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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보하면 바보다! 7500보면 OK!]'만보 걷기'는 일본 상술, 7500보면 충분하다

신보순 기자

입력 2021-08-10 14:35

수정 2021-08-11 06: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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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보 걷기'는 일본 상술, 7500보면 충분하다
사진=서울시 '서울사랑 매거진' 홈페이지 캡쳐

['만보'하면 바보다! '7500보'면 OK!]



'하루 만보 걷기'는 현대인 건강관리의 '바이블'처럼 여겨진다. 아니 '바이블'처럼 여겨졌다. 걷기는 건강관리의 가장 기본적인 행동이고, '만보'는 그 행동의 목표가 된 지 오래다. 그런데, '만보'가 일본업체의 상술에서 나온 것이었다면? 아마 걷기 건강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한두 번 신문기사 등을 통해 읽어봤을 것이다. 그렇다. '만보'는 상술이 만든 수정이 필요한 건강 상식이다. 물론 만보를 매일 걷는다면 건강 유지에 당연히 효과는 있다. 하지만 너무나 비효율적, 낭비적인 목표다. 여러 연구발표를 종합해보면, 7500보가 넘어가면 그 이상은 '노동'일 뿐이다. 즉 '만보'는 '7500보'로 바뀌어야 한다. 효과적인 걷는 법도 알아야 한다. 애플리케이션이나 각종 기기와 함께 하면 더 재미있게 건강해 질 수 있다. '걷기 바이블', 지금부터 바로 잡아 본다.<편집자주>

①'만보 걷기'는 일본 상술, 7500보면 충분하다

②'건강 7500보' 어렵지 않아요. 만보 상술만 잊으면

③스마트 헬스시대, 과학으로 더 쉽고 건강하게(feat. 잘못된 건강상식)

노만보씨는 '만보걷기' 신봉자다. 근 몇년 동안 거의 매일 '만보'(평소 걸음 속도)를 고집했다. 매일매일 건강해지는 듯 했다.

그런데 얼마 전 나온 건강검진 결과에 충격을 받았다. 체중이 생각한 만큼 빠지지도 않고, '근육량 부족'에 '체지방'도 정상 범위에서 벗어났다. '아니, 매일 만보씩이나 걸었는데….' 믿기지 않았다.

실제로 최근 2년간 몸무게는 1.5㎏ 줄어드는 데 그쳤다. 체지방과 근육량은 크게 변화가 없었다. 물론, 체중을 큰 변화없이 유지한 건 긍정적 효과라 할 수 있다. 그래도 더 큰 효과를 기대했었다. '음, 더 많이 걸어야 하나?'

오우! 절대 NO. 이쯤 되면 '만보걷기'에 대해 의문을 가져봐야 한다. 과연 '만보걷기'가 건강의 '만병통치약'일까. 지금까지 많은 사람들이 그렇게 알고 있었다. 아니, 세상이 그렇게 알고 있었다.

결론부터 말하면, '만보 걷기'는 정답이 아니다. '7500보'면 충분하다. 여기에 하루 20분 정도의 근력운동을 보태면 금상첨화다. 시간상, 효과상, 어쨌든 더 이상 '만보'는 아니다.

지난 7월, 미국 뉴욕타임스(NYT)가 이와 관련해 눈에 띄는 기사를 실었다. '건강을 위해 하루 만보가 정말로 필요할까?(Do We Really Need to Take 10 thousands Steps a Day for Our Health?)'라는 기사였다. "만보 걷기는 일본 업체의 상술에서 비롯됐다"는 주장을 펼쳤다.

NYT는 1964년 도쿄올림픽 이후 일본 업체들이 '만보기'를 만들어 '하루 만보' 홍보에 주력했고, 이것이 현재까지 통용되고 있다고 언급했다. 하지만 걷기의 건강증진 효과를 분석한 기존 연구들을 인용, 실제 최적점은 1만보 보다 적은 수준에서 형성된다고 덧붙였다. 미국과 캐나다를 비롯해 서구 국가의 대다수 성인들의 하루 걷기량은 5000보 미만이기 때문에, 1만보 목표는 오히려 걸음 의욕을 떨어뜨릴 수 있다고도 했다.

이미 3년 전에도 같은 지적이 있었다. 영국 BBC가 특집 다큐멘터리를 통해 만보의 건강 상식화 과정을 살폈고, "만보 걷기는 성공적인 마케팅의 승리"라고 주장했다. 이 프로그램에 따르면 만보 걷기 주장은 1960년대 일본 규슈보건대 요시히로 하타노 교수로부터 나왔다. 그는 당시 일본 성인들이 하루 평균 걸음 수를 1만보까지 늘리면 20~30% 가량 칼로리를 더 소모, 비만이 감소할 것이라고 했다. 이 주장은 1964년 도쿄올림픽의 후광을 업고 건강 상식처럼 퍼졌다. 이에 일본 '야마사(Yamasa)'란 제조 업체가 '만보계' 제품을 출시, 요시히로 교수를 내세워 대대적인 성공을 거뒀다는 것이다. 하지만 BBC는 "지금도 그 건강 지식이 최선인지는 의문"이라고 문제 제기를 했다.

결론적으로, '만보 걷기'는 일본 상술의 산물임은 분명하다. 그렇다면 상술이 만든 잘못된 건강 지식인지는 확인이 필요하다.

하버드대 보건대학원이 2019년 발표한 논문에 따르면 하루 4400보를 걷는 70대 여성은 2700보 이하를 걷는 동일 연령대 여성에 비해 조기사망 위험이 40%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조사 대상자 가운데 5000보 이상을 걷는 이들의 조기사망 위험은 계속해서 떨어졌는데, 건강증진 추세는 7500보에서 정점을 찍은 채 멈췄다. 1만보까지 걷는다고 해서 건강 이익이 지속 증가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2020년 3월 미국 의학협회 저널 네트워크(JAMA Network)에 게재된 논문에서도 유사한 결과가 발표된 바 있다. 하루 1만보가 아닌 8000보 정도를 걷는 사람이 4000보를 걷는 사람보다 심장질환 등으로 일찍 죽을 위험이 절반으로 줄어들었다는 분석이다.

아이민 리 하버드대 보건대학원 박사는 미국을 비롯한 다수 국가 정부에서 공식적으로 권고하는 육체 활동량은 하루 30분 정도이며, 걸음으로 이를 환산할 경우 하루 2000~3000보라고 봤다. 리 박사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쇼핑이나 집안일 등으로 매일 5000보를 걷고 있기 때문에 2000~3000보에 해당하는 1.6∼2.4㎞ 정도를 더 걸으면 최적점인 '일일 7000~8000보'를 채울 수 있다고 설명했다.

종합해보면, '만보'가 아닌 '7500보'가 가장 효율적인 '하루 건강 걸음 수'다. '만보'는 일본 상술이 만든 오래된, 수정이 필요한 건강 상식이다.

이 같은 기사와 연구를 접한 노만보씨는 허탈했다. '내가 지금까지 바보 같은 걷기를 했구나….' 본전 생각이 절실했다.

물론, 만보를 걸으면서 건강을 '지킨' 효과는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건강 향상에 있어서는 철저히 비효율적이었다는 것이 주목해야 할 사실이다. 이런 많은 노만보씨를 위한 만보가 아닌 7500보로, 가장 효율적으로 건강을 지키는 쉬운 방법이 있다. 다음 이야기에서 노만보씨의 변화를 살펴보자. 신보순 기자 bsshin@sportschosun.com 조민정 기자 mj.cho@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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