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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너리스크 위기 KH그룹…검찰, 배상윤 회장 수사 확대

김세형 기자

입력 2023-02-07 10:04

수정 2023-02-08 08:03

KH그룹에 대한 검찰의 수사가 확대되고 있다. 알펜시아리조트의 입찰 비리 의혹, 쌍방울 대북 송금 관여 의혹을 비롯해 주가조작 관련 혐의에 대한 수사도 이뤄질 전망이다. 검찰의 칼끝이 배상윤 회장을 향하고 있는 분위기다. 최근 정·제계 이슈로 부상한 '쌍방울 비리 의혹'의 중심인 김성태 쌍방울 전 회장과 관련 여부를 면밀히 들어다 볼 것으로 알려졌다. 재계 안팎에서 쌍방울과 KH그룹 간 물적, 인적 교류가 활발했던 만큼 '경제공동체'가 아니냐 말들이 많았기 때문이다. KH그룹은 다수 상장계열사를 거느리고 있는 곳이다. 검찰 수사에 대한 오너리스크는 오너가가 아닌 그룹 전반에 걸쳐 경영 측면에서 문제를 일으킬 수 있는 만큼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알펜시아리조트 입찰 비리 수사 급물살

7일 법조계에 따르면 KH그룹에 대한 검찰의 수사는 크게 세 가지 방향에 초점을 맞춰 진행된다. 서울중앙지방검찰청(중앙지검)은 강원도 평창 알펜시아리조트 입찰 비리 의혹을, 수원지방검찰청(수원지검)은 쌍방울 대북 송금 관련 의혹을 수사 중이다. 서울남부지방검찰청(남부지검)은 배 회장의 주가조작 혐의에 대한 수사를 진행하겠다고 예고했다. 각각 직간접적으로 김성태 전 쌍방울 회장과 연관성 있는 사안이다. 김 전 회장은 쌍방울 비리 의혹의 중심에 있는 인물로 수개월간 해외 도피 생활을 해왔지만 지난달 중순 태국에서 체포, 현재 검찰의 조사를 받고 있다. 김 전 회장이 조사받고 있는 만큼 배 회장 관련 의혹 수사도 급물살을 탈 전망이다. 검찰은 각각의 사안은 다르지만 양사간 밀접한 관계가 있다고 보고 제기되는 각종 의혹 중 공통점이 있는 부분을 집중 점검할 것으로 알려졌다.

중앙지검 강력범죄수사부는 강원도 평창 알펜시아 입찰 비리 의혹에 대한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인수에 관여한 배상윤 회장을 비롯해 계열사 임직원을 대상으로 입찰 방해 및 배임 혐의에 초점을 맞춰서 진행 중이다. KH강원개발이 다른 계열사 자금을 통해 알펜시아리조트를 무자본 인수합병(M&A)에 나선 것에 무게를 두고 있다. KH그룹은 지난해 6월 계열사인 KH강원개발을 통해 알펜시아리조트를 7115억원에 매입했다. 매입 과정에서 KH그룹은 KH강원개발의 단독 입찰에 따른 유찰을 막기 위해 계열사 2곳이 입찰에 참여, 입찰방해를 했다는 것이다. KH필룩스, KH 일렉트론 등으로부터 인수자금을 마련하는 과정에서 이들 회사에 수천억원대 손실을 입혀 배임 혐의가 있다는 게 검찰의 판단이다. 검찰은 KH그룹의 실무자를 대상으로 조사를 진행하는 입찰 담합 의혹 관련 일부 진술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KH그룹은 알펜시아리조트를 매입하는 과정에서 계열사의 전환사채(CB) 발행 등을 통해 쌍방울로부터 250억원가량 일부 자금을 마련한 바 있다. 쌍방울과 경제공동체라는 말이 나오는 배경 중 하나다. 특히 김 전 회장과 배 회장이 사석에서 의형제처럼 지내는 것으로 알려졌고, 지난해 5월 김 전 회장이 검찰 수사를 피해 해외로 도피한 이후 미국으로 출국해 소문을 키웠다.

KH그룹 관계자는 "쌍방울은 알펜시아리조트의 가치를 보고 투자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알펜시아리조트 매입을 위한 자금 마련에 참여, 쌍용차 인수 추진 당시 컨소시엄 구성, 상대측과 교류를 맺고 있는 이들의 사내이사·감사 영입 등 물적, 인적 교류가 활발한 것에 대해선 '특별한 이유는 없다'고 밝혔다. 단순 의혹이 아닌 기업 투자입장에서 접근한 사안으로 양사 간 아무런 관계가 없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수원지검 형사6부는 배 회장이 쌍방울의 대북 송금 혐의에 관여했다는 의혹을 들여다보고 있다. 2019년 김 전 회장과 중국을 방문해 북한 측과 경제협력 합의서를 작성한 정황을 포착, 배 회장을 피의자로 입건했다. KH그룹과 쌍방울이 계열사가 발행한 CB를 상호 매수하는 등 자금 거래가 이뤄진 점에 주목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KH그룹은 해당 사안들에 대해 전혀 사실무근이라는 입장이다. KH그룹 관계자는 "대장동, 변호사비 대납 등에 KH그룹이 관여했다는 어떠한 증거도 없다"며 "사실이 아니다"고 강조했다.

한편 남부지검 금융·증권범죄합동수사단도 배 회장의 주가 조작 관련 혐의에 대한 수사에 나설 계획이다. KH그룹 계열사가 지분을 인수한 바이오 기업을 통해 코로나19 치료제 개발 및 승인 관련 정보를 시장에 유통하며 주가를 조작했다는 혐의에 대한 조사에 나설 예정이다. 금융위원회 증권선물위원회는 해당 정황을 포착하고 조사에 나선 결과 신속한 수사가 필요하다고 판단, 패스트 트랙으로 남부지검에 사건을 이첩했다.



▶귀국 늦어진 배 회장, KH그룹 "수사 성실히 협조"

KH그룹은 지난달 25일 남산 그랜드 하얏트호텔을 블루코브자산운용이 설립한 SPC 한남칠사칠과 약 7000억원대의 지분 매각 계약을 체결했다. 2019년 인마크 제1호 사모투자합자회사(PEF)가 서울미라마 유한회사의 지분을 확보하며 약 6000억원에 그랜드하얏트 서울의 주인이 된 지 4년 만이다. KH그룹은 매각을 통해 4000억원 이상의 대규모 자금이 유입되면서 주요 주주인 KH필룩스, KH전자, KH건설, 장원테크 등 KH그룹 계열사 전반의 재무건전성이 대폭 개선될 것으로 예상되는 등 최근 상황은 좋아지고 있다.

다만 배 회장에 대한 검찰의 수사가 확대되고 있다는 점에서 오너리스크가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 해외에 체류 중인 배 회장은 당초 남산 그랜드 하얏트 매각 이후 자진 귀국하겠다는 뜻을 검찰에 전달했다. 당초 매각 이후인 2월 귀국 가능성이 제기됐지만 매각 관련 중도금 지급이 이뤄지는 5월 이후가 될 것이란 전망이다.

KH그룹 관계자는 "배 회장의 정확한 귀국 일정은 알지 못한다"며 "현재 검찰이 조사하고 있는 사안에 대해 모든 임직원이 수사에 성실히 협조하고 있고, 소명할 부분은 적극 소명하겠다"고 밝혔다.

김세형 기자 fax123@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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