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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레이더] 인구절벽에 유치원·어린이집이 사라진다

입력 2024-04-28 0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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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구절벽에 유치원·어린이집이 사라진다
[정연주 제작] 일러스트

농어촌뿐 아니라 도시지역에서 영유아를 위한 어린이집과 유치원의 폐원이 잇따르고 있다.



출산율이 낮아지면서 영유아가 크게 줄어서다.
일각에서는 어린이집과 유치원 폐원이 인구 유출로 이어지면서 지역소멸을 가속화할 우려까지 제기되고 있다.

이를 막기 위해 일부 지자체와 교육청은 어린이집과 유치원에 대한 다양한 지원책을 내놓거나 2곳 이상의 소규모 유치원을 통합해 재구조화하는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전문가들도 최소한의 어린이집과 유치원 인프라가 유지될 수 있도록 지원하는 방안 등이 모색돼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 폐원하는 어린이집·유치원 '속출'…노인시설 전환도
지난 24일 인천시 남동구 아파트 단지에 있는 A 국공립 어린이집은 불이 꺼진 채 적막감만 흘렀다.

2014년 5월 개원했지만, 최근 몇 년 새 원아 감소로 운영난을 겪다가 지난 2월께 문을 닫은 것이다.

폐원 당시 어린이집(정원 20명) 원아들 가운데 등원 의사를 밝힌 아이는 1명 밖에 없었다.

남동구의 또 다른 국공립 어린이집 1곳도 오는 9월까지 휴원에 들어갔다.

이 어린이집은 살아남기 위해 지난해 정원을 101명에서 47명으로 줄였지만, 원아를 모집하지 못해 운영난에 시달렸다.
이 어린이집은 수요가 없을 경우 폐원 절차를 진행할 예정이다.
남동구의 한 관계자는 "국가 지원을 받는 국공립 어린이집도 적자를 면치 못하고 폐원하는 상황"이라고 귀띔했다.
강원도에서는 저출생에 따른 학령인구 감소 여파로 유치원 설립이 무산되는 상황까지 벌어졌다.

도교육청은 원주교육지원청 이전을 진행하면서 기존 청사를 단설 공립유치원으로 활용하는 방안을 마련했었다.

여러 차례 도전 끝에 도교육청은 지난해 말 교육부 중앙투자심사위원회로부터 청사 이전을 조건부로 이 계획을 승인받았다.

하지만, 올해 초 보완 사항을 이행해 다시 중앙투자심사위원회에 올렸지만, 전면 재검토지시를 받았다.
학령인구 급감에 따른 단설유치원 건립 수요 감소가 심의에 영향을 끼친 것으로 알려졌다.
영유아를 둔 부모들이 학수고대하던 공립단설유치원 건립 계획이 출생아 감소 추세로 물거품이 된 것이다.
울산시 울주군의 B 어린이집도 지난해 말 원생 부족 등의 이유로 문을 닫았다.
이 어린이집 원장은 업종을 바꿔 건물 일부를 방문요양시설 사무실로 운영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울산시 북구에서 유치원과 어린이집을 함께 운영하던 C 시설도 2020년 폐원했다.

현재는 최중증 장애인보호시설로 운영되고 있다.

이 시설 역시 원생이 줄어드는 등 경영상의 어려움을 겪은 끝에 폐원 신청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기도 의정부시 어린이집 D 원장은 출생아 수가 감소하고 있다는 언론 보도를 볼 때마다 속이 새카맣게 탄다.

자고 일어나면 주변에서 어린이집이 문을 닫았다는 얘기가 들려서다.

자신이 운영하는 어린이집도 예전 같지 않은 보육 환경에 밤잠을 설치기 일쑤다.
교육통계서비스와 한국사회보장정보원 등에 따르면 2022년 4월 기준 8천562곳이던 유치원수는 지난해 8천441곳으로 121곳 감소했다.
지난해 3월 2만9천785곳이던 어린이집도 올해 3월 말 2만8천154곳으로 1천631곳이나 줄었다.
문제는 저출산이 심화하면 어린이집과 유치원수 감소 추세는 더욱 가팔라질 것으로 예상된다는 데 있다.

◇ "통합·재구조화로 활로 찾는다"…지자체 지원도

원아 모집에 어려움을 겪는 유치원의 경우 통합을 통해 활기를 찾기도 한다.
대구시 북구 성북초·동변초·서변초 조야분교장 병설 유치원이 폐원되면서 지난 3월 서변유치원과 통합했다.

서변유치원 원아들에게는 통학버스가 지원되고 급식도 제공되고 있다.
이 유치원 홍승감 원감은 "통합으로 적정 규모가 되면서 예산을 더 지원받게 됐고, 학부모 분담금 없이도 질 높고 다양한 교육프로그램을 운영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최근 3년 새 유치원 131곳이 문을 닫은 경기도의 경우 2곳 이상의 소규모 유치원을 통합, 재구조화하는 '한울타리 유치원' 사업을 올해 중점 추진할 계획이다.

전형적인 농업군인 충북 괴산군도 어린이집 폐원을 막기 위해 적극 나서고 있다.

군내 어린이집 11곳 가운데 정원을 채운 곳은 단 한 곳도 없다.

면 소재지에 있는 2개 어린이집의 경우 정원은 39명이지만 현원은 5명과 3명에 불과하다. 폐원 위기에 처한 상황이다.

하지만 이 두 어린이집은 현재도 운영되고 있다.
군이 두 어린이집이 폐원될 경우 지방소멸로 이어질 수 있다고 판단해 연간 4천만원가량의 교사 인건비를 지원해주고 있기 때문이다.

◇ "교육비 지원하고 투자 늘려야"
부산시 어린이집연합회 관계자는 "정부가 어린이집이 문을 닫지 않고, 아이들을 잘 가르칠 수 있도록 교육비를 지원하고 투자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육아정책연구소 이재희 연구위원은 지난해 12월 발간한 '저출생시대 어린이집·유치원 인프라 공급 진단' 보고서를 통해 병설유치원이 있는 초등학교와 읍면 행정복지센터, 마을회관 등의 유휴 공간을 개조해 영아 돌봄이 가능한 공간을 확보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강원도교육청 관계자는 "구도심에서 공립 유치원이 줄어든다면 공동화 현상은 가속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교원대 오채선 유아교육과 교수는 "아이들이 질 높은 교육을 받을 수 있게 하는 게 제일 중요하다"고 강조한 뒤 "유보통합을 통해 학부모가 만족할 수 있는 정책이 펼쳐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유보통합은 유치원과 어린이집 관리 체계와 서비스 등을 일원화하는 시스템이다.

그러면서 "지자체에서 (유보통합과 관련한) 섬세한 정책을 펼칠 수 있도록 정부가 관련 법 등을 빨리 개정해줘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도윤 김소연 김용태 한무선 최종호 김동민 박성제 김상연 백도인 양지웅 윤우용 기자)
ywy@yna.co.kr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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