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명 숨진 의정부아파트 화재…대법 "경기도 배상책임 다시 재판"

입력 2024-02-22 10:58

(의정부=연합뉴스) 권숙희 기자 = 의정부 대봉그린아파트 화재 현장 1년 뒤 모습 [연합뉴스 자료사진]


과거 법률상 '방화시설 점검' 의무 없어…배상 판결 대법서 파기



(서울=연합뉴스) 황윤기 기자 = 아파트 방화문을 자동으로 닫아주는 장치가 설치되지 않아 인명피해가 커진 의정부 아파트 화재 사고와 관련해 경기도의 배상 책임을 인정한 하급심 판결이 대법원에서 파기됐다.

대법원은 사고 당시 적용되던 옛 소방시설법상 방화 시설이 소방의 의무 점검 대상에 포함되지 않았으므로 부실 점검에 대한 책임을 곧바로 경기도에 묻기 어렵다고 봤다.

22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1부(주심 노태악 대법관)는 박모 씨 등 유족 11명이 경기도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 상고심에서 지난 8일 원심의 원고일부승소 판결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이 소송은 2015년 1월 경기도 의정부 대봉그린아파트에서 발생한 화재와 관련해 제기됐다.

당시 1층 주차장의 오토바이에서 난 불이 출입문을 통해 아파트 내부로 번졌다.

아파트의 방화문이 닫혀 있지 않았던 탓에 화염과 유독가스가 계단실을 타고 확산하면서 미처 대피하지 못한 주민 5명이 숨지고 주민 120여명이 연기를 마시는 등 다쳤다.

숨진 주민들의 유족은 아파트 시공사와 감리업체, 경기도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냈다. 1심은 세 곳 모두 사고의 책임이 있다고 인정해 공동으로 17억2천여만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경기도만 불복해 항소했지만 2심의 결론도 같았다. 경기도는 아파트 시공 시부터 도어클로저가 설치되지 않았는데 소방관들이 소방특별조사 때 이를 제대로 점검하지 않았으며 시정명령도 내리지 않은 과실이 있다고 판결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당시 적용되던 소방시설법 규정 등을 토대로 경기도에 곧바로 책임을 묻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옛 소방시설법 시행령은 '소방특별조사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필요한 경우 방화시설의 설치·유지 및 관리에 관한 사항을 조사할 수 있다'고 정했다.

대법원은 "방화문에 도어클로저가 설치되었는지 여부는 방화시설의 설치·유지 및 관리에 관한 사항으로 소방특별조사를 실시하는 경우 반드시 조사해야 하는 항목이 아니라 조사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필요한 경우 실시할 수 있는 조사항목"이라고 짚었다.

이어 "도어클로저 설치 여부가 조사항목에 포함돼 있지 않았다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소방공무원들이 이를 확인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직무상 과실이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라고 덧붙였다.

항소심 법원이 소방특별조사의 목적과 조사항목을 살펴 소방관들에게 방화시설을 점검할 의무가 있는지 판단했어야 했는데, 이를 누락하고 곧바로 직무상 과실을 인정한 것이 잘못됐으므로 다시 재판하라는 취지다.

다만 파기환송심에서 방화시설 점검이 필수 조사 항목에 포함되는 등 '특별한 사정'이 있었음이 입증되면 배상 책임이 인정될 수 있다.

현행 화재예방법 시행령은 화재안전조사를 할 때 소방시설과 함께 방화시설, 피난시설도 함께 점검하도록 정한다.

water@yna.co.kr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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