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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대생 구하려 고개 숙였던 원로 교수 "협의체부터 구성해야"

입력 2024-04-03 1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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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대생 구하려 고개 숙였던 원로 교수 "협의체부터 구성해야"
(서울=연합뉴스) 백승렬 기자 = 지난 2020년 10월 8일 당시 김영훈 고려대학교 의료원장 등 주요 병원장들이 정부서울청사에서 의대생들이 의사국가고시에 응시하지 않은 것에 대해 사과하는 성명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자료사진]


김영훈 전 고려대의료원장 "소모적인 대치 상황 끝내는 게 우선"
"지금 통일안 내놓으라는 건 정부 계획대로 밀어붙이려는 것으로 읽혀"



(서울=연합뉴스) 김잔디 기자 = 2020년 의사 국가고시를 거부했던 의대생들을 구제하려 고개를 숙였던 의학계 원로 교수가 현 사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필수의료 현장과 전공의들의 목소리를 담을 수 있는 '협의체'부터 구성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정부가 의료계에 '통일된 안'을 내놓으라며 공을 넘긴 데 대해서는 현 상황에서 오히려 정부 계획대로 밀어붙이려는 게 아니냐는 우려를 드러냈다.

김영훈 고려대 의대 명예교수 겸 고려대안암병원 순환기내과 교수(전 고려대 의무부총장 겸 의료원장)는 3일 연합뉴스에 "먼저 소모적인 대치 상황을 끝내는 게 우선"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김 교수는 고려대의료원장이었던 2020년 10월 주요 대학병원장들과 함께 의대생 국시 문제를 해결하고자 대국민 사과에 나섰던 의학계 원로 교수다.

당시 의대생들은 정부의 의대 증원에 반발해 의사 국시를 거부하고, 두 차례의 재접수 기회에도 시험을 치르지 않았다. 이후 김 교수를 포함한 주요 병원장들의 읍소와 의료계의 탄원이 이어지면서 재응시 기회를 얻었다.

김 교수는 윤석열 대통령의 대국민 담화에 대해 불편함을 감추지 않으면서도 정부와 의료계가 대화해야 한다는 데에는 이견이 없다고 밝혔다.

그는 "대통령의 대국민 담화를 보면 의사들이 밥그릇을 지키기 위해 저항하고 있다고 진단하고, 의사들을 의료개혁의 걸림돌로 규정하고 있다"며 "씁쓸하고 답답하다"고 토로했다.

이어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 상황에서는 대통령이 제안한 안을 근간으로 대화를 시작하는 데 동의한다"며 "대화를 속히 시작하자"고 했다.


김 교수는 정부가 의료계를 향해 '더 합리적이고 통일된 대안'을 제시해달라는 데 대해서는 오히려 혼란을 초래할 수 있다고 지적한 뒤, 임상 현장의 목소리를 담을 수 있는 협의체를 마련하라고 강조했다.

그는 "현재 필수의료를 책임지고 있는 의료인들의 뜻이 반영되지 않는 통일안은 또 다른 폭탄이 될 수 있다"며 "의료현장의 소리와 전공의들의 의견을 충분히 담을 수 있는 협의체가 돼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의료계에 지금 통일된 안을 제안하라고 공을 던지는 것은 정부가 미리 계획된 안대로 밀어붙이겠다는 것으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며 "그렇지 않다면 정부가 나서서 속히 협의체를 구성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김 교수는 현재 우리 의료시스템이 마비되기 일보 직전에 처했다며 조속한 사태 해결을 촉구했다.

그는 "현재 모든 대학병원에 입원해 있는 중증 환자들을 돌볼 여력은 점점 바닥나고 있고, 교수와 의료진 모두 지칠 대로 지쳤다"며 "과학적이고 합리적인 안을 만드는 데에는 적지 않은 시간이 소요될 것이므로 협의체가 가동되기 전에 대치를 끝내는 게 절실하다"고 말했다.

이어 "협의체에서 본격적인 논의를 시작해 이른 시일 내에 가장 이상적인 안을 국민들에게 선보이고 동의를 구해야 한다"며 "전공의들과 학생들이 속히 제자리로 돌아갈 수 있도록 손을 잡아달라"고 당부했다.


jandi@yna.co.kr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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