

'굴삭기의 달인'은 결국 김병만 버전의 '생활의 달인'이었던 셈. 스스로 자신을 "땀흘리는 개그맨"이라고 지칭하는 김병만의 '땀방울'이 더욱 값지게 다가온 미션이었다. 김표향 기자 suza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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