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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점 사장님 변신 이관우 "40-40 달성하고 싶었는데"

하성룡 기자

입력 2011-07-10 13:24

수정 2011-07-10 13: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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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점 사장님 변신 이관우 "40-40 달성하고 싶었는데"
이관우. 스포츠조선DB

"앉아 계세요. 제가 뽑아 드릴게요."



프론트를 지키던 사장님은 손님이 커피 자판기로 향하자 웃으며 다가갔다. 그리고는 손수 커피를 뽑아 테이블까지 직접 배달했다. 음식을 나르는 모습이 '능숙'하지는 않지만 '익숙'해진 듯 했다.

경기도 화성시의 낙지 음식점. 간판에는 이름 석자가 대문짝 만하게 걸려있었다. '이관우 낙지 한마당.'

'시리우스' 이관우(33)가 낙지 음식점 사장님으로 변신했다. 3개월의 준비기간을 거쳐 7월 7일 오픈했다. 사장님 변신 이틀째, 이른 점심시간 그를 찾아갔다.

▶낙지를 선택한 이유

음식점 앞에는 동료들의 온정이 담긴 개업 축하 화환이 가득했다. 수원에서 한솥밥을 먹었던 서동현(26·강원)은 화환에 '돈 세다가 잠들게 하소서'라는 문구를 적어 넣으며 성공을 기원했다. 옛 동료들의 방문도 이어졌다. 백지훈(26)과 이현진(27·이상 수원)은 오픈 당일 찾아와 낙지를 한 가득 배 속에 품고 갔다. 러시아에서 활약중인 김남일(34·톰 톰스크)역시 아내인 김보민 아나운서와 함께 다녀갔다.

그렇다면 이관우가 낙지를 선택한 이유는? 2006년 수원으로 이적한 뒤 클럽하우스 근처 낙지 체인점 음식점을 찾았는데 그 맛에 홀딱 반했고 그때 결심했단다. "꼭 낙지 음식점 차려야 겠다." 현실적인 이유도 있었다. "나도 먹고 살아야 한다."

이관우는 "아직 홀서빙이 익숙하지 않지만 아는 손님이 오면 직접 낙지 머리를 잘라 주기도 한다"며 웃었다. 동네 주민들의 도움도 톡톡히 받고 있다. 처음에 동네 사람들은 '이름만 걸어놓고 다른 사람이 운영하겠지'라고 생각을 했다고 한다. 그러나 그에게는 본업이었다. 그는 "아침부터 저녁까지 계속 일하니 동네 사람들이 성실하다고 좋아해준다. 주차 차량이 번잡할때는 동네 사람들이 나와서 정리를 해주기도 한다"며 고마움을 표했다.

▶40-40 클럽에 대한 아쉬움.

지난 3월 수원과의 계약 해지 후 자유의 몸이 됐다. 다른 팀과 계약을 하지 못한 그는 전반기 내내 쉬었다. "가족과 함께 정말 많은 시간을 보냈다"고 했다. 하지만 최근에 큰 자극을 받았다. 이관우는 "개업 당일 수원 팬이 찾아왔다. 내가 손으로 음식 치우고 하는 모습을 보더니 막 울었다. 잠시 잊었던 무엇인가가 깨어났다. 큰 자극이 됐다. 그날 밤 잠도 못잘 정도였다"고 심경을 전했다.

이어 "선수생활을 하며 꼭 300경기 출전에 40-40 클럽(골과 도움 각각 40개 이상 기록)에 가입하고 싶었는데…"라며 말끝을 흐렸다. 2000년 프로에 데뷔한 이관우는 12시즌 동안 251경기에 출전, 33골-33도움을 기록했다. 선수생활 연장에 대한 꿈이 있지만 그라운드 복귀에 대해 반신반의하는 눈치다. "나를 원하는 팀이 없을 것이다. 추가 등록기간도 9일이나 흘렀다"고 했다. 지난 1일 시작된 추가등록기간은 28일 종료된다. 종료시점까지 선수 등록을 하지 못하면 이관우는 올시즌 K-리그에서 뛸 수 없다. "명예롭게 은퇴할수 있는 팀에서 뛰고 싶다"것이 마지막 꿈이다. 몸 상태는 자신있다. 그는 "어딜가나 이관우 하면 '부상'이라는 꼬리표가 따라 다닌다. 수술을 했으니 100%라고 할 수는 없어도 99%이다. 주변에서도 1~2년은 더 뛸 수 있겠다고 하면서 아쉬워한다"고 전했다.

선수 vs 음식점 사장. 어느 직업이 더 힘들까? 이관우는 고민도 하지 않고 후자를 선택했다. "그라운드에서는 내 역할만 다하면 되는데 여기서는 내가 감독이다. 하나 하나 다 신경써야 한다. 휴~."

화성=하성룡 기자 jackiech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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